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지훈, 황정음의 애인임을 선언하다!

朱雀 2009. 12.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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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77화에선 길고 길었던 오리무종속의 이지훈-황정음 러브라인이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이지훈이 자신의 친구에게 황정음을 ‘여자친구’라고 소개함으로써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사연은 이렇다! 여느날처럼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 서로 장난을 치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그런데 거기서 지훈의 선배인 듯한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지훈의 얼굴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선배는 지훈에게 정음이 ‘누구냐?’고 묻가 ‘그냥 좀 아는 여자’라고 답변한다.

그 말을 들은 정음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냥 가버린다. 그리곤 인나와 의논 끝에 유학을 간다는 뻥카를 날리기로 한다. 유학을 가는 데 말리면 그냥 사귀는 거고, 내버려두면 헤어지기로 말이다. 그런데 소식을 들은 지훈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잘 다녀오라고 했고, 정음은 분이 나서 길길이 날뛴다.

인나와 의논 끝에 한번 더 ‘뻥카’를 날리기로 하고, 일정을 당겨 모레 떠난다고 했건만. 여전히 이 남자 ‘잘 다녀오란다’. 한술 더떠 환송회를 못하니 당일날 바래다주겠다는 말과 함께, 병원일이 바쁘다고 그냥 끊어버린다.

화가 난 정음은 지훈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작정을 한다. 그리고 출국 당일.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누워자던 정음은 지훈의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집을 차리고 있지도 않은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지훈은 ‘바빠서 간다’명 횅하니 사라지고 정음은 홀로 남아 눈물만 흘린다. 그때 정음의 시야에 지훈이 들어오고 깜짝 놀란 정음은 부리나케 출국대로 향하지만, 비행기표가 없으니 들어갈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때 그렇게 듣고 싶은 말을 지훈이 날린다. “제발 가지마요. 난 정음씨 없인 못살아요라고 할 줄 알았어요?” 아! 이 황당함. 지훈은 웃으면서 정음이 잘못 날린 문자를 보여준다. 그제서야 정음은 지훈이 모든 사태를 알고 일부러 그랬음을 알고 억울해한다.

지훈은 웃으면서 정음을 붙잡고 화난 정음은 지훈의 다리를 발로 찬다. 그때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친구에게 지훈은 정음이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해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사실 정음의 조바심은 한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정음이 남자를 사귀어본 것은 처음이 아닐텐데, 우연이라고 바득바득 우기지만 두 사람은 키스를 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하고, 심지어 크리스마스때 같이 보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가 아닌가? 비록 사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지훈의 성격을 정음은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 지훈은 마음에 없는 아가씨를 그렇게 만나는 성격이 되질 못한다.

종합병원의 의사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로서는 시간을 내기 어렵고, 그런 금쪽같은 시간에 자신과 보낸다면 왜 ‘애인’관계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이해한다. 여자의 마음은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남자는 말로 하는 것을 꺼리지만, 여자는 하루에 수십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꼭 유학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우아하게 물어볼 방법은 많았다고 여겨진다. 가령 지훈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회적으로 물어본다던가, 아니면 편지나 메모를 통해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고 본다.

정음과 지훈의 연애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에도 매뉴얼이 필요하다’란 요즘의 농담아닌 농담이 떠오를 지경이다.

물론 지훈에게도 책임은 있다. 지훈은 항상 정음을 보면 장난치기 바빴다. 일전에 술취한 정음을 구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대신 들이받아, 하마터면 남자구실을 못할 뻔한 사건을 겪었을 때 자신의 처지를 오해한 정음에게 ‘자신을 책임질 거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그때 정음은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와선, 책임지겠노라고 다짐했었다. 당시의 정음의 눈빛과 행동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또한 그때 정음의 말에 감동을 먹은 지훈의 표정도. 물론 이후 화장실에서 동료 의사들과 그 사연을 말하다가 정음에게 현장에서 걸려 이번엔 정말 남자구실 못할 사건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지훈은 가만보면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하이킥>에 맨 처음 등장했을 당시 지훈은 책을 읽거나 자신의 할 일에 빠져들면,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정음과 세경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세경을 보고 돕고 싶어하고, 자신만 보면 화부터 내는 정음을 보면서 장난을 치고만 싶어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알게 된 것 같다.

정음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고, 명확한 관계설정을 원한다는 신호를 잡아냈으면 장난을 칠게 아니라 그녀를 위해 좀더 솔직한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77화에 말미에선 정음이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을 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이지훈이 황정음을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밝힘으로써 안개속의 러브라인은 일단 확정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러고나니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신세경이다. 항상 자신을 도와주고 보살펴 주려 애쓰는 지훈을 보며 어느덧 사랑의 감정을 느낀 이 순수한 여성을 어쩐단 말인가? 76화에서 ‘인형의 꿈’을 부르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지훈을 답답해하는 이 처자를 말이다.

지훈-정음의 관계는 아마 곧 세경이 알게 될 것이다. 세경은 또 얼마나 슬픔의 눈물을 흘릴 지, 정음과 세경의 사이는 어떻게 될지, 지훈을 세경이 어떻게 대할지 대충 감이 잡히니 답답할 지경이다.

아직 고등학생이 준혁이 세경에게 있긴 하지만, 아직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 준혁의 처지도 그렇고, 지훈을 향한 마음을 간직한 세경의 또 얼마나 가슴앓이를 할지 지훈-세경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론 지훈-정음의 러브라인이 나름 시원(?)하면서도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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