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상플>의 후속으로 배우 김승우가 진행하는 <김승우쇼>가 편성된다는 뉴스가 떴다. 읽어보니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조율증인 것으로 보인다. 바라건대, 김승우씨는 <김승우쇼>를 포기하길 바란다.
전혀 그에게 이득될 것이 없다. 단언하건대, <박중훈쇼>처럼 몇 개월 가지 못해 접을 것이다.
<아이리스>에서 호위총관 팀장으로 나오면서 ‘폭풍 간지’라는 별명을 얻은 김승우는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벌써 20년차에 이르는 중견배우다. 따라서 그는 인맥을 동원해 대형스타를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러냐고? <박중훈쇼>를 예로 들어보겠다. 박중훈은 <박중훈쇼>가 폐지되고, <무릎팍도사>에 나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상대방의 처지를 너무 잘 알아서 더 가질 못했다. 후회가 있다’라고.
박중훈은 제작진과 게스트에겐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내가 부족했다’란 식으로 말해 그의 대인배적인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그건 또한 사실이기도 했다. 그는 부족했다.
<박중훈쇼>가 초반에 화제를 모은 것은 <무릎팍 도사>가 그렇게 러브콜을 해도 모실 수 없던, 장동건을 비롯해 정우성-김태희 같은 대형 스타들을 초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박중훈에게 그들 개개인은 다들 사석에선 친한 형동생 사이이자 선후배 사이였다. 오늘날 젊은 시청자들은 감각적이고 즉물적인 진행을 원한다. <무릎팍 도사>를 보면 알겠지만, 강호동은 시끄러운 톤으로 정신없이 빨리 진행하고, 유세윤과 올밴이 적절히 애드립을 쳐서 이를 보좌한다. 그뿐인가? <무릎팍 도사> 특유의 편집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기 짝이 없다. 갑자기 ‘아아악’ 소리와 함게 게스트의 사진이 영화처럼 순식간에 작아지거나, 난데없이 산이 등장해 ‘토크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그야말로 (그전까지 잔잔했던) 토크쇼를 역동적인 토크쇼로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무릎팍 도사>의 질문은 거침없다. 애인유무는 물론이고, 성형-이혼-결별-사고-루머 등등 당사자가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묻는다. 그런 <무릎팍 도사>의 진행은 막장과 건강한 토크쇼 사이를 위험하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런 아슬아슬한 수위의 폭로와 건전한 삶의 철학을 밝힘으로써 <무릎팍 도사>는 요즘 방송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토크쇼로 자리매할 수 있었다.
배우 김승우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어떤 처지인지 잘 아는 후배 배우 혹은 연예인의 사생활과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아울러 김승우가 진행하는 <김승우쇼>는 이전의 토크쇼들처럼 점잖고 느린 진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릎팍 도사>의 빠른 진행에 익숙해진 요즘 시청자에게 그런 진행이 통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만약 <무릎팍 도사>처럼 한다고 해도, <무릎팍 도사>를 능가하지 않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잘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필자는 왜 방송사들이 인기 배우들에게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을 권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태까지의 결과를 보면 그들이 전면에 나서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다. 예전에 최수종이 <일밤>을 맡아 성공시킨 적은 있지만, 그 당시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물론 최근에도 이승기-이효리등이 예능에 나와 이미지업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각각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당대 최고의 엠씨들이 든든하게 지원군으로 버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필자가 보기엔 방송사는 최근 이슈화된 인기 연기자에게 토크쇼와 예능을 맡겨 일단 초반에 분위기를 띄울 목적인 듯 싶다. 기존의 개그맨과 방송인들로 화제몰이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안되고 말고’ 식이랄까? 그러나 그런 방송계의 관행에 휘둘리는 연예인은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특히 김승우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했다가 실패하면 그 리스크는 방송사보다 연기자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다.
바라건대 김승우씨는 계속 연기에만 매진하고 <김승우쇼>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리스>로 한참 주가를 날리는 그에게 아무리 따져도 득보다는 엄청난 실이 따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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