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태희보다 빛나는 '그대 웃어요'의 이민정

朱雀 2009. 10.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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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이 투자된 <아이리스>가 드디어 이번주 전파를 탔다. 많은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슈는 김태희의 연기력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력이 얼마나 나아졌을지 기대하고 보았다. 그리고 일정 부분 이전보다 나아진 연기력에 호평을 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좀 다른 편이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을 보면서, 오늘 <그대 웃어요>를 보며 왠지 이민정이 겹쳤다. <꽃남>에서 이민정을 처음 보았을때가 떠오른다. 제법 큰 눈과 재벌 2세라는 설정에 맞춰 나온 그녀는 어딘가 어설퍼보였다. 나름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꽃남>이란 인기절정에 드라마에 나왔고, 그 덕에 인지도가 상승하고 광고를 찍고 유명세를 탄다고 여긴 탓이리라.

그런 생각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그대 웃어요>에 출연한 그녀를 보면서였다. 마스카라가 번져 팬더곰이 되고, 침대보에 토하면서 망가지는 그녀를 보면서 ‘독하다’라는 생각을 들었다. <꽃남>과 마찬가지로 재벌2세지만, 쫄딱 망하는 집의 철부지 역은 <꽃남>때와는 달리 상당히 다양한 감정을 그녀에게 요구했다.

이민정은 먼저 철딱서니 없는 재벌 2세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7화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그토록 따르던 강기사 할아버지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고 하자,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줄거라 믿고,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아양을 떤다. 마치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응석을 부리듯이. 그러나 강기사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오히려 화를 낸다. 그러자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들어간다.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 표정연기는 극중 서정인 그 자체였다!

전날 저녁부터 식사를 못해 힘이 없다는 그녀는 철부지 소녀처럼 우는 엄마에게 투덜거리고, 안쓰럽게 여긴 정경호가 분식집에 가자는 것을 툴툴거리며 오히려 짜증을 내버린다.

그뿐인가? 그녀는 이후 정경호가 보낸 ‘동생이 형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하는 걸 뭐라고 할까? 형광펜’이라는 문자를 보고 너무나 좋아서 큭큭댄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애교에 행복해하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거짓말로 정경호를 속여 핸드폰을 산게 영 찝찝했던 그녀는 옷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 그러나 이마저 강기사가 제지하자, 그를 쫓아가다가 결국 길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 정도로 속상해한다. 그리곤 아버지 서정길이 시계를 빼돌려 300만원을 마련하자, ‘돈 달라’고 떼를 써서 결국 핸드폰 비용을 마련하고 정경호의 앞에 나선다. 그러나 정경호는 이미 언니를 병원에서 만나 어떻게 상황이 돌아갔는지 알게 되고, 7화 마지막엔 모든 것을 안 언니와 정경호 사이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대 웃어요>에 <꽃남>의 이민정은 없었다. 거기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이제 막 강기사(최불암)의 손자 강현수(정경호)에게 마음을 뺐긴 서정인(이민정)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정말 자신이 친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에게 애교를 떨듯이 최불암을 대했다. 그가 거절하자, 잔뜩 삐쳐 행동하는 모습에선 영락없이 실제 상황처럼 여겨졌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민정의 표정과 눈에 드러난 감정표현력이었다. 이건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이리스>1화를 보면 NSS에 끌려와 모진 고문을 받던 이병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바라보는 비밀 거울(?)을 그가 의자를 사용해 깨려고 하는데도, 그녀의 눈동자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질 않았다.

이병헌과 사랑에 빠지고, 그와 나름 아슬아슬한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빛나는 외모에 비해 연기력은 확실하게 뒷받침이 안되는 모양새다. 비록 <아이리스>만큼 엄청난 예산이 투여된 대작은 아니지만, <그대 웃어요>의 출연중인 이민정은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중인 드라마에서 비슷한 또래가운데 가장 빛나는 모양새다.

그녀는 실제 이민정이 되어 이한세에게 짜증을 내고, 언니를 8년째 짝사랑하는 강현수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 재벌 2세라 허세를 부리고 싶어하고 자존심 강한 서정인의 마음을 브라운관에 확실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풍성한 감정연기는 수십 편의 방영중인 드라마 가운데 <그대 웃어요>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7화에서 사랑에 웃고, 현수의 냉랭한 반응에 어쩔 줄 몰라하고, 할아버지에게 아양떨고, 우는 등 다양한 감정연기를 보여준 이민정의 모습은 그저 팔색조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꽃남>의 인기에 얹어진 스타가 아니라, 준비된 스타라는 사실을 그녀는 연기력으로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빛나는 외모와 적절한 편집등으로 여주인공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민정은 자신이 나오는 분량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으며, 점점 그녀의 연기는 진보하고 있다. 이민정의 진가는 앞으로 더욱 <그대 웃어요>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빛나는 외모를 갖고 있다면, <그대 웃어요>의 이민정은 연기력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두 여배우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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