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프로가 아니다! ‘탑기어 코리아’

朱雀 2011. 8. 17. 16:42
728x90
반응형



 

오는 20일 밤 10XTM에선 <탑기어 코리아>가 방송을 시작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자동차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탑기어>의 오리지널 한국판 버전이다.

 

<탑기어>는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었거나 케이블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미 오리지널 방송을 보는 이들이 국내에도 제법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긴 170여개국에서 방송중이니 오히려 국내 마니아들이나 시청자가 모르면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정체를 알고 싶어하지만 영원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티그. 현역레이서인 김진표마저
두려워하는 그의 드라이버 실력이 궁금해졌다.



17일 상암동 CGV 프리미엄 시사회로 일단 1화를 감상했다. 시사회를 위한 가편집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덜어낸 흔적이 많았지만, 그 자체로도 꽤 볼만했다. 필자가 오리지널 BBC판을 보지 않아 함부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일단 재미하나는 확실했다.

 



3명의 MC중에 제일 연장자인 김갑수. '내년에 국내 레이스에 출전하겠다'고 할만큼 그의 열의는 대단히 뜨거웠다. 동시에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프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에서도 자칫 '마니아용 방송'이 될 수 있는 <탑기코>의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편한 차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김갑수와 현역 레이서이자 연예계 최고 자동차 전문가인 김진표 그리고 역시 탤런트이자 레이서인 연정훈의 조합은 훌륭해 보였다. 무엇보다 이들 세 명의 MC차를 가지고 놀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면에서 보기 좋았다.

 

매체인터뷰 시간에는 세 명의 MC<탑기어 코리아> 방송에 대한 수많은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역시 BBC판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김갑수는 우와! 이게 우리나라에 촬영한 것이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 뿌듯합니다라고 자화자찬성 발언을 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반면 연정훈은 처음이라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이제 3회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서로 편해지면서 더욱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며 앞으로 지켜봐줄 것을 부탁했다.

 



사진촬영을 쑥스러워 하는 연정훈. 그러나 방송과 인터뷰에선 저돌적인 자세로 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승준 CP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자동차 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외제차를 보고 과소비라는 식으로 보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소비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동차를 유럽에선 이미 문화로 인식하고 정착하고 있는데, 우린 교통수단이나 부를 자랑하는 수준이상이 못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탑기어 코리아>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을 피력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우리 삶에 가지는 의미를 시청자들과 같이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가장 중요하게 공략된 곳은 김갑수, 김진표, 연정훈이 BBC판 진행자들과 맞먹을 수 있을 만큼 내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협소한 우리 환경에서 테스트 하는 자동차에 대해 독설을 시원하게 날려줄 수 있을 것인지가 집중공략 대상이었다.

 

-실제로 1화에서 김진표는 테스트 차량에 대해 이런 비싼 차가 이런 허접한 플라스틱이면 되겠느냐?’식의 표현으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한 리뷰나 방송만 봐온 입장에서 매우 신선했다. 그러나 처음 한두번은 몰라도 광고수주를 비롯해 차량협조를 받아야할 <탑기어 코리아>가 언론과 대중은 그런 여과없는 발언을 해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시사회 분량에서 누구보다 가장 거친 환경에서 차량을 테스트하며 운전실력을 과시한 김진표


이에 대해, 김진표는 방송에서 테스트하는 차량을 타기 전에, 가능한한 미리 며칠이고 타면서 테스트를 하고 작가를 비롯한 스탭진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실제 방송에서도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편집과정에서 삭제되는 경우는 있지만,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방송의 특성상이라고.

 

연정훈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슈퍼카인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로 방송을 위해 택시를 위해 운전할 때가 있었다. 원래 차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무르시엘라고의 구조와 엔진특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통편집이 되어버렸다. 이에 그가 항의하자 제작진은 우리가 만드는 방송은 소수의 마니아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이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면 시청자가 머리 아파하고 재미없어질 수 있다라고 했단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도 <탑기어 코리아>가 국내 자동차 문화를 새롭게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생산 5위의 자동차대국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미 미국 시장 점유율이 5위권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레이싱경주가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오히려 드라이버보다 레이싱걸이 더 인기 있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인가? 자동차가 일상재가 될 정도이지만, 딱히 자동차 문화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자동차 극장도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말이다. <탑기어 코리아>를 보면 유명스포츠카를 놓고 누가 더 빠른가?’를 레이스를 통해 맞짱을 붙이고, 자동차와 비행기중 누가 더 빠른지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를 실제로 실험을 통해 알아본다.

 

어찌보면 너무 소소한 의문에 너무 과하게 스케일을 잡는 것 아닌가?’할 수 있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런 소소한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진보를 이룬 경우가 많다.

 

또한 테스트하고 싶은 차량을 대여해서 찍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관련업체에서 협찬을 받아 하겠다는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런 설득과 의뢰요청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통해 국내 자동차 문화도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단순히 자동차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서 우리의 문화를 찾고 개발하면서 다른 문화가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만큼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탑기어 코리아>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게 되길 빌 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