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SBS 드라마의 구세주 될까?

朱雀 2010. 6. 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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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즌을 맞아 SBS가 예상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물론 한국 대항전이 있는 날은 4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만, 자사의 드라마와 예능이 결방되는 바람에, MBC의 예능이 토요일을 점령하고, KBS의 <제빵왕 김탁구>가 방영된 지 2주 만에 2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1위로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는 SBS의 입장에선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월드컵은 축제다! 따라서 7월 12일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이후의 예능과 드라마등의 시청률로 광고를 받아와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이는 앞으로 매우 우려되는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SBS의 경우엔 비싼 중계료(약 1,100억원)를 내고 방송하는 월드컵 경기를 내보내지 않을 수 없고, 이 때문에 예능과 드라마를 결방시킴으로써 원치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만 셈이다 물론 22일부터 주요 드라마를 재개한다고 하지만, <나쁜 남자>를 비롯한 주요 드라마의 인기가 다시 회복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 아마 고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나쁜 남자>가 순위를 다툴 수목극엔, 이번주 부터 소지섭-김하능-윤계상 등이 주연하는 <로드 넘버원>(6/23일 방영)이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소지섭이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이 보장된 상황에서 작품까지 괜찮으면, <나쁜 남자>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가능성(<제빵왕 김탁구>에 밀려 3위로)까지 있다.

 

이렇게 될 경우, SBS에서 수목극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밖에 없다. 흥행보증수표인 홍자매가 집필하고, 이승기-신민아가 주연하기 때문에 일단 일정 수준이상의 시청률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SBS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나쁜 남자>가 1위를 차지하고, 후속작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수목극 1위를 차지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여태까지 홍자매가 집필한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적은 없지만, 항상 흥행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1위가 아니라 2위밖에 못할 경우(<아이리스>에 밀려 <미남이시네요>가 그랬던 것처럼) SBS 입장에선 매우 난감해진다. 물론 최근에는 다운로드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고, 온라인 광고 시장도 어느 정도 활성화 되어 있지만, 공중파 광고 시장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SBS는 2002년과 비교해 무려 3배 이상으로 뛴 중계권료를 지불한 것(그것도 혼자서)으로 알려져 있다.-약 1,100억원을 들였는데, 16강 진출이 좌절될 경우 650억 정도만 회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약 450억원의 적자란 무척 심각한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해도 중계권료를 다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까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SBS의 입장에선 드라마와 예능의 흥행은 중계권료를 회수하고, 공중파 1위를 선점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SBS가 ‘코리안 풀’을 포기하고 무리한 단독중계를 나선 것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국가대표경기가 있는 날은 제외하곤 MBC와 KBS의 드라마와 예능을 찾아보고 있다. 한마디로 SBS의 예상이 빗나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석이 투입될 예정인 일요예능을 빼놓고, 다른 요일대의 예능은 1위는 커녕 원위치 복귀도 어려워 졌으며, 드라마 역시 잘 나가던 <나쁜 남자> 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또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좋은 평가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로드 넘버원>(혹은 후속작이나 KBS의 드라마)에 밀려 2위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럴 경우, 단순히 드라마 흥행의 문제가 아니라 가뜩이나 어려운 SBS의 퍽퍽한 살림살이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홍자매-이승기-신민아가 포진한 드라마가 공중파 수목극 1위를 차지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KBS가 <제빵왕 김탁구> 후속으로 <추노>의 제작진이 뭉치고 비-이나영이 주연한 <도망자>를 편성한다면, SBS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마저 SBS에게 뺐겨 독을 품고 있는 MBC와 KBS로선 어떻게든 비장의 수를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예능과 드라마 순위 판도를 여태까지처럼 그냥 흥미위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여기엔 방송 3사의 자존심과 (어쩌면) 존립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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