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SBS 연예대상을 보다가 불쾌해진 이유

朱雀 2009. 12.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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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SBS 연예대상>을 보다 몹시 불쾌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SBS 연예대상>은 1부 중간쯤에 ‘예능완전정복’이란 코너를 두어 올 한해 예능계의 흐름을 짚었다. 패밀리가 대세라든가, 싼티 코드가 올 한해 연예계를 주도했다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할만 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예를 든 ‘폭로’만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

아니 ‘폭로’열풍은 방송계가 주도했고, 특히 SBS는 그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첨병엔 <강심장>이 있고. <강심장>은 포맷자체가 ‘폭로’를 유발하고 있다. 20명이 넘는 초호화 게스트들을 초청해, 그중 가장 ‘센’ 발언을 한 이가 ‘강심장’이 되는 진행방식은 출연자들이 서로 강한 이야기를 하게끔 유도한다.

그 강한 이야기가 그냥 웃기고 재밌거나 적당한 폭로(?)수준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스타들의 내밀한 연애관계나 속사정을 털어놓는다는 데 그 폐해가 있다.

실제로 <하늘과 바다> 홍보차 <강심장>에 나온 장나라는 상당한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개런티가 안 들어왔어요. 스탭분이 그러면 또 중국에 가고, 어디서 뭐가 안 들어왔어요. 그러면 중국에 가고...”라는 발언은 그녀가 어렵게 기반을 닦은 중국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세상에 어떤 국민이 해외스타가 자신의 나라에 돈이 필요할 때마다 들어왔다는데, 좋아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 주호성이 <하늘과 바다>의 제작을 맡으면서 상당히 급박한 처지에 놓인 장나라는 영화홍보를 위해 너무 무리하게 애를 쓰다가 그만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마 잘은 몰라도 아버지 주호성과 <강심장>에서 한 이야기로 다툼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 중국에선 “중국을 제 2의 고향처럼 생각하며, 절대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해야만 했다.

물론 장나라도 전혀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방송에서 하고 말았다. 그러나 <강심장>은 생방송이 아니다. 녹화방송이다.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인 필자가 ‘위험하다’라고 느낄 정도인데, 편집을 맡은 제작진들이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만약 몰랐다면 방송인의 자격이 없다-

장나라가 <강심장>을 통해 겪은 후폭풍은 겪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심장>측은 장나라의 발언을 이용해 이슈를 만들고 시청율을 올리기 위해 그냥 방송시켰다. 거기다 편집과 자막을 통해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키워버렸다.

장나라가 이야기 하는데 자막으로 나간 ‘제작비사 필요할 때마다 자꾸 중국 방문!’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덕분에 장나라는 지난 몇 년간 그야말로 갖은 고생을 하며 일궈놓은 이미지를 훼손하고 말았다. 장나라의 이미지는 단순히 ‘장나라’의 것만이 아니다. 장나라라는 배우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는 중국인들에게 형성되어 있는데, <강심장> 덕분에 그녀가 어렵게 세운 자신의 이미지와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고 말았다.

장나라는 <강심장>의 첫 번째 희생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장나라 정도는 아니지만, <강심장>을 통해 연애비화를 밝힌 서유정-투투의 황혜정-김현중 등은 상대 스타 연예인이 누군지 인터넷 상의 화제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폭로는 연예인과 방송사간의 사전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다. 허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방송사와 연예인의 관계는 철저하게 갑과 을이라는 것이다.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 있어서 공중파 출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인들이 튀어나오는 연예계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선 물불을 가릴 수 없는 ‘거대한 투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요새처럼 ‘리얼’이 범람하고 각종 토크를 통해 ‘폭로’가 일상화된 방송계의 관행에서 인기 유지를 위해 혹은 튀어보이기 위해 연예인들은 굳이 말해도 되지 않은 자신의 연애비화나 내밀한 속사정을 털어놓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어떤 면에선 시청율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또한 언론사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 하루 방문자수를 엄청나게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폭로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긴다. 우리가 스타를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단순히 그들의 단점이나 가십만을 즐기는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폭로성 이야기는 연예인의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각종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장나라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정말 폭로가 이젠 새로운 즐거움일까?

방금 언급한 것처럼 장나라를 비롯한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폭로성 이야기를 했다가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마치 시대의 요청이자 흐름인 것처럼 포장해(그것도 연예대상에서 특집으로 편집해 보여준 것은) 지독히 방어적인 변명이라고 밖에 여겨지질 않는다.

조금 다른 사안이지만 <미수다>의 루저 발언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필자가 보기에 <강심장>을 비롯한 현재의 여러 예능 프로들은 그 못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들을 (그것도 엄청나게) 지니고 있다. ‘폭로’란 그만큼 무서운 것인데, 단순히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고 시청율 경쟁에 급급해 매번 사용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하고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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