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비-이효리보다 웃겼던 허풍쟁이 이준

朱雀 2010. 5.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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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방송된 <해피투게더>엔 잘 알려진대로 비와 이효리가 출연했다. 그들이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이유는 신곡을 발표했지만, 홍보할 기회가 많지 않은 탓이었다. -두 사람이 선선히 이유를 댈 정도였다-

비는 확실히 이번 앨범은 ‘밉상 전략’으로 가기로 했는지, 예의 다른 예능 프로에 출연했을 때처럼 전 소속사 사장인 박진영과의 일화를 (비호감스럽게) 이야기하고, 아침엔 요조숙녀이고, 밤에는 요부가 이상형이란 등의 말들을 했다.

이효리는 이전부터 다양한 예능에 나와 주름 잡았던 것처럼 안정적이고 위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의외였던 건 엠블랙의 이준이었다. 이준은 ‘리틀 비’란 별명을 가지고 있고, 비가 키우고 있는 엠블랙의 일원이다.

 

그는 그동안 비의 후광을 입어 여러 차례 예능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남기지는 못했다. 자신만의 ‘캐릭터’가 없는 탓이었다. 이건 이준이 잘못했다가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인 탓이다.

오늘날 방송계에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구축한 캐릭터를 고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방송계에서 남들보다 튀는 캐릭터를 개발해내고 유지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가수가 본업인 이준에겐 더더욱 말이다.

허나 오늘날처럼 가수가 인기를 끌기 위해선 예능의 성공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는 엠블랙에겐 필수과제였다! 특히 누구보다 예능에 출연할 기회가 많았던 이준이 반드시 해내야할 숙제였다.

그리고 지난 13일 방송된 <해피투게더>에서 이준은 그걸 웬만큼 해냈다고 여겨진다. 초반에 비와 이준은 서로 사장님과 사원의 역할을 연기했다. 이준은 비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치킨 먹고 싶어요’라고 애교를 떨었더니, 연습생 시절 당시 ‘(노래랑 춤등을) 해봐’라고 시키고는 ‘이렇게 하고 치킨이 먹고 싶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지는 이준의 폭로는 점점 강도를 더했다. 비가 5만원 꺼내 왜 구기고, 밟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해변에서 갑자기 ‘여보 여보’를 했는지 알 수 없다. 라고 해서 비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기엔 비의 해명이 뒤따랐다. ‘5만원은 구겨도 가치가 변하지 않으니까, 너희도 그런 사람이 되라. 넌 나중에 애인이 생기면 호칭을 뭐라고 부를 거니?’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비는 이준이 ‘너무 부풀려서 말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다 결국 이준은 덜미가 잡혔다. 그의 허풍이 걸린 것이다. 이준은 유재석이 ‘(비와 이효리를 선배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주전체만큼’이라고 대답해서 큰 웃음을 줬지만, 허풍쟁이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후 이준은 새우를 먹었는데 팔뚝만 하다고 했다가 나중에 ‘랍스터’로 정정하고, 독일에서 주먹 만한 바퀴벌레를 봤는데 ‘표정이 보이더라’, 여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백통이상 걸었다’라는 믿기 힘든 허풍을 떨었다. 덕분에 출연자들은 ‘비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라는 식으로 옮겨갔다. 그렇지만 그런 비와 이준의 관계와 이야기 흐름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우선 비와 이준은 사장님과 직원 역할 분담을 통해 현대인들의 정서에 다가갔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상사 때문에 겪은 억울함이나 애환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비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한 이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준은 비 앞에선 얼지만, 막상 할말은 다해서 그를 곤란케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즉 ‘통쾌한 한방’이 있었던 셈이다.

 그뿐인가? 이준은 허풍을 계속 연달아서 해서, 다들 ‘믿지는 않지만 재밌게’ 만들어주었다. 즉 한마디로 그는 예능 프로에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한 것이다. 이준의 활약이 인상 깊은 것은 바로 그 전 방송까지 이준이 예능에 나와 자신만의 캐릭터나 색깔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피투게더>에 나와 나름 자신만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니, 꽤 인상깊을 수 밖에. 물론 이준의 현재 캐릭터는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우선 그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런 캐릭터와 능수능란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완벽한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유키스의 동호와 비스트의 두준 등이 활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이 이제라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소속그룹인 엠블랙과 비에게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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