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위태로운 처지의 문근영

朱雀 2009. 7. 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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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앙새님의 ‘문근영, 피겨드라마 늪에 빠지지 말라’ 를 보고 문근영이 올해 후반기에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직 확실한 소식 같진 않고, 검토중인 모양이다.

나도 피앙새님과 의견이 비슷하다. 그래서 문근영이 <질 수 없다>에 출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근영에게 좋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만약 성공한다고 해도 그녀의 배우 수명을 깎아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실패할 경우를 살펴보자. <트리플>도 그렇지만 피겨 드라마가 공공연히 회자되는 이유는 김연아의 인기 덕분이다. 척박한 국내 토양에서 세계 피겨퀸 김연아의 빼어난 외모와 실력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질 수 없다>는 여기에 무임승차하려는 걸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국내에서 언제 제대로된 스포츠 드라마가 나온 적이 있던가? 모두들 연애하면서 스포츠할뿐, 제대로 스포츠를 한 적이 없다. 열악한 국내 제작 시스템에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제대로 장르드라마가 나오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질수 없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로 성공한다 해도 오히려 문근영의 배우수명만 갉아먹을 뿐이다. 왜냐고? 문근영이 만약 <질수 없다>에 출연한다면 분명 피겨 선수를 연기하게 될 텐데, 그럼 십중팔구 10대 연기를 펼치게 된다. 물론 문근영은 동안이고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어서(게다가 아직 20대 초반이다) 별로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이후가 문제다.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해야 할 중요한 시기의 그녀에게 <질 수 없다>는 예전의 이미지를 재탕해 먹는 ‘시간낭비’ 드라마가 될 공산이 크다. 한시바삐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할 그녀를 오히려 기존 이미지로 몰아넣음으로 인해 배우수명을 단축시켜 버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질 수 없다> 피겨 드라마 출연을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

화제를 바꿔보자! 문근영은 잘 알려진 대로 기부를 많이하 는 천사표이며, 연기의 내공역시 상당하다. 또래에선 그녀와 대적할 만한 실력자가 없고 그녀보다 한참 선배인 이들과 견줘야할 정도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그녀의 이미지와 동안이란 사실이다! 우선 그녀의 이미지는 ‘국민 여동생’이란 예전의 별칭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문근영은 그 이후로 승승장구했다. <장화,홍련>,<어린신부>,<댄서의 순정>까지 그녀가 출연하기만 하면 모든 작품은 흥행했고, 문근영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심지어 ‘근영체’란 것까지 등장해 한때 모든 말의 끝을 ‘~영’으로 끝내는 유행까지 퍼질 정도였다.

문근영의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녀의 특유의 동안에 엄청난 연기내공을 펼쳐 남성팬들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중성적인 소녀의 이미지와 천사표 기부 등은 그녀를 전 세대가 모두 좋아하게끔 만들었다.

문제는 이제 문근영의 나이가 20살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진 ‘국민여동생’의 별칭이 부끄럽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근영 역시 나이를 먹고 브라운관과 은막에서 푸릇푸릇한 신인들이 치고 올라온다. 더 이상 어린 소녀의 이미지로는 배우 생명을 연장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때 문근영이 뽑아든 카드가 바로 <사랑따윈 필요없어>였다. 그러나 문근영이 연기한 류민은 거대 유산 상속자로 눈이 먼 소녀로 누군가가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 ‘약한 존재’였다. 따라서 그녀는 여기서 여인과 소녀의 중간쯤에 걸쳐 앉고 말았다. 운이 나쁘게도 작품까지 형편없었고, 당연히 흥행은 실패했다. ‘문근영의 시대도 이렇게 지는가?’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문근영은 2008년 <바람의 화원>으로 새롭게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드라마 흥행 보증수표인 박신양과 투톱으로 진행한 드라마는 원작의 휘광을 업고 걸출한 연출 등이 맞아 떨어져 결국 그해 연기대상까지 받는 기염을 토했다!

성공적으로 안방에 안착했지만 문근영에겐 여전히 소녀 이미지가 부담스럽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복귀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그녀가 맡은 신윤복은 남장여성이다. 즉 중성적 매력을 어필한 셈이다.

비록 문근영이 동안이었어도 효리처럼 글래머한 몸매의 소유자라면 쉽게 섹시한 이미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근영은  정상적인 체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아역배우가 성인 연기를 펼친다고 할 때, 옷 벗기는 연기를 많이 시킨다. 배드신 따위 말이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문근영의 배드신을 보고 싶어하는 이는 없다(그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근영은 맑고 깨끗하고 착한 그야말로 소녀의 이미지 그 자체다.

따라서 애초에 ‘섹시’ 컨셉 따위는 문근영이 갈만한 길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재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근영은 어떤 길을 취해야 할까?

우선 ‘소녀’의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녀가 인기를 얻은 이후 걸어온 행위는 자의든 타의든 소녀와 중성적 매력이 공존하는 이미지였다. 따라서 이젠 어떤 식으로든 거기서 나와야 한다. 동안인 외모를 망가뜨리는 것도 좋고, 너무 마른 그녀의 몸매를 뚱뚱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문근영이 그동안 TV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릴 때 그녀의 연기 내공은 상당해서 어떤 역할을 하든 매우 훌륭하게 수행할 거라 여겨진다. 따라서 현재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는 코믹 조연도 좋고, 주위에게 놀림을 받는 뚱뚱한 여성도 좋다. 아님 억척스런 시골 아가씨도 좋고.

한때의 스타가 아니라 백발이 될 때까지 꾸준하고 왕성하게 활약하는 그녀를 보고 싶은 입장에서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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