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정신상태를 의심케 하는 ‘하이킥’의 결말

朱雀 2010. 3.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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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대장정을 어렵고 힘들게 마친 <하이킥>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고, 서로 관련 게시판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세경과 지훈이 죽으면서 끝나리라곤 차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하이킥’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반대여론이 불을 뿜으면서 쏟아져 내리고 있다. 개중에는 욕설은 물론이요 저주까지 퍼붇고 있다. 왜 사람들은 김병욱 PD의 결말에 그토록 화를 내는 것일까?

우선 그것은 김병욱 PD가 ‘희망’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신세경은 태백산맥에서 동생과 단 둘이 올라와서 이순재네 집에서 어렵사리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아버지와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왔다.

 

그리고 세경은 끝날 때야 어렵사리 아버지를 만나 타이티로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나 마음 속 깊이 사랑했던 지훈을 만나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둘은 그만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물론 교통사고를 당하는 결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났다는 뉴스화면과 황정음이 ‘3년전 사건’을 운운하며 ‘그때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도’등의 암시는 확실히 두 사람이 사고를 당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만약 (그럴 일은 없지만) 김병욱 PD가 인터뷰 등에서 ‘사실 두 사람은 그 사고때 살았다’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이는 ‘시청자 기만’에 속한다.

 

우리가 시트콤을 보는 이유는 웃음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다. 아무리 욕심이 난다고 해도 시트콤을 벗어나서 ‘정극’에서나 보여줄 수 있는 마무리를 짓는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막바지에 가까워질수록 <하이킥>은 황정음이 웃음기 없는 진지한 연기를 하는 등 대다수의 연기자들이 너무나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다. 어느 시청자가 지적한 것처럼 ‘그렇게 정극에 욕심이 났다면 시트콤이 아니라 드라마를 했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을 참고 기다린 것은 행복한 결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끝맺음은 해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중요한 인물인 세경과 지훈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그녀의 소중한 가족인 아버지와 동생 신애는 평생 멍에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이게 시트콤인가? 누구말마따나 다신 재방송도 보기 싫은 싸이코드라마가 되버리고 말았다.

 

김병욱 PD는 그동안 누구보다 앞선 감각과 장인정신으로 국내에서 짝을 찾기 힘든 시트콤들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 너무 심했던 것 같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하이킥>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풍자와 해학등을 통해 의미있는 웃음을 줘왔다.

그러나 끝맺음을 황당하게 해버림으로써 그동안 <하이킥>이 보여줬던 모든 메시지를 스스로 허망하게 묻어버리고 말았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황당하고 끔찍한 결말로 최악의 시트콤으로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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