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것이 진정한 복고풍 드라마다! ‘제빵왕 김탁구’

朱雀 2010. 8.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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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서 이토록 감동을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제빵왕 김탁구>를 보며 요즘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적고자 몇 마디 늘어놓을까 한다.

 

흔히 ‘복고 드라마’고 하면, 적당히 70-80년대 소품들과 의상들로 채워놓고선, 촌스러운 사람들의 행동으로 촌스러운 이야기를 늘어놓고선 ‘복고 드라마’라고 혼자 말한다. 그럴 때 요샌 말로 ‘니가 말하는 복고가 복덕방 이름은 아니겠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복고풍 드라마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 식상하게 이전 TV 드라마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

 

<제빵왕 김탁구> 16화는 그 좋은 예로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16화에선 김탁구가 두 사람을 변하게 하는 에피소드 둘이 나온다. 하나는 자신의 눈을 멀뻔한 제빵실 가스 누출 사건의 범인이 바로 함께 일하는 고재복이란 사실을 알고 분노하게 된다.

 

심지어 재복은 경합을 망치기 위해 모두의 밀가루에 소다를 붇고, 김탁구에게 누명까지 씌운 상태다. 김탁구는 화가 나서 돈을 주고 시킨 한승재를 찾아가 따지긴 하지만, 결국 재복의 허물을 덮어준다. 그리곤 경합에서 써야할 자신의 돈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밀가루를 사준다.

 

이게 말이 쉽지만 어디 행동까지 쉬운 일인가? <제빵왕 김탁구>의 대단한 점은 또한 그런 식상한 이야기로 감동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마치 우리가 흔히 먹는 된장찌개에서 최고의 맛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만약 요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면, 이처럼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전개는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의 정서는 각박해지고 범죄는 더욱 흉악무도 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착한 행동을 하고, 이를 다른 사람이 영향받아 변하는 것은 오늘날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의 배경인 70-80년대인 아직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살았던 시절이다. 따라서 자기 때문에 죽을 뻔한 사람이 용서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큰 감화를 받아 변화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기다.

 

그뿐인가? 서태조와 김탁구가 사사건건 부딪치자, 팔봉선생은 두 사람의 사이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바로 두 사람의 한쪽 팔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바로 이전에 김탁구에게 호되게 당했던 깡패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김탁구는 서태조와 함께 도망가지만, 서태조가 다리를 삐고 움직이기 어렵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끈을 풀고 자신만 나아가 거의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게 된다.

 

이때 김탁구의 행동은 우리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많은 느낌을 전해준다. 경합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 주먹만 쓰면 모두를 제압할 수 있음에도 ‘빵을 만드는 손으로 다른 이를 상하게 할 수 없다’는 정신으로 고스란히 맞는 모습. 그것도 부족해 ‘분이 풀리지 않았다면 더 때려라’라고 말하는 그의 참회한 모습은 묘한 감정까지 들게 한다.

 

김탁구를 두들겨 패던 깡패는 정말로 그가 개심한 것을 알고는 구일중 회장이 그를 찾은 사실을 전해주곤 자리를 떠난다. 요즘 같았으면 아마 손목을 부러뜨리거나 칼부림이 나도 시원찮을 상황이지만, 이 역시 <제빵왕 김탁구>의 시대 배경이 70-80년대라 가능한 일이다.

 

만7천원 밖에 남지 않은 경합비를 탈탈 털어 가난한 두 모자의 보리와 옥수수를 사고도 환한 미소를 짓는 김탁구를 보면서 ‘착한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흔히 ‘착하게 살면 손해다’라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심지어 ‘나쁜 남자가 매력있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에게 ‘착하다’라는 말은 어리숙하고 이용당하기 좋은 그저 ‘봉’에 지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누군가 이익을 보기 위해선 누군가 손해를 봐야 한다. 모두가 이득을 볼려구만 하면, 그 사회는 각박해지고, 서로 다툴 수 밖에 없다. 사회가 변하기 위해선 개인이 먼저 변화해야 하는지, 사회가 먼저 변화해야 하는지는 사실 논리로 따지기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인 김탁구는 비록 배운 바는 적지만, ‘세상에서 진실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란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가 어려운 모자를 도운 것은, 자신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방관할 수 없는 마음에서 였다.

 

자신의 이전의 잘못 때문에 다른 이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아 손목에 묶인 끈을 풀었고, 사람이 먹는 빵을 만드는 자가 사람을 상하게 할 수는 없기에 고스란히 매질을 당했다. 그 어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적게 알지만 아는 바는 반드시 실천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공자께서 이상형의 인간으로 제시한 ‘군자’이자, 조선왕조때 강조되던 ‘선비정신’ 그 자체였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제빵왕 김탁구>의 뛰어난 장점은 어찌보면 우습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착한 결말과 메시지를 주면서도, 단 한순간도 이야기 전개가 우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흥미진진하고 예상 밖의 전개에 그저 감탄사가 나올 지경이었다.

 

<제빵왕 김탁구>는 단순히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절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젊은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잊고 지냈던 모범적인 가치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드라마’라고 본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나갈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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