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캡처없이 글만 쓰라는 SBS

朱雀 2010. 3. 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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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없이 글만 쓰라는 SBS

 

어제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키고는 몹시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 블로그에 작년에 올린 세 개의 글이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다음에 문의해보니, 글이 아니라 캡처한 사진 때문에 sbs측으로부터 삭제요청이 들어왔고, 처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왜 그런지 sbs에 연락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시청자의견실에 전화했다가, ‘해당부서가 아니다’‘어디서 요청했는지 확인해봐라’해서, 몇 번 다시 확인 끝에 sbs 컨텐츠 허브 측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단 오늘 아침에 해당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해보니 일단 ‘sbs의 컨텐츠이기 때문에 (자사의) 허가없이 이미지를 쓸 수 없고, 글만 쓰라’식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순간 너무 울컥해서 뭐라 하려다가 말 그대로 고객 응대하는 분이고, 담당자도 아닌지라 일단 이야기를 듣고 끊었습니다. -고객센터 분에게 일단 담당자분에게 몇 가지 물어봐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캡처는 하나도 안되는 것인지 등등...

 

혹시나 싶어서 어제 밤늦게까지 제가 쓴 SBS관련 포스팅의 모든 이미지는 일단 삭제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일단 느끼는 것은, 방송사가 ‘저작권’을 들어 블로그의 리뷰까지 그 대상으로 삼은 점입니다.

 

현 저작권법으론 드라마 캡처의 경우(갯수에 상관없이) 해당 방송사에서 ‘저작권 침해’로 걸면 모두 걸리는 것으로 압니다. 결국 현재 TV관련 리뷰나 포스팅을 하면서 블로거가 임의로 해당영상에서 캡처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모든 글은 ‘저작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SBS지만, 이는 곧 MBC-KBS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이를 보고 제가 매우 우려하는 바는 우선 블로거의 자유로운 비평활동의 위축입니다. 법침해에 대해 매우 민감한 우리로선 '저작권 침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 앞에서 떨릴 수 밖에 없고, 또한 이미지없니 해당 방송의 리뷰를 쓴다는 것은 쓰는 이도 읽는 이에게도 매우 김 빠지는 일이지요.

 

당연하지만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sbs관련 리뷰는 단 한개도 올리지 않을 예정입니다(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때때로 날선 비판도 많이 했지만, 좋은 드라마나 출연 배우의 연기가 좋을 경우 호평을 했고, 이는 운이 좋아 다음 메인에 떠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상당한 일조를 했다고 여겨집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블로거님들께서 그리 하셨습니다. 결국 우린 돈 한푼 받지 않고, 방송에 대한 애정으로 때론 채찍질도 하고, 때론 환호성을 보내고 더 잘될 수 있도록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활동을 일개 ‘블로거’라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몹시 서운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만약 제가 동영상을 올렸다면 이리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캡처를 수백장을 해서 드라마 방영등에 지장을 줬다면 그렇습니다.

 

다음은 sbs측의 태도입니다. 저 역시 드라마등의 캡처가 어떤 측면에서는 방송사에 분명 손해를 끼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를테면 수백장을 캡처해서 올리거나, 출연배우나 연예인의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는 경우등등...

 

이런 경우가 있다면 미리 사전고지를 하거나, 캡처는 6개 이하로 해달라는 등 ‘어떤 가이드 라인’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가이드라인 제시는 없었습니다. 저 역시 저작권법을 최대한 준수할 것이며, 다른 이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충분히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다못해 방명록에 ‘저작권 침해의 여지가 있으니 이미지 삭제를 부탁한다’고 정중히 부탁했어도 충분히 그리 했을 겁니다. 그런 모든 과정없이 (현행 저작권법을 근거로) 무조건 ‘저작권 침해’로 다음 센터에 신고부터 한 sbs측의 행동은 개인적으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정은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조치를 당한 블로거의 입장에선 몹시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게 사실입니다.

 

TV리뷰에선 해당 방송이나 드라마의 드라마 이미지 캡처 몇장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그림없이 글만 쓰라’는 고객센터의 발언은 우리 블로거를 단순히 ‘잠재적 범죄자’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합니다. 기자에겐 면책특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사의 해당방송 캡처를 임의대로 써도 '저작권 침해'로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디지털 시대의 블로거는 뭘까요? 그냥 시청자? 아니면 블로거 기자?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도네요.

저작권 침해 때문에 벌벌 떨면서 초창기에 모든 사진을 삭제한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조만간 모든 드라마 리뷰의 사진을 삭제해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인상깊게 본 드라마의 장면 몇 개조차 캡처할 수 있는 시대...참 어떤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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