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블로거, 가수 강산에를 인터뷰하다!

朱雀 2010. 2.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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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한 까페에서 가수 강산에와 블로거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필자는 이전에 ‘김C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인연으로 다시 한번 초대되어 그 자리로 향했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은 닉네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파워블로거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었다. 그중에는 악랄가츠님처럼 오프라인 상에서 일면식은 없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친하게 지내던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 참 큰 수확이었다.

 

가수 강산에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후 3시 약속이었는데, 약 15분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강산에를 보았을 때는 그인지 몰라보았다. 앨범 자켓과 TV등에서 본 그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다른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을 통해 봐서 알겠지만, 그는 제법 풍성한 수염과 넉넉한 웃음을 보여주었었다.

 

처음 그가 던진 질문은 ‘블로거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블로거들을 웃음 짓게 했다. 피당의 탁현민 대표는 강산에를 두고 ‘가장 아날로그 적인 인간’이라고 했다. 탁현민 대표는 강산에와 블로거의 인터뷰를 갖게 된 동기로 그전까지 ‘언론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편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산에는 ‘다들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안 편하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좌중에 웃음을 안겨주었다.

 

이번 인터뷰는 또한 김C와 마찬가지로 ‘어쿠스틱 레인보우’라는 이름의 콘서트홍보도 겸하고 있었다. 가수 강산에는 인터뷰에 앞서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탁현민 대표를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이유인 즉슨,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였다.



가수 강산에는 시종일관 솔직담백한 토크와 인간미 넘치는 자세로 참석한 이들의 눈과 귀를 모았다.


 

 

강산에 : 이분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분들인가? 몰라서 그런다. 가르쳐 달라.

 

블로거 : 개인마다 자기 홈피를 갖고 있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홈피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를테면 방송-연예-여행 등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강산에 : 일단 마시면서 합시다. 술이 아니라서 아쉽네요.

 

블로거 : 예전엔 헤어스타일이 지금과 달랐던 것 같은데, 헤어스타일의 역사는?

 

강산에 : 내가 원래 곱슬머리라서 처음엔 스트레이트 파머를 하고 다녔었다. 그것부터 시작해 그걸 풀고 레게머리를 해보고,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봤다.

 

탁현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머리스타일은?

 

강산에: 개인적으론 ‘연어’ 앨범을 냈을 때. 요즘은 별로 해보고 싶은 머리스타일이 없다.

 

탁현민: 레게 머리를 하고 있을 때 에피소드가 많았던 걸로 아는데?

 

강산에: 레게머리때는 스스로의 혼란스러움 때문에 여행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 나만 잡아서, 따로 사무실로 데려가서 짐검사 다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당했다.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당시 영어 표현을 배웠다. ‘돈 저지 오브 마이 커버’라고 써먹었는데, 그쪽에서 ‘이즈 마이 비즈니스’라고 해서 할 말이 없었다.

 

탁현민: 머리를 레게로 했을 때, 물기를 묻히면 안되는 걸로 안다.

 

강산에: 내 머리를 갈래를 땋아서 했는데, 20여일 동안 머리를 안 감았다. 20일 후 풀면 머리가 잘 엉킨다. 그걸 브로시로 손질해서 하고 다닌다. 이게 다닐 때도 불편하고, 특히 그런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참는 거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신기한 건, 단계가 넘어가면 머리가 안 간지럽다. 보통 2-3일에 한번씩 감는데, 그 주기 때마다 미치는데, 1주일 되면 자기한테서 나는 냄새가 심하다. 그런데 20여일 지나면 냄새가 안난다.

 

블로거: 여행을 좋아하는가?



 

강산에: 여행을 가야되겠다는 생각보다, 친구를 찾아 가는 경우가 많다. 주로 나는 친구가 있는 곳에 가서 그 주변의 음식과 문화등을 본다. 만약 L.A로 가면 L.A 주민이 되고, 태국에 가면 태국인이 되어버린다. 지역적인 맛과 냄새 그리고 언어등을 맡게 된다. 여태까진 그래왔다.

 

탁현민: 음악에 여행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본질적으로 떠다니는 캐릭터? 고정되지 못한 인물이란 느낌을 주변 사람들이 많이 받는다.

 

강산에: 이제는 정말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다닌다.

 

일동 웃음.

 

블로거: 방송에서 보기 어렵다. 특별히 방송을 멀리 하는가?

 

강산에: 그런 건 아니다.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난 가벼운 사람인데,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다. 물론 한때는 물에 뜬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했다. 성격이 그런 것도 있고, 당시엔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섞여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그땐 청춘이었으니까. 내가 가기 싫은 곳에 안 가다보니, 말 붙이기 어려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방송이 날 멀리했다. 아!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예전에는 방송작가들이 와서 그랬다. ‘강산에씨, 멘트 뺐는데 괜찮죠?’ 그 당시에는 융통성이 없었다. 엠씨가 물으면 곧이곧대로 듣고 대답하는 스타일이었다.

 

내 앨범을 듣고 묻는 게 아니라, 작가가 써준대로 묻는데, 내가 ‘아! 그건 아니구요’라고 대답해버렸다. 그래서 엠씨가 당황하는 일이 많았었다. 방송작가들이 내 멘트를 없애고, 노래만 나간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김영삼 대통령을 ‘영삼이 아저씨’로 발언해서 매니저와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블로거: 혹시 TV 보나?

 

강산에: 3년 동안 TV만 봤다.

 

블로거: 혹시 걸그룹에 대해 관심이 있나? 아이돌이 노래를 위해 예능에 나오는데 그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산에: 그런 프로는 내가 안 본다. 거기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신경을 안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주의다. 요즘엔 ‘썬댄스채널’에 꽂혀서 보고 있다. 거기에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자극과 영감을 받는다. 뭔가 나를 움직하게 동력을 받는다.

 

블로거: 레인보우 콘서트 두 번째 인데, 테마가 있다면?

 

강산에: 테마는 없다. 그건 연출자님이 한 거다. ‘소수자들을 위한 것들을 알리자’였는데, 직접 메시지를 알리는 부분이... 그 자체로는 좋은데 공연을 딱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굳이 컨셉이라면 ‘어큐스틱’이다.

 

탁현민: 이번에는 ‘어쿠스틱 블록버스터’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운데에 무대를 만들고 어쿠스틱한 연주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들이 무대를 빙둘러싸서 앉고, 심지어 주자들도 서로 마주보며 공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의 공연은 강산에씨와 나도 하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강산에: 오는 내내 ‘이들이 나한테 뭐가 묻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장기하가 말했던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뭘 하든지 간에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것을 하고 싶다. 이걸 통해서 예전에는 나밖에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나는 뮤지션이지 사회운동가는 될 수 없다.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파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것이 되고, 다양한 뮤지션들이 페스티벌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블로거: 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여행-산행 등등

 

강산에: 그걸 포함한 모든 것들이다. 이렇게 대화하는 것. 하다못해 차를 한잔 마시면서도 그렇다. 예전에는 와이프한테 ‘너는 눈에 구멍이 났느냐?’라는 핀잔을 들었다. 나는 봐도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탁현민: 아티스트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선 세심하게 기억해낸다.

 

강산에: 내가 ‘와그라노’라는 노래를 만들게 된 것이 조쉬하트리 사막을 여행할 때의 일이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베이스 캠프 위를 날아갔다. 그 친구가 나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인 것 뿐인데 나도 모르게 ‘쟤 와그라노?’했다. 그게 공명이 되면서 듣기에 좋았다. 그곳은 굉장히 조용한 곳이라, 우리가 얼마나 소음속에서 사는지 알 수 있다. 주변 1-2킬로내의 소리는 다 들린다. 그전까지는 사투리에 대한 창피함 등이 있었는데, 그땐 소리가 공명되는데 마치 히스페닉 소리처럼 들렸다.

 

지방색이다라는 관념을 벗어나서 소리로 들으니, 그 자체로 그루브하고 음악처럼 들렸다. 그런 것이 ‘나의 영감이다’

 

블로거: 아끼는 후배나 가수가 있다면?

 

강산에: 내 밴드들. 요즘엔 바비 킴을 만나고 있다. 근데 좋다. 처음 나왔을 때는 귀에 착착 감겨 좋았다. 그리고 최근엔 홍대 근처의 뮤지션들을 만나는데,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 요즘 앨범도 안나왔지만 ‘십센티’ ‘골든팝스’등 어마어마하게 많다.

 

가수 강산에와의 인터뷰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강산에는 시종일관 사람 좋은 웃음과 편한 말투로 블로거들을 편안하게 대해줬다. 하필 미팅 장소인 까페에 블라인드가 없어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 눈부신 상황속에서도 별다른 불평없이 성실하게 인터뷰를 해줘 참석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줬다.

 

강산에와의 인터뷰는 참석한 블로거들에게 가수 강산에의 인간미를 느낀 좋았던 시간과 장소로 기억될 듯 싶다. 오늘 홍대근처 소극장에서 있을 그의 ‘어쿠스틱 레인보우’공연이 부디 성황리에 끝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가수로서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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