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액션블록버스터의 탈을 쓴 철학영화 ‘루시’

朱雀 2014. 9.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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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서면서 무척이나 난감했다. 할리우드 대새녀 스칼렛 요한슨과 뤽 베송 감독의 만남. 게다가 <명량>으로 한국 흥행사를 새로 쓴 최민식까지. 이쯤되면 영화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더욱 이상한 일이리라.

 

 

영화는 잘 알려진 대로 평범한 삶을 살던 루시라는 여성이 우연히 악당 미스터 장에 의해 강력한 합성약물을 운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약물이 그녀의 몸에 퍼지면서 루시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루시>는 극중 스칼렛 요한슨의 이름이자, 인류 최초의 여성의 이름이다. 따라서 뇌 사용량의 100%를 쓰게 되는 루시의 이름이 인류 최초의 여성과 똑같은 것은 영화가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히 가르키고 있다.

 

 

루시가 초능력을 쓸때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를테면 전파)을 보는 것을 영상적으로 멋지게 구현해내었다.

 

바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이다! <루시>는 스칼렛 요한슨의 화려한 외모와 한순간도 눈을 놓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액션과 CG를 보여준다. 루시가 20%부터 시작해서 100%까지 뇌를 사용하게 되는 과정들을 CG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섞어서 보여주는 장면은 현생 인류보다 발전한 신인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상하게끔 만든다.

 

 

사실부터 말하자면, 영화속 설정인 뇌사용량 10%를 운운하는 부분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따라서 뇌사용량 20%부터 시작해서 100%까지 이르는 과정은 오히려 루시가 자신의 근원적인 힘을 깨달아서 진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별 탈이 없을 것 같다.

 

 

<루시>에선 최민식이 분한 미스터 장은 어떤 의미에선 악당을 위한 악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그가 악당이 되었는지 왜 그토록 루시의 몸속에 집어넣은 약물에 집착하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루시>는 언뜻 보면 액션블록버스터 같지만, 실은 인간의 존재 그 자체에 물음을 던지고, 생명 탄생과 생명 연장 등에 대해서 철학적인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이런 어렵고 지루한 철학적 난제들을 액션과 융합해서 그려내는 솜씨는 그저 놀랍다!

 

 

미스터 장은 루시와 대척점에 있으면서 <루시>에서 화려한 액션이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장치라 여겨진다. <루시>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액션블럭버스터에서 이런 난해하고 철학적인 질문이라니!’라고 감탄사를 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루시>는 잘 알려진 대로 북미에서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1억불을 넘어섰으며, 호주, 불가리아, 헝가리 등 개봉하는 나라마다 족족 1위를 했다. 단순히 싸우고 부시는 영화라면 오히려 그 흥행성적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러나 <루시>는 인간의 존재자체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생명이란 어떤 의미에선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생명에게 도대체 무슨 존재의미가 있는 것일까?

 

 

영화에서 루시는 처음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점점 뇌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차갑게 변해간다. 감정이 사라지고, 모든 상황을 보는 즉시 이해하고 통제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감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게 한다.

 

 

만약 우리가 지금보다 진화해서 내 주변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면? 어떤 상황에 대해 울고 웃고 짜증내고 화내는 모든 과정이 의미 없어지지 않을까? 불교와 도가에서 깨달았다는 이들의 일화를 보면 우리와는 달리 희로애락이 벗어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주인공 루시가 인간적인 감정을 잃어가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일화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루시는 뇌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주변의 사물을 만지기만 해도 정보를 알아내고,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다가, 그 정도가 심해져서 이내 자신의 몸과 주변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에 도달한다면? 내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린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건 프리먼은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은 뇌사용량에 대해 설명해주는 인물이다. 어려운 철학적 난제와 어려운 과학 이론이 그의 입을 통해서 설명되자, 왠지 쉽게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태어났고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을까? 루시는 세계적인 뇌 연구 전문가 노먼박사(모건 프리먼)에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청한다.

 

 

노먼박사는 인간의 뇌사용량에 대해서 논문을 많이 발표했지만, 그 역시 평범한 인간이며 그저 평생을 뇌에 대해 연구해 왔을 뿐이다. 그런 그가 뇌사용량 100%에 가까워져 가는 루시에게 도움말을 줄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고민과 해답찾기에 골몰했기 때문일 것이다.

 

 

<루시>는 매우 도발적인 영화다! 만약 우리 인류가 지금보다 몇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정보를 눈 앞에 두고 있다면, 과연 인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신과 같은 힘을 지니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다.

 

 

미스터 장역의 최민식은 그야말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을 쓰는 장면은 몹시나 인상적이다.

 

 

루시를 평범한 인간에서 초능력자로 변모시키는 합성약물은 영화상에서 새로운 종류의 마약으로 설정되어 있다. 미스터 장은 자신의 합성약물을 위해서 살인을 너무나 쉽게 행하는 그야말로 악당 그 자체다!

 

 

그러나 그걸 단순히 미스터 장이란 인물만으로 한정지을 수 있을까? 인간의 탐욕은 오늘날 지구곳곳을 병들게 했으며, 인류조차도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를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과 부족한 식료품. 선진국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실업문제와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부족을 넘어선 차별 등등.

 

 

현재 인류는 많은 고민과 문제꺼리를 떠앉고 있다. 만약 영화속 루시같은 인물이 있다면? 그 모든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아마도 인류는 다른 문제들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루시>는 초반부터 인류의 존재를 넘어서서 생명체 자체의 존재 의의를 우리에게 묻는다. 또한 관객이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만든다. 우리가 인류를 속박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만약 도약하게 된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철학하는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에서 흐름이 되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 작품이다. 출중하게 잘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축에 들어간다고 여겨진다. 특히 평범했던 여주인공이 점점 초월자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스칼렛 요한슨은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뤽 베송 감독의 선택은 훌륭했다!

 

 

 

<루시>는 액션블록버스터의 탈을 쓴 철학영화다. 분명히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만 거기엔 철학적인 문제거리들이 잔뜩 존재하며, 이런 영화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다.

 

 

간단평: 인류를 넘어서서 생명체의 본질을 묻고 있는 철학 영화. 뤽 베송 감독의 장끼인 차량추격신과 정신 없는 액션 장면 그리고 화려한 CG와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 등 화려한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표값은 충분 한다.

 

평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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