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무조건 낳으라고? ‘해피버스데이’

朱雀 2010. 5. 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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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밤 11시쯤엔 <해피버스데이>가 방송되었다. <해피버스데이>는 국내에선 드물게 ‘출산’을 가지고 예능를 만든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경규가 메인 MC로, 이수근을 보조로, 게다가 출산한 김지호, 임신 4개월차의 김성은, 그리고 아이돌 제시카까지 포진시켜 얼마나 KBS가 <해피버스데이>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첫회엔 초대손님으로 박명수와 이승연이 나와 각각 자신의 딸을 소개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해피버스데이>는 프로그램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저출산 시대를 맞아’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내가 <해피버스데이>에 불만을 갖게 된 것은 그 지점부터다.

<해피버스데이>는 아기를 하늘에서 준 선물로 표현하며, 아기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출연자들이 서로 자신의 아이들을 자랑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모성애와 부성애를 자극시킨다.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떠들썩하게 난리를 피우며 축제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출산을 기피하게 되었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취직을 하지 못해 백수로 사는 20-30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늘날 88만원 세대는 이제 보통 명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44만원 세대라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까지 넘쳐나고 있다.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일단 어느 정도 ‘양육’이 가능할 때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가?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물론이요, 부부중 한명은 꼼짝달싹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이가 3-4살만 되도 사교육을 시키고, 다달이 몇십만원이 깨질 정도로 끔찍하게 ‘돈’이 들어간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올라갈 때마다 그 액수는 몇배로 불어난다. 그렇게 어렵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대기업 취직은 장담할 수가 없다.

 

만약 운 좋게 대기업에 취직해도 언제 짤릴지 모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예전에야 아이를 낳으면 마을 공동체에서 어느 정도 키워주었지만, 오늘날은 철저하게 해당 가족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아기를 낳아도 문제다. 턱없이 높은 사교육 비용 등으로 부부가 맞벌이 하지 않고는 대다수의 가정은 육아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마음 놓고 아기를 맡길 곳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보육원 등의 한달 비용은 정말 비싸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가정에선 남성과 여성 중 한쪽이 아이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한참 일할 시기의 유능한 인재를 잃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전에는 흥부네가 아이를 많이 낳는 사회였다면, 오늘날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부의 상징’이라고 해도 좋을 시기가 되어버렸다.

<해피버스데이>에 아쉬운 것은 ‘왜’와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 자체로 <해피버스데이>는 유쾌하고 재밌고 아기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무조건 낳아라’외엔 달리 주는 메시지가 없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은 당장 일자리 걱정으로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세상이다.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이런 출산 장려 예능프로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낳아라’식의 목표설정과 저출산으로 인해 ‘2500년경에는 한국이 사라질지 모른다’식의 공포조성은 옳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왜 저출산 현상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자리도 없는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떻게 결혼할 것이며, 아이를 낳을 수 있겠는가?



하나를 낳은 가정은 경제적-육체적 비용을 더 치를 수가 없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아이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피버스데이>는 예능이다. 따라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고칠 수는 없다.

그러나 <1박 2일>이 어려운 고장을 찾아가 관광상품을 만들어내고, <청춘불패>가 유치리의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듯이 뭔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테면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탁아소’ 건립을 추진한다던가, 아니면 보육원에 다닐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찬가지로 ‘보육원’을 건립한다던가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젊은 남녀는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그러나 경제적-사회적-육체적 이유로 못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고충을 무시한 채 그저 ‘아이만 낳아라’라고 외친다면 <해피버스데이>는 시청자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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