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강심장’을 보다 이맛살을 찌푸린 이유

朱雀 2009. 10. 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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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 번째 방송된 강심장을 보면서 이맛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영화홍보와 ‘과연 저런 이야기까지 해야 싶을까?’란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박예진은 임창정 등과 함께 출연한 <청담보살>을 홍보하기 위해 찾았다. 그리곤 오프닝의 자신의 팻말에 ‘공주, 보살되다’라고 아예 대놓고 적었다. 강호동이 “내놓고 영화홍보하는 것 아니냐?”하자, “대놓고 홍보하자고 썼다”라고 웃으면서 밝혔다.


가인과 함께 출연한 브아걸의 나르샤는 초창기 데뷔시절을 말하면서 자신들의 얼굴이 별로라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완성의 얼굴’이란 표현을 썼는데, 성형수술을 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었다. 상당히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했지만, 요새 너무 성형에 대한 이야기들이 쉽게 방송에서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오랜만에 예능을 찾은 서유정은 자신이 사귀었던 전 연예인 남자친구 두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둘 다 교제 당시에는 별 볼일 없는 탤런트와 가수였는데, 자신과 헤어지고 나니 톱스타가 되었다고 했다. 물론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상당 부분 자세하게 말해줘, 인터넷 등을 뒤져보면 찾을 수 있을 정도는 정보는 충분히 제공했다.


서유정이 그런 고백을 하기 무섭게 브라이언 역시 자신이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연예인들이 헤어지자마자, 드라마섭외가 들어오고 가요프로그램에 1위를 했다는 이야기등을 늘어놓았다. 보는 내내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마지막은 장나라였다. 장나라는 이번에 출연한 영화 <하늘과 바다>에 제작비를 아버지 주호성이 다 쏟아부었음을 밝혔다. ‘우리가족을 살려주세요’라고 쓴 푯말의 의미는 이번 영화가 잘못되면 집안이 매우 어려워지니 꼭 봐달라는 의미였다. <강심장>에 함께 출연한 김효진이 농담삼아 말했지만 ‘구걸홍보’에 가까웠다. - 영화 제작비 충당을 위해 광고를 찍고 중국에서 수십번 공연을 펼쳤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름 눈물겨웠다. 그러나 <강심장>에서 듣기에는 뭔가 장소와 때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강심장>을 찾은 패널들의 마음은 모두들 나름대로 절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국내영화계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주연배우의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미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방송을 우린 공중파에서 봐야만 하는 것일까?

서유정과 브라이언이 고백한 내용은 네티즌 CSI가 출동하면 충분히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이다. 시청자들은 웃고 즐기고, 네티즌들은 누군지 찾아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사가 공개되고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그뿐인가? 장나라의 사정은 딱하다. 아버지 주호성의 영화투자로 자칫하면 집안 기둥뿌리가 뽑혀져 나갈 상황에 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절박한 상황을 토크쇼가 아니라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히고 다른 우스갯 이야기 사이에 파묻혀야 한다니. ‘장나라의 처지가 안됐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강심장>은 각자 절실한 이유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찾은 게스트들을 남에게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사생활을, 혹은 파헤치면 안될 이야기들을 ‘출연’을 미끼로 말하게끔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말처럼 <강심장>은 ‘옐로우 버라이어티’란 말을 써야 하는 건 아닌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래도 출연자의 속옷은 벗기지 않는 예의를 차렸다면, <강심장>은 그 속옷마저 벗겨내 버린 느낌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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