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슈스케’이후 비슷비슷한 오디션 프로가 아니다. 기존 오디션과 차별화되어 있고, 실전에 투입할 가수를 찾는 게 목적이다!”
YG 양현석 대표가 <K팝 스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면 아마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K팝 스타>는 오는 연말 방송을 예정으로 한 오디션 프로로,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SM-JYP-YG가 뭉쳐 SBS와 함께 진행하게 될 오디션 프로다!
<K팝 스타>가 돋보이는 부분은 기존의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들만 뽑는 오디션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심지어 “노래를 못 해도, 춤을 못 춰도 상관없다. 우리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만 있다면, 누구나 K팝 스타가 될 수 있다!” 양현석 대표는 이렇게 말할 지경이다.
<슈스케>의 열풍 이후, <위대한 탄생>을 비롯한 오디션 프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런 오디션에서 가장 많이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가창력’이었다. 오늘날 소위 아이돌들이 가요계를 점령하면서 ‘퍼포먼스’위주의 공연에 대중이 질려버린 탓이다. 여기에는 <나가수> 같이 기존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가 나오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나, 오늘날 가요계는 단지 가창력 하나로 승부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아이유처럼 솔로로 큰 인기를 얻는 가수들도 있지만, 가요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인기는 아이돌이 누리고 있으며, 이들은 SM-JYP-YG의 기획사의 시스템 하에서 탄생한 이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재능과 대중이 생각하는 재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방송에선 엄청나게 노래를 잘하고 춤을 춰도, 우리가 보기에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춤과 노래를 잘 못해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 친구를 뽑을 것입니다.”
양현석 대표는 <K팝 스타>의 일면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오늘날 소위 한류를 이끄는 인기그룹들은 대다수가 아이돌이다. 그들의 실력을 갈고 닦아 오늘날에 이르게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기획사들이며, 아이돌 그룹에선 노래를 잘하는 친구도 있지만 춤만 잘 추거나 랩만 잘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오늘날 가요계는 노래를 좀 못해도 다른 특기를 살려서 얼마든지 가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SM-JYP-YG는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연습생이 되겠다는 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들은 왜 귀찮고 어렵고 어찌보면 시간 대비 효과가 크지 않는 <K팝 스타>에 합류했을까?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다. 박성훈 PD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기획사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따라서 K팝에 대해 보여줄 것도 많고, 제대로 알리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3대 기획사가 참여하게 되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K팝 스타>는 3대 기획사가 참여한 만큼, 단순히 오디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3대 기획사의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보고, 우승자가 마지막엔 3대 기획사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골ㄹ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마지막 반전은 기획사가 가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신인가수에게 메이저 기획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아마 나름대로 짜릿함을 느낄 것이다.
근데 만약 방송을 통해 3개 기획사의 시스템을 보여준다면 힘들여 쌓아온 노하우를 다른 곳에서 가져가버리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양현석 대표는 “100% 다 공개할 예정이다”라며 통 크게 나왔다. “3대 기획사를 메이저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좋은 시스템을 가까이 있는 기획사들과 해외의 엔터테인먼트들 한테 보여준다면 그들이 K팝을 더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울러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박진영씨나 제가 가진 감각도 무시할 수 없기에 뺐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역시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노하우 공개는 필수다. 그런데 역으로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우리의 시스템이 아니라 발전했다고 해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선진화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시스템이 정착한 것은 고작해야 20여년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며 이건 미국-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짧고 시장규모(한국보다 미국 100배-일본 10배)와 종사자 수를 비교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이수만-양현석-박진영 같은 이들이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나름대로 시스템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시스템보다는 사람 자체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이건 좋고 나쁨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특성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필자의 견해론 우리의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보는 것도 <K팝 스타>를 재밌게 보는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K팝 스타>에는 세명의 심사위원이 등장한다 바로 양현석-박진영-보아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각각 YG-JYP의 대표지만, 보아는 가수다. 이런 구도는 뭔가 얼핏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박성훈 PD가 지적한 것처럼 세명 다 기획사 대표가 심사를 맡는 것도 방송포맷상 올바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린 나이에 일본에 진출하고 미국 시장을 경험해본 세계적인 가수 보아가 응시자들을 심사하는 것은 양현석과 박진영이 보지 못하는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욕을 먹는 게 두려웠다면 비닐 바지를 입었을 때 연예계를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공정하고 냉정한 심사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양현석은 “눈물찡한 개인사가 아니라 재능을 보고 뽑을 것이며, ‘스타성’을 중시해서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뽑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박성훈PD - YG 양현석 대표- JYP 박진영
<K팝 스타>는 여러모로 <슈스케 3>의 훌륭한 대적 상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슈스케 3>는 악마적 편집과 가창력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일깨우며 금요일밤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따라서 ‘슈스케 따라하기’로는 도저히 <슈스케 3>를 이길 수가 없다.
<슈스케>가 가지지 못하는 점. 이를테면, 정말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가수를 키울 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직접 심사를 보고, 그들을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트레이닝 시키며, 그들을 끝까지 키워줄 수 있는 곳에서 말이다.
근데 <K팝 스타>는 과연 어디에서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박성훈 PD는 “실제 과정을 보여주는 자체가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박진영은 “현석이형이 정말 사석에선 재밌는 분이라 난 웃기 바쁘다. 물론 90% 이상은 방송불가지만, 방송가능한 10%만으로도 엄청난 웃음을 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양현석은 “오늘날 시청자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억지로 상황을 연출하거나 설정하면 바로 알아본다”라고 했다.
케이블다운 재기발랄함과 마치 예능 프로를 보는 듯한 재미가 숨겨져 있는 <슈스케>를 과연 <K팝 스타>가 어떻게 정면 승부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오는 12월이 몹시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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