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명강연을 듣다!

朱雀 2010. 7. 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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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3시 노원문화예술회관 1층 대공연장에선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강의가 있었다. 제목은 ‘디지털 시대 이해하기’였다. 재밌는 점은 내가 노원구에 살고 있는 시민인데도 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트윗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연주 전 KBS사장이 강연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기사등을 통해 뒤늦게 알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게으른 탓에 시작시각인 오후 3시 조금 못 미쳐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연주 강사님(이제부터 편의상 그냥 ‘강사님’이라 표기하겠다)의 인상은 후덕해 보이셨다. 본인께서 들으시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딱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보이셨다.

 

-지금부터 쓰는 이야기는 정연주 전 KBS 사장님의 이야기에 필자의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한 것이다. 따라서 강사님의 이야기와 다소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정연주 강사님이 초반에 보여주신 허블 망원경과 은하계의 사진. 왜 이런 사진을 보여줬는지는 강의 말미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 강사님께서 ‘디지털 이해하기’란 화두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실지 궁금했다. 그런데 시작은 뜬금없어 보였다. 바로 우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크기는 약 150억 광년이며, 1광년은 빛이 1년동안 가는 거리라는 설명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야기는 약 45억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로 넘어가 고생대-중생대-신생대를 거처 인류에 이르고, 다시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를 거쳐 18세기말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난 속으로 ‘왜 디지털을 이야기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우주와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내내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정작 디지털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강연 말미에 가서야 조금 등장했다.

 

예전에는 약 4억원이나 했던 방송카메라가 지금은 겨우 약 400만원으로 싸고 가벼워지고 성능이 훨씬 좋아졌으며, 편집기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가볍고 간단하고 쉬워졌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에선 ‘1인 미디어’가 가능해졌고, UCC와 블로그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이야기가 펼쳐졌다.

 

물론 개인적으론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오늘날의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강사님께서도 지적하신 부분이지만, 오늘날 정보란 인터넷에 넘쳐난다. 그냥 넘쳐나는 정도가 아니라, 바다와 같이 많아 그중에서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게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편리하고 강력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린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다. 단적으로 ‘혼자놀기’란 말이 오늘날처럼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던가? 물론 인간에게 홀로 있는 시간은 중요한 시간이며, 그런 시간에 자아성찰하고 사색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갈고 닦는 인간이 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강사님이 지적한대로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이폰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트위터를 하고 유투브에 접속해 동영상을 감상하고 웹서핑 등을 하며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기에 인간끼리의 따뜻한 연결은 점점 엷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강사님이 말씀하긴 다섯 가지 조언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금언이 아닐까 싶다. 1. 고전을 많이 읽고, 2. 여행을 많이 다니고 3. 좋은 벗을 얻고 4.  뭘하든 그 분야의 최고가 될 것! 5. 젊음의 특권으로 사랑을 많이 하라 였다.

 

디지털 시대의 강점은 강사님께서 지적하셨지만,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아이폰 같은 물건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면 대다수는 그 사람을 비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우리나란 예를 들어도 이전까지 철저하게 통신시장을 지배하던 SK와 KT의 주도권을 애플이 쥐고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폰은 단순히 하나의 기기가 아니라, 그걸로 통화를 하고 인터넷에 접속하고 트위터를 하고 유투브를 감상하며, 앱스토에 접속해 개개인의 개성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이전까지 일방적으로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전달하는 시대에서, 소프트웨어를 소비자가 집단적으로 생산해서 올리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그것도 대박을 칠수 있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전까지 세상을 주도하기 위해선 많은 자본과 기자재와 컨텐츠등이 뒤따라야만 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절엔 뭔가를 생산해내는 것도 힘들고, 그것을 즐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은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었다.

 

압축과 변형이 쉬운 디지털은 우리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집안에 자리잡고 있던 컴퓨터는 이제 핸드폰속으로 들어가 어디서나 인터넷과 접속 가능하게 만들었고, 각종 디지털 장비들은 고성능이 되면서 가격은 저렴하고 성능은 높아지면서 스마트(Smart)해졌다. 이제 각 대형제조사는 물건을 제조하고 파워블로거들의 동향에 귀를 세우고, 각방송사들은 드라마를 내보낸후 시청자 게시판 등의 의견을 예의주시한다.

 


 

강의를 마치시고 보여주신 정연주 강사님의 인자하신 웃음. 우리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오신 지식인이자 노학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가없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은 한방향으로 정보가 흐르지 않는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한민국은 만만찮은 곳이다. 대학등록금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대기업은 소위 엄청난 스펙을 쌓아도 취직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강사님이 지적한대로 욕심을 버리고,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본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돈을 벌면서 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이를테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할 수 있고, 아니면 사계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과 초목을 하나하나 올려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귀에 남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인용하신 ‘상선약수’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리기에 겸손하고, 어느 그릇에 담아도 그 모양을 띄기에 변화무쌍하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흐르지만, 한번 성나면 그 앞에 대적할 것이 없는 것이 또한 물이다.

 

이런 물의 속성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항상 겸손하고 항상 자신을 낮추면서도 고정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시각 등을 말이다. 약 두 시간에 이르는 강연은 정말 명강연이었다!

 

처음에 시작한 우주 이야기는 2시간에 후에 인간을 통해 수렴되었다. 150억 광년 크기의 우주에서 보자면 인간은 점보다 못한 존재지만, 그 작은 머리로 우주의 크기를 헤아린다는 점에서 인간은 정녕 ‘위대한 존재’일 것이다.

 

포토 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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