TV를 말하다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 ‘고교처세왕’

朱雀 2014. 7. 1. 16:19
728x90
반응형

 

 

처음 고교처세왕’ 1화를 보곤 저게 뭐야?’싶었다. 이제 18살 된 고등학교 2학년이 행방불명된 형을 대신해서 대기업 본부장이 된다는 설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화만 보곤 한동안 보질 않았었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의외로 괜찮아서 호기심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3화를 넘어가선 꼬박꼬박 챙겨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교처세왕을 선택한 서인국과 이하나의 선택이 절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고교처세왕은 얼핏 보면 그 전의 드라마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컴포사의 회장님의 숨겨진 아들인 유진우(이수혁)의 존재가 특히 그러하다. 게다가 계약직인 정수영(이하나)가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고백을 하는 장면에 이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고교처세왕은 다른 드라마들과 궤를 달리한다. 3화에서 민석은 중요한 PT발표를 하게 되고, 그걸 당연히(?) 성공적으로 해서 앞으로 그가 유진우와 일로써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예감에 들게 한다.

 

그런데 웬걸? 4화의 내용은 민석이 본부장으로 있는 리테일팀의 성실한 주임이 회사의 기밀을 빼돌린 스파이로 몰려서 곤혹을 치르는 이야기고, 5화는 재계약이 되질 못해서 고생하는 정수영의 모습이 그려진다.

 

5화까지 보고 나면 고교처세왕을 단순히 코믹오피스활극이라고 말하기 힘들어진다. 우선 민석의 가족구성은 특이하다. 그가 아버지라 부리는 인물은 친아버지가 아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은 그를 이웃의 최장호가 제 자식처럼 키워준다. 게다가 그에겐 치매아버지가 있다.

 

 

 

 

 

 

가족이 아닌 이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며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5화에서 민석이 수영이 재계약되지 못한 것이 사실은 진우가 중간에서 장난(?)을 친 탓이란 걸 아는 그는 너무나 분노한다.

 

누구보다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민석의 모습은 남다른 의미로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민석은 수시로 함께 회사를 다니는 이들에게 한식구라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민석의 말은 틀린 말이다!

 

오늘날 회사에 다니닌 이들 가운데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다니는 이들은 없다.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알 수 없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좋은 곳으로 수시로 스카웃되는 것이 생존비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21세기에 가족운운하는 민석의 모습은 얼핏 구시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과 발언은 오히려 훈훈하게 다가온다. 바로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는 리테일팀의 주임이 스파이로 의심을 받자, 누구보다 앞장서서 분노하고, 계약직이 해고되자 누구보다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신의 비서로 채용하는 그의 모습은 괜시리 시청자들이 응원하게끔 만든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주변 사람을 챙기는 민석의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미덕이 사라져버린 우리 시대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런 모습은 멋지기 그지 없다!

 

 

민석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가 피끓는 18세 고등학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방불명된 그의 친형 이형석이었다면, 오히려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론 무모해 보이는 민석의 행동을 시청자가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픈 현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이들을 우린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소모품으로 여기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람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민석의 모습은 단순히 드라마를 넘어서 우리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얼핏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 유진우 본부장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그는 컴포 사장의 혼외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존재 자체가 알려져서는 안되는 사장의 치부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가 아버지에게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하고, 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정상으로 돌려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코믹극이 아니라 오늘날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인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라는 이야기를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외치는 <고교처세왕>의 모습은 그래서 너무나 멋지게 다가온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