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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말하다

청춘을 죄인으로 만드는 사회, ‘혼술남녀’

6화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김기범은 할머니의 고희연장을 찾아갔다가 아직까지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한 그를 비난하는 친척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직 할머니만이 김기범을 두둔하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기범은 고희연장 앞에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보다 되돌아오게 된다.


사실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많이 그려진 관계로 초반에 기범이 할머니 고희연에 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오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개는 예상 밖이었다. 할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밤새 MP3 플레이어에 트로트로 리스트를 채운 그는 비오는 밤에 홀딱 비를 맞으며 홀로 음악을 들으며 비를 맞았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웃펐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정장을 입은 그가 혼자 이어폰을 꽂고 춤을 추는 모습은 코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할머니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해서 혼자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모습은 너무나 슬펐다. 그가 춤을 추다가 제풀에 넘어지자, 같은 고시텔에 묵고 있는 정채연이 우연히 등장한다.

샤이니 멤버인 김기범의 연기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가 아이돌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그냥 연기자인 줄 알았을 정도로. 코믹과 비극을 넘나드는 그의 폭넓은 연기력에 감탄하며 봤던 6화의 명장면이었다.


예쁜 외모탓에 공시생들이 수시로 선물을 주며 호감을 표시하지만 그녀는 ‘노량진까지 왔으면 공부나 하시지’라는 말을 하며 단호박처럼 잘라냈었다. 그런 채연을 그동안 기범은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 역시 이번만큼은 그녀의 말이 맞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기범은 아직 공시생이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인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자신의 가족 앞에서도 당당히 나설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단순히 드라마상의 기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공무원이 되고자 공시생이 된 이들부터 청년실업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100만명이 넘는 이들의 문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는 것은 단연코 대기업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공무원이 되는 것은 매우 적은 숫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다.


‘혼술남녀’에선 노량진 학원을 전전하는 공시생들의 죄인같은 삶을 보여준다. 불과 한평 남짓한 고시텔에서 지내야 하고, 오로지 공부외엔 다른 것을 하면 안된다. 청춘들에게 연애는 사치이고, 그들은 시험에 합격할때까지 밥만 먹고 공부하고 시험만 보는 인간이 아닌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100만명의 사람들에게 당연히 100만명의 개성이 있고, 그 숫자만큼이나 꿈도 다르고 적성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이 각자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른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기성세대들은 청춘들은 좁은 취업의 문으로 들이밀고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운좋게 극소수가 대기업에 입사하고 공무원이 된다. 그러나 그런다고 끝인가? 들어간 이들은 끊임없는 경쟁에 다시 내몰리게 된다. 숨가쁜 삶의 연속인 것이다.


그 좁은 문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는 죄인이 되어버린다. 그들은 온갖 낙인이 찍혀서 인간이 아닌 이들이 되어버린다. 이런 사회를 온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요샛말로 각자도생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가 바뀌어야 하기에 무척이나 어렵다. 거기엔 정치적인 해법이 뒤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혼술남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안을 내놓을 수 없고, 등장인물 개개인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청춘을 죄인으로 만드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혼술남녀’가 던지는 묵직한 화두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