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악동 해리의 깜짝 생일 파티에 감동받다!

朱雀 2010. 2.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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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하이킥>에선 열 번째 생일을 맞은 신애의 하루가 그려졌다. 신애는 예전에 현경의 대대적인 깜짝 생일 파티를 보고 자신도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같이 사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그런 광경을 그린다.

허나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고 있는 세경의 입장에선, 동생의 생일 아침상에 미역국을 내줄 수 없을 정도로, 주인집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침 집안에 아무런 일이 없어서, 세경은 동생 신애의 생일을 챙겨줄 수 있게 되어서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함께 분식집에 가서 신애가 그토록 좋아하는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을 잔뜩 사먹이고, 길거리 좌판에서 예쁜 머리핀도 사주고, 케잌까지 사다가 해준다.

허나 어린 신애는 그보다 더한 것을 바란다. 처음 그런 신애의 모습을 봤을때는 ‘철없는 것’이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그녀의 나이를 곰곰이 헤아려보곤 필자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꼈다.

 

이제 겨우 열 살. 신애는 아직 어린아이다. 부모의 사랑과 주변의 사랑에 너무나 고픈 나이. 지금은 생일이 되어도 상당히 무덤덤한 나이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만 해도 생일은 나에게 하나의 중요한 날이었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그 날만큼은 주변의 사람들이 마치 날 왕처럼 대접해줬기 때문이었다.

갖고 싶은 비싼 장난감을 마구 선물해주고, 평상시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일년에 단 하루 가능한 날. 그런 마법같은 날이 일어나는 날을 마냥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져보면 어린아이가 생일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사랑이나 애정이란 단어의 뜻이나 의미등은 아직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자신의 느낌으로 주변의 관심으로 자신이 내내 사랑받는 존재이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또한 표현하고 싶은 것일게다.

 

그래서 신애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언니 세경이 현실의 벽에 부딪쳐 주인집의 눈치를 보며 변변한 생일상도 못 마련하고, 평소 신세를 지던 줄리엔에게조차 미안해서 말하지 못하는 세경의 마음은 전혀 헤아릴 수 없다. 그게 맞다. 신애는 어린애니까.

신애는 세경과 함께 외출을 한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생일 축하해’혹은 ‘서프라이즈’라고 하며 우르르 몰려와 생일축하를 해주지 않을까 내내 기대한다. 심지어 집에 들어와서도 아직 순재네 식구들이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은 것임에도 내내 그들이 숨어있다가 나타나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잔인한 현실은 신애의 그런 기대를 끝내 저버린다.

 

결국 신애는 일기를 쓰고 지쳐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꿈속에서조차 순재네 식구들이 몰려와 ‘생일 축하해’라며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것을 내내 그린다. 거기까지 보자 너무나 서글펐다. 이제 열 살에 지나지 않는 신애에게 너무 <하이킥>의 현실의 무게를 더한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슬픈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 신애의 생일에 해리가 반전을 가한다! 해리는 신애의 일기를 베끼기 위해 몰래 들어와서 보곤 생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부리나케 돼지저금통을 들고 가서 문닫기 직전의 제과점에서 케잌을 사오고,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여 모두가 신애의 생일을 축하하게끔 만든다.

잠들어있던 신애는 세경의 손길에 깨어나 자신이 그토록 고대하던 정말 깜짝 생일파티를 맞게 된다. 아! 얼마나 감격스럽던지...해리는 예의 다정스런 말대신 케잌의 크림을 손으로 떠서 신애의 얼굴에 묻히며 괴롭(?)힌다. 두 소녀가 웃으면서 서로 도망가고 얼굴에 크림을 묻히는 광경은 한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사실 그동안 해리네 식구들에게 쌓인 감정이 많았다. 순재네 식구들은 가사도우미인 세경을 너무 부려먹었고, 세경-신애 자매에게 제대로된 공간하나 내주질 않았다.

그래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해리네 식구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정보석은 신애에게 다음날 선물을 사주기로 했고, 현경은 다음에 뷔페에 데려가기로 했다. 자기밖에 모르는 순재 역시 생일을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약간의 채근을 했다. 준혁 역시 다음날 선물을 사주기로 했다.

준혁은 원래 신애에게 다정해서 당연히 그런 소리를 할 줄 알았지만, 모든 식구들이 신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선물을 주려 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 그래서 해리네 식구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세경-신애 자매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집 식구들은 뭔가 하나이상 부족한 인물들이었다.

 

해리는 자신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요즘 아이였다. 세경과 신애를 발톱의 때로 여길 만큼 건방지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신애를 괴롭히려고 장난감 물총이나 쏘고, 먹을 것을 빼앗던 철부지 아이가, 이제 신애를 위해 자신의 돼지저금통을 깨고 식구들에게 알려 깜짝파티를 해줄 만큼 마음씀씀이가 넓어진 것을 보곤 그저 놀랐다. <하이킥>이 다른 시트콤과 차별화되는 것은 단순히 웃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은 성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어른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충분히 어린아이 입장에선 원하는 생일 파티와 그걸 해줄 수 없는 세경의 처지가 대비되고, 거기에 다시 어린아이로써 신애가 원하는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해리의 행동을 보면서 달콤쌉싸름한 우리네 인생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신애를 위한 해리의 감동적인 깜짝파티가 있었던 <하이킥> 100화는 우리가 왜 <하이킥>을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 에피소드라 여겨진다. 이런 <하이킥>이 3월이면 끝난다는 사실이 왠지 벌써부터 아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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