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최악과 최고의 캐스팅, ‘개인의 취향’

朱雀 2010. 5.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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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드디어 종영했다. 그러나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뭔가 급하게 결말을 맺으면서, 미진한 구석이 남기 때문이다. 허나 ‘재미있었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손예진은 초반엔 약간 어색한 면을 보여주었지만, 뒤로 갈수록 위력을 발휘했고, 종반에 접어들어서는 ‘역시’라는 탄성이 튀어나올만큼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민호도 초반에는 ‘에게’라는 말이 나왔지만, 나름 전진호에 자신을 맞춰갔고 결국엔 그와 전진호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보다 빛나는 캐스팅이 있으니, 바로 최관장 역의 류승룡이다! 미친 존재감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류승룡은 그러나 동시에 ‘최악의 캐스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류승룡이 나온 다음에는. ‘언제 또 나오지?’라며 그만 찾게 되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이민호와 손예진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데, 그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따지고 들어가면 그의 출연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그의 얼굴은 강한 인상이고, 풍채도 꽤 좋다. 따라서 처음 그가 자신을 성정체성을 밝혔을 때, 믿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류승룡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는 이민호를 너무나 애닯게 쳐다봐, 단박에 모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뿐인가? 이후 그를 사랑하는 게이남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정확히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미친 존재감’이나 ‘미친 연기력’이란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전까지 게이들이 단순히 여성스럽게 머리를 넘기거나, 목소리를 어색하게 여성화 시키는 것과 달리 류승룡은 애닯은 감정을 담아낸 눈빛연기와 자신의 볼을 마치 여성처럼 쓰다듬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사로잡았다.

게다가 어제 방송된 마지막회에선 위기에 처한 이민호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주면서 충분히 남성스럽게 보일 수 있는 장면임에도, 그를 사랑해서 ‘우정’이란 이름으로 돈을 빌려주는 게이남의 모습을 너무나 충실하게 그려냈다.

그뿐인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민호를 떠나보낸 손예진의 마음을 격동시켜 그를 찾아가게끔 만드는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한 때 자신이 사랑했던(아니 지금도 사랑하는) 대상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돈을 빌려주고, 애인끼리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사실 너무나 ‘작위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다채로운 감정이 녹아내린 눈빛과 풍성한 감정이 들어간 표정연기 그리고, 남성의 힘은 있지만 그 속에 깃든 여성적인 호소력으로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게이’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해나갔다.

 

덕분에 막방이기 때문에 돋보여야 할 이민호와 손예지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류승룡이 출연한 장면에서 너무나 거세 아우라를 뿜어냈기 때문이다. 반면 박개인의 아버지이자, 모든 사건의 열쇠를 준 박철환 교수로 등장한 강신일은 극의 전개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로만 작용했다.

자신의 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무뚝뚝한 말투로 밖에 표현하지 못해 오해만 당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하는 아내를 자신의 설계상의 실수로 보낸 후 20년이 넘도록 고난의 시간의 보낸 남자의 모습을 너무나 잘 그려냈다.

게다가 결국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딸의 존재와 직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처음엔 그토록 반대했던 이민호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멋지고, 무엇보다 부성애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선 나는 <개인의 취향>의 최고의 캐스팅은 강신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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