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런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하차 소식을 들은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손석희 교수의 <100분 토론>하차 소식이라니. 그저 어이없고 답답할 뿐이다.
듣자하니 11월 23일을 기점으로 퇴장하고, MBC측에선 ‘고비용’을 이유로 내세웠다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손석희 교수가 누군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이 시대 가장 존경받는 인물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100분 토론>을 7년째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토론의 격을 높인 장본인이다. 손석희 교수는 절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진행자로서 올바른 자세를 보여왔다.
그런 손석희 교수마저 교체시키다니...그저 현 정권의 보복성과 앙갚음식 행태에 아연할 뿐이다. 김제동의 경우엔 시청율이 이유라고 치자, 손석희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교체될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경기침체의 여파로 MBC가 어려운 사실은 알고 있지만, 겨우 손석희 교수 한명의 출연료도 책임지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100분 토론>은 M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중 하나이다.
그런 프로그램의 명진행자를 교체한 다는 건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다. 그건 이전 간판이 비싸서 싼 간판으로 바꾼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분명 현 정부의 외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뭐 하긴 손석희 교수의 <100분 토론>하차는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된 바였다.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등은 현정권이 가장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진행자와 프로는 철저하게 없애거나 하차시키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공포’로 국민을 다스리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내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구속과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무차별 고소와 고발 등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기울여 ‘까불면 다친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아직까지 5년 단임제다. 지금은 정권을 모두 가져 내 세상인 것 같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공포로만 국민을 다스리는 정부는 오래갈 수 없다. 권력말기가 되면 누수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강압적인 방법으로 국민을 억누른 정부는 국민에게 외면은 받는 것은 물론, 조직 내부원들의 이탈도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인기 없는 정부, 힘이 없는 세력에게 누가 더 오래 있으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우리나라 권력층의 핵심들은 친일파를 시작해 친미파를 거쳐 변신에 능한 귀재들이다. 그들은 어느 곳에 권력이 있는지 누구보다 빨리 알고 누구보다 빨리 줄을 서고 누구보다 빨리 아첨하는 자들이다.
건전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정부라도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다. 인간 세상에선 항상 문제점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최대한 빨리 옳은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100분 토론>은 민의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프로였다. 그런 좋은 프로를 폐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를 퇴보시키는 것은 물론, 현정부의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소금’을 없앤 것과 마찬가지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눈에 가시같다고 없앤 값은 분명 나중에 톡톡히 치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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