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문근영과 서우는 서로를 정말 싫어할까? ‘신언니’

朱雀 2010. 4. 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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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6화에서 확실해 졌지만, 문근영이 연기하는 은조는 ‘악역’이 아니었다. 자신의 어머니 이미숙이 ‘돈’을 목적으로 김갑수에게 시집오고, 8년간 살아온 사실을 새삼 절감하고 울부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우와 문근영의 사이는 어떨까? 겉으로 보면 두 사람의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나빠보인다. 또 서로에게 상처입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화를 돋구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정말 두 사람은 서로 미워할까?’

 

필자의 의견은 ‘아니다’다. 만약 문근영이 서우가 정말 밉다면, 혹은 정말 싫다면 대성도가의 광고모델로 서우를 썼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TV광고는 효과가 크며, 광고가 호평을 받는다면 모델인 서우 역시 발레리나로서 다른 기회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 설혹 발레리나로 각광받지 않는데도, 그녀에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 광고모델이나 연예인등으로 말이다- 드라마속 문근영은 모델비를 아끼기 위해 서우를 기용한 것처럼 쓴다. 그러나 정말 돈이 없어서 일까?

 

사업에 충실한 문근영은 카메라로 서우의 모습을 테스트해본 후,‘너 예쁘다’라고 한 마디 한다. 이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차적 의미는 말 그대로 ‘외모적’인 것을 말한다. 극중 서우는 마치 공주처럼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십명의 남자가 그녀를 따라다니며, 수시로 애인을 바꿀 만큼.

 

두 번째 의미론 그녀가 받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본다. 서우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문근영의 어머니 이미숙은 마치 친엄마처럼 챙긴다. -물론 꿍꿍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의 어머니가 서우를 챙기는 모습은 별로 기분 좋을 리는 없다- 대성도가 식구들은 서우를 엄청나게 사랑한다.

 

그런 모습은 8년전부터 봐온 문근영의 심정은? ‘부러움’이다. 문근영은 살면서 여태가지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녀가 받은 사랑이라곤 어머니 이미숙에 의해 다소 삐뚤어진 애정 뿐이다. -덕분에 그녀는 그 질긴 모성에도 벗어나고자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할 뿐이다-

 

따라서 모든 이의 사랑 속에 빛나는 서우는 문근영에게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인물이다. 문근영이 서우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고, 그녀의 진심을 거부하고, 화를 내는 것은 ‘부러움’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허나 동시에 문근영은 서우에게 ‘애정’이 있다. 5화 마지막에 보면 문근영은 술취해 잠든 서우를 위해 이불을 덮어준다. 이건 문근영의 서우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은 장면이다. 정말로 싫어하는 이를 위해 이불을 덮어주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문근영은 서우에게 ‘꿈은 있니?’라며 도발하지만, 그건 그녀의 입장에서 ‘충고’였을 뿐이다. 문근영이 보기에 서우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 따라서 ‘꿈’만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녀의 삶은 ‘완벽해 질 수’ 있다. 그런데 서우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문근영의 눈에 그렇게 비친다-

 

사람마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문근영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고? 그녀는 이전까지 하루하루가 전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집에 와서 풍족한 삶을 살게 되었음에도, 쫓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더욱 절실히 ‘공부’와 ‘일’에 매진했다. 서우에겐 그런 절실함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만큼 문근영에겐 마음의 폭이 넓지 못하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삶은 그녀에게 '상냥함'은 위선이라고 가르쳐 줬고, 따라서 문근영이 서우에게 건네는 충고들이란 하나같이 송곳처럼 찌르는 뽀족한 말뿐인 것이다.

 

반면, 서우는 어떤가?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그녀는 어느날 새어머니와 언니가 생겨 좋아했다. 그러나 지내면서 그녀는 슬슬 현실에 눈뜨기 시작한다. 새어머니 이미숙은 사실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언니 문근영은 자신에게서 소중한 것을 하나씩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숙-문근영 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버지 김갑수는 서우에게 끔찍했다. 아무리 화가나도 서우가 애교를 떨면 풀릴 정도로. 그러나 새어머니 이미숙이 나타나면서 달라졌다. 아버지의 눈은 언제나 이미숙을 향해 있으며 애정이 가득 넘친다.

 

원래 착했던 서우는 그걸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섭섭하다. 그 어머니는 순수한 마음으로 온 것이 아닌 걸 그녀도 이제 슬슬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근영을 향한 서우의 마음은 복잡하다! 문근영은 서우가 내민 마지막 선물까지 거절할 정도로 모진 인사다. 게다가 군입대를 위해 대성도가를 떠난 천정명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서우편에 부탁했다. 비록 스페인어로 적혀 있어 자세한 뜻은 알 수 없지만, 문근영을 향한 애정이 담뿍 담긴 편지라는 사실을 서우가 모를 리가 없다.

 

하여 서우는 문근영을 정말 미워하게 되었다. 6화 처음에 ‘기훈오빠와 사귄다’고 거짓말한 것은 문근영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함께 가고 있는 차안에서 ‘물어보면 뭐든 말해줄텐데’라는 속마음은 그녀의 다른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우는 문근영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왜 그러냐고? 그녀에겐 누군가를 온전하게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장과정을 보면,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인물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고, 자신이 그 상대를 미워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물이다.

 

물론 극중 문근영은 매우 유능한 인사로 연구소에서 수시로 밤을 지새고, 대성도가를 몇배 큰 회사로 만들었으며, 모두가 믿고 의지하고 칭찬하는 인재로 거듭났다. 그에 비해 발레단 오디션에 번번히 떨어지며, 어느새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무능력은 자신은 공주에서 초라한 인물로 변하고 말았다.

 

따라서 서우에겐 분명 문근영을 향한 열등감과 질투도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순적인 마음도 있다. 마치 5화에서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면서도 결국엔 문근영의 입술에 맺힌 피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근영과 서우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들은 서로에게 ‘거울’인 동시에,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벽이 높게 쌓여진 인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아마 그렇게 서로를 오해하고 질시하고 또한 서로 모르게 위해주면서 미움과 질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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