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양동근이 30분 만에 나온 이유, ‘승승장구’

朱雀 2010. 9.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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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승승장구>에는 김태희가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번에 찍은 영화 <그랑프리>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론 이번 김태희 주연 영화에 큰 기대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여태까지 말과 기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치고 재미를 본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윤호 감독은 큰 재미를 본 적이 별로 없는 탓이다.

 

그런 탓일까? 김태희는 <아이리스>의 흥행에 이어서 영화까지 흥행해야만, 여신 혹은 CF여왕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우 김태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최근 김태희는 <그랑프리>관련해서 TV연예프로 등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능과 토크쇼에 걸쳐진 <승승장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키가 165센티라는 대목에서 ‘그건 프로필용이죠’라든가, 어린 시절에 남자들을 때려 눕힐 만큼 개구쟁이 였다든가 혹은 이병헌과 양동근과의 키스중에서 양동근이 더 달콤했다는 식으로 다소 부끄러운 대목까지 최선을 다해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승승장구>를 보면서 함께 주연한 양동근이 처음엔 보이지 않아서,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 양동근은 잘 알려진대로 말이 짧고 예능 프로에 나오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얼마 전 김태희가 한 연예소식프로에서 리포터를 대신해 뭔가 질문하러 갔다가 양동근이 외면하고 도망간 모습은 그가 얼마나 그런 것에 약한지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승승장구>가 시작되고 약 30분 정도 지나서 그가 ‘몰래 온 손님’으로 등장한 대목이다! 아마 함께 영화에 출연한 이상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가 출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역시 양동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엠씨와 방청객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예의 ‘어-’로 시작되고, 도저히 주변사람들이 알아먹을 수 없는 그만의 외계어와 화법은 정말 보는 시청자까지 답답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양동근은 이기광이 ‘A형이세요?’라는 질문에 ‘호남형이요’말하면서 농담을 할줄 아는 것을 드러냈다. 그뿐 아니라, 김태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우리 빨리 물어’ 코너에서도 나름 빠르게 질문에 답하면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군대에서 준비한 막춤 개인기를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많이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지만 나름대로 랩도 구사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자신이 ‘4차원이 아니라 2차원’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진정성과 고민이 읽혀졌다.

 

아마 양동근은 군입대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니면 그 이전이나 이후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얼마나 남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지 느끼고, 그 벽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그 노력이 ‘성공’까진 이르진 못한 것 같다. 아직 그는 말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고, 초반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적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동근의 출연으로 김태희의 <승승장구> 출연이 빛이 바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양동근의 새로운 매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승승장구>가 시작하고 30분 만에 그가 출연한 것은 제작진의 고민과 적절한 안배가 잘 맞아떨어진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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