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본방사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보스를 지켜라'

朱雀 2011. 8.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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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요새 가장 재밌게 보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보스를 지켜라>! 순대의 간처럼 퍽퍽한 내 삶에 한줄기 청량함을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대의 간...’은 요새 관심 있게 지켜보는 20대 대학생 토론프로그램 <대학토론배틀>에서 한양대 한토막팀의 송애경양이 토론 중에 한 명언(?)이다-

 



tvN에서 매주 토요일 낮 12시에 방송중인 <대학토론배틀>. 20대의 풋풋함과 재기발랄한
토론잉 돋보이는 프로라 요새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 드라마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야기가 어떻게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 대개의 경우,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여성을 재벌 2(혹은 3)가 좋아하게 되고, 일방적으로 쫓아다니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물의 허구성은 일단 20대 평범한 여성에게 재벌남이 목맬 일이 없다는 것보다, 20대의 젊고 잘 생긴 본부장이 현실에선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허나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차피 판타지인 것을. 자 다시 본론으로 되돌아가서, 우선 <보스를 지켜라>의 첫 번째 장점은 코믹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장면이 5분이상 이어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극의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제작진의 능력에 그저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예를 들어볼까? 8화에서 노은설(최강희)은 홧김에 아버지 차에서 내려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 차지헌(지성)을 찾느라, 발뒷꿈치가 다 까지도록 헤맨다. 천신만고 끝에 지헌을 만난 그녀는 화를 내고, 차무원(김재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여기가 걸작이다!

 

노은설은 차지헌과 지내면서 그의 비밀인 공황장애를 알고 고쳐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성애가 생겨버렸다. 게다가 아들 차지헌이 노은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차회장은 그녀에게 교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목을 박았다. 가뜩이나 비서실에 낙하산으로 소문난 그녀로서는 감히 재벌가의 남자와 이루어질 생각을 꿈에도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벽이 너무 높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자꾸만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고백하는 차지헌에게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남자로서 차지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 아이같은 마음이 든 탓인지 그녀자신도 헷갈려서 차지헌에게 화를 내고 버스에 타면서 분위기는 매우 심각해졌다. 노은설을 놓치기 싫어 생애 처음 버스에 탄 차지헌은 떨고 결국 진정하기 위해 노은설의 동의를 구하면서 그녀의 옷을 잡는다. 근데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히면서, 차지헌은 노은설의 머리끄 댕이를 잡게 된다.

 

<보스를 지켜라>에선 이렇듯 심각한 장면이 5분 이상을 가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로맨스물은 심각한 장면이 한번 시작되면 무슨 관성이라도 작용하는지- 계속 그 분위기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실패한 작품들을 보면, 처음에는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부모의 반대와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남녀주인공이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근데 <보스를 지켜라>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반전을 통해 다시금 적당한 코믹함을 유지한다. 요즘처럼 가뜩이나 현실에도 짜증나고 힘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보스를 지켜라>의 그런 모습은 미덕이라 여겨질 정도다.

 

두 번째로 <보스를 지켜라>의 장점은 이전까지의 식상한 설정과 장면을 신선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8화에서 보여준 장면이지만, 노은설은 슈퍼갑이다! 차지헌과 차무원이 그녀를 좋아하고, 심지어 연적관계인 서나윤(왕지혜)까지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

 

할 일이 없어 밤늦게 서울을 어슬렁거리던 서나윤이 우연히 차무원과 차지헌을 만나는 장면은 폭소를 유발한다. 게다가 차지헌이 노은설을 쫓아와서 차무원과 노은설의 식사장면을 목격하는 것도 우스운데, 서나윤을 우연히 만나서 둘이서 한세트로 질투심에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장면은 그동안의 로맨틱 코미디의 사각관계를 적절하게 비틀어서 웃음이 나오게 한다.

 

그뿐인가? 노은설 때문에 각각 차무원과 노은설의 재벌가 어머니들이 연합해서 그녀를 불러서 협박하는 장면을 보자! 일반적으로 이런 드라마에선 재벌가 사모님들이 엄청난 유세를 발휘한다. 그들은 돈과 사람을 풀어 협박과 매수등을 한다. 그러면 여자주인공은 울면서 호소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시크릿가든>조차 그랬다-

 

그런데 노은설은? 오히려 당당하다. 두 사모님이 혼자선 그녀를 당하지 못해, 연합(?)해서 찾아오자, ‘자꾸 이러시면 두 남자 다 꼬셔버립니다!’라고 당당히 말해 웃음을 준다. 거기에 더해 차지헌과 차무헌의 할머니가 등장해 두 사람을 마치 아이처럼 꾸짖는 장면은 여러모로 폭소를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의 탄탄한 연기력을 들 수 있다. 어린 시절엔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노은설역의 최강희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그녀의 ‘4차원 이미지에 딱 맞는 만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다. 그뿐인가? 자신을 마치 엄마처럼 따르는 차지헌을 나무라는 그녀의 분노와 설움과 짜증등이 묻어난 모습은 멜로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그 자체였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같은 차지헌 본부장역의 지성은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손색없을 정도로 코미디와 공황장애를 겪는 인물의 내면묘사까지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거기에 박영규-차화연-김청-김영옥 등의 탄탄한 조연진은 맛깔스런 연기로 극의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물론 함께 사각관계를 이루는 왕지혜와 김재중의 연기 역시 극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이런 1년에 몇편 나올까말까한 로맨틱 코미디물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앞으로도 <보스를 지켜라>의 이런 완성도가 쭈욱 종방까지 유지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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