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가 매력적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론 캐릭터들이 매력의 우선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육룡이 나르샤’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육룡이 나르샤’는 여섯 명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각각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땅새, 분이, 무휼로 조선건국의 주역들이다.
썩어빠진 고려를 대신해서 새 나라를 세우는 당위성을 어떻게 부여해야 할까? 제작진은 아마도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새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은 매우 거창한 일이며,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고자 선각자들이 나서는 경우를 우린 많이 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히려 ‘육룡이 나르샤’에서 여섯 명이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이성계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든 이들, 즉 ‘자신의 울타리’안에 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고, 그토록 혐오하는 정치까지 나서게 된다.
정도전은 홍건적이 침입한 당시,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을 누명 때문에 모두 굶어죽게 된 사연 때문에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그가 굳이 동굴을 자신의 아지트로 삼고, 그곳에서 모
든 대소사를 동지들과 의논하는 것은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방원은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의 영웅인 아버지가 개인적인 치부 때문에 고려의 권력가인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봤고, 자신 역시 목숨의 위협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꺾어야만 했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민초였던 분이와 땅새는 말할 것도 없다.
무휼만이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무술을 배워서 조금 가벼운 캐릭터지만, 그 역시 시대의 아픔과 거리가 멀지 않다. 이렇듯 조선건국이란 엄청난 대명제아래 모인 6인의 사람들의 사연들은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오히려 시청자의 마음에 팍팍 와닿지 않는가?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보고 외면할 수 없어서, 자신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기에 앞으로 나선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되질 않는가? 썩어빠진 고려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새 나라를 건국하자’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나라를 세워야 하는가? 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왜? 그 나라가 어떤 철학위에 어떤 방법으로 백성을 통치할지는 매우 많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엄청난 일을 해야될 사람들이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어찌 말이 되겠는가? 이방원과 분이는 귀족과 천민으로 엄청난 신분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서로 반말하는 그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비슷한 아픔과 고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남선녀라서 시청자들이 그들의 처지와 모습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땅새는 어찌보면 ‘육룡이 나르샤’에서 가장 단순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납치되고 소중한 연희가 끔찍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그 아픔 때문에 누구보다 무술을 열심히 수련했고, 현재 까치독사로서 고려에서 최절정 실력을 가진 무사가 되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의 동생인 분이와 소중한 연희를 지키고자 썩어빠진 정치가를 암살하고 고려를 뿌리째 흔들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아프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왜? 시청자들 역시 ‘나라면?’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6명의 등장인물은 물론이요, 대다수의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홍인방은 사대부로서 누구보다 고려의 개혁을 위해 앞섰던 사람이지만, 고문을 받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변절했고, 권력의 노예가 되어 전력투구를 하다가 지금은 최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신의 ‘배신한 전력’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이는 그의 역린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그가 점점 더 타락해가는 모습을 당위성과 함께,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인물로 느끼게끔 만들었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에게 사연을 그럴 듯 하게 만들어서 제공하는 ‘육룡이 나르샤’가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육룡이 나르샤’가 현재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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