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도현의 머스트>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아이돌 그룹인 틴탑이 등장했다. 필자는 사실 틴탑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전 녹화장에 갔다가 그들의 인기를 확실하게 실감하게 되었다.
지난 8월 23일 필자는 <머스트> 녹화현장을 찾았다가,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소은-자우림-김태우-케이윌 등으로 이어지는 호화캐스팅과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근데 녹화가 다섯시간 넘게 진행되자 아무래도 기진맥할 수 밖에 없었다. 녹화장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자리가 아주 편한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없이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처음과 방청객들은 녹화장을 하나 둘 빠져나갔는데, 오히려 밤 11시가 다 되어서 입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근처에 있다가 들어왔나’ 했는데, 그들의 가방을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멀리서 봐도 캐논 5D markII 에 백통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폰카로 디카로 틴탑을 찍을때만 해도 '그러려니'했다.
그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누굴 찍으러 왔지?’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틴탑이 무대위에 등장하자, 그들이 왜 장비를 들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한두명도 아니고 무려 두명이나 백통렌즈를 들고 틴탑 멤버들을 열심히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놀란 것은 일단 그들이 앳되보이는 소녀들인 탓이었다. 아무리 많이 봐주어도 고등학생 이상은 힘들어 보였는데, 그들이 아직 필자조차 갖지 못한 백통 렌즈를 끼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DSLR을 쓰는 이들은 모두 동의하겠지만, 사실 오두막도 그렇지만 백통까지 끼면 무겁다. 남자도 들기 어려운 물건을 어린 10대들이 들고 있다고 하니, 새삼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두막은 바디만 300만원이 넘어가고, 백통 렌즈도 중고로 산다고 해도 2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물경 500만원이 가볍게 넘어가는 물건을 아직 어린 10대 소녀들이 가지고 있다니 생각하니, 왠지 표정이 절로 찌푸러졌다.
그런데 무대위에 틴탑이 등장하자, 관객 사이로 백통을 든 소녀가 눈에 띄었다!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히 다른 아이돌 팬클럽이 올린 사진을 보면서 선입견이 깨져버렸다. 그들이 찍은 결과물은 아마추어라곤 믿기지 어려울 정도로 선명하고 색감도 좋고 구도도 확실했다.
그 정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흔히 말하는 뽀삽질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반성이 되었다. 그 10대 소녀들은 용돈을 모았건, 혹은 어떤 방법으로 장비를 마련했건 그건 그들이 능력껏 재량껏 한 일이기 때문에 필자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들을 최대한 멋지게 찍기 위해 그들은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갖은 고생을 다했을 것이다. 들고 가서 찍고, 다시 집으로 들고 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장시간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그들은 자신의 스타앞에 혹은 같은 팬클럽에게 보여줄 사진을 완성시켰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두명의 소녀가 백통을 들었고, 다른 두명도 각각 HD급으로 보이는 캠코더와
DLSR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팬클럽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들의 장비와 열정에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10대와 20대의 젊음의 특권은 미치는 것이다! 사과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킨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그저 컴퓨터에 열광하는 오덕후에 불과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물인 안노 감독도 처음에는 그저 오덕후에 불과했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제작진 역시 마니아들 아니였던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신들린 듯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갖은 방법과 수단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온다.
지금 이 소녀들은 틴탑을 좋아해서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들이 몇 년 혹은 몇십년 후에는 세계를 놀래킬 사진작가가 될지 모른다. 사진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런 열정을 다른 분야에서 폭발시킨다면,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누군가가 ‘꼰대는 되지 말자’가 좌우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땐 그냥 가벼운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모르게 꼰대의 시선으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가볍게 본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부디 그녀들이 그런 열정과 노력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간직하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젊은 그들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몹시 심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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