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통큰치킨은 김치였다!

朱雀 2010.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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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큰치킨으로 벌어진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쪽에선 롯데마트가 동네치킨을 죽일 작정이라고 핏대를 세웠고, 다른 한쪽에선 너무 비싼 프렌차이즈 치킨의 가격을 들먹였다. 급기야 치킨업계가 원가까지 공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까지 통큰치킨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지난 15일자로 통큰치킨은 판매가 중단되고 말았다.

 

통큰치킨을 판매했을 때, 롯데마트는 이 정도로 이슈화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치킨’하나로 벌어진 오늘날 대한민국의 진풍경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씩 생각해보려 한다. 우선 통큰치킨 자체를 살펴보자! 통큰치킨은 하루 300마리밖에 판매하질 않았다. 그나마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건 50마리 정도다. 51번째 고객부터는 번호표를 받고 거기에 적혀 있는 시간내로 와야했다. 지난 15일 필자도 통큰치킨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근처 롯데마트를 찾아갔다.

 

이미 오전 9시부터 줄을 서며 기다린 사람들 덕분에, 금요일 오후 2시 예약표(?)를 받고 물러서야만 했다. 계산대에는 오전 9시부터 몰려와 구입한 사람들이 10시가 되자,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계산하고 있었다.

 

자! 여기서 알 수 있지만 통큰치킨은 ‘미끼상품’이다. 배달이 안 되고, 예약도 안된다. 오직 당일날 아침 일찍 와야지만 사먹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거기에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차라리 8천원 정도 하는 동네치킨을 사먹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아무 때나 시켜먹을 수 있는 값싼 동네치킨을 놔두고, 겨우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예로 들어 프렌차이즈 치킨업계를 공격했을까? 여기서 본질은 치킨이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는데 있다. 즉, 오늘날 치킨은 서민들이 하루에 일과를 마치고 맥주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 한국인에게 마치 식탁위의 김치처럼, 최소한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최소한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프렌차이즈 치킨의 경우 평균 15,000원 선이며, 일부 양념-마늘치킨등을 시키면 17,000원까지 받는다. 이건 내 생각엔 심리적 저항선인 12,000원 선을 넘었기에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비싼 동네 프렌차이즈 치킨을 먹던 이들은 통큰치킨이 발매되자, 전혀 같은 물건이 아님에도 ‘이런 훌륭한 치킨(?)도 5천원인데, 프렌차이즈 치킨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그렇게 비싸냐?’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엔 프렌차이즈 치킨을 파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 프렌차이즈 치킨을 파는 이들은 대다수 퇴사하거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가 많다. 프렌차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TV광고등을 통해 인지도가 있고, 어느 정도 ‘맛’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치킨은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기도 하다-

 

비록 현재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미끼상품이지만, 롯데마트가 변심해서 수량제한 없이 판다면, 근처 치킨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를 수 있다(이럴 가능성은 현재 아예 막혔지만). 그래서 놀란 이들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에 항의하고, 판매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결국 판매중단 사태에 이르렀다.

 

자! 상황을 정리해보자! 롯데마트에선 애시 당초 광고를 위한 통큰치킨이었기에, 판매중단을 해도 아무런 손해가 없다. 이미 광고효과는 톡톡히 누렸으니까. 누군가의 입장에서도 손쉬운 판매중단 조치로 언뜻 보면 문제는 해결된 것 같다. 그러나,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듯 문제는 이제부터다!

 

프렌차이즈 치킨업계와 소비자가 치킨 정적가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7,000원까지 하는 치킨은 엄밀하게 따져서 서민음식이 아니다. 이건 고급음식이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치킨을 파는 이도 사 먹는 이도 절대 다수가 ‘서민’이란 사실이다.


-이점에서 피자는 치킨과 위치가 다르다. 지금에야 피자는 많은 이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애초에 비싼 음식이었고, 지금도 레스토랑 등지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다. 반면 치킨은 시작부터 저렴한 음식이었고, 고급 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일부 메뉴에 한해선 그럴 수 있지만). 오늘날처럼 값싼 외국닭까지 수입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럴 수가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이 만나 일정한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프렌차이즈 업계는 회사를 유지하고 높은 수익을 내기위해 이윤을 붙이다보니 서민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까지 올려놓고 말았다. 여기에 서민은 반발하는 것이다. 소고기가 비싸면 돼지고기를 사먹으며 버틸 수 있다.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가먹을 수 있다. 그러나 치킨은 비싸면? 대체재가 없다.

-더 비싼 오리를 먹겠는가? 국내에선 거의 키우지도 않는 칠면조를 먹겠는가? 거기다 무슨 이윤지 대다수 프렌차이즈 치킨 가격은 대동소이하게 비싸다-

 

통큰치킨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일부 업체의 횡포와 부적정한 높은 가격, 쌓여있던 불만의 폭발, 판매중단이란 손쉬운 해결법,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가공개란 극단적인 처방, 거대유통업체에 대한 공포와 이의 재생산 등등...말이다.

 

통큰치킨 사태의 승리자는 누구일까? 지난 15일 내가 통큰치킨 구입에 실패했을 때, 아침 9시부터 무려 1시간이나 기다려 구매한 이들은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획득한 이들처럼 의기양양해 보였다. 늦게 와서 통큰치킨을 사지 못한 이들은, 그런 이들을 매우 부러운 눈길을 쳐다보았다. 겨우 5천원짜리 치킨 하나로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는 순간이었다.

 

아침부터 치킨을 먹을 수도 없고, 그깟 치킨 못 먹어도 별로 상관없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희비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나는 여기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눈물이 날 정도로 희극적인 단면을 본다. '서민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치킨조차 마음껏 사먹지 못할 정도로 가벼운 주머니 사정의 사람들. 기꺼이 5천원까지 치킨 하나 때문에 줄서는 수고와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모습에서 더더욱 말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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