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바보 노무현보다 더 바보 문재인,‘힐링캠프’

朱雀 2012. 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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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정치권에 문재인 말고 누가 또 있을까?

 

<힐링캠프>가 방송된 이래, 처음으로 본방사수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무현보다 더 바보스럽다는 문재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상시 한 말이었다.

 

문재인은 <힐링캠프>에 나와서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1983년 같이 사무실을 개설할 때, 5:5 수익금을 나눴다고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인 <나는 운명이다>에선 다르게 진술되고 있다.

 

부산 말고도 울산, 마산, 창원 쪽에서 노동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그곳에는 인권변호가 없었다. 모두 내일이 되었다....문재인 변호사는 이 모든 일을 함께 했다. 나는 돈 버는 일을 전폐했지만 그는 사무실 운영을 도맡아 하면서 매월 내게 생활비를 주었다. 부산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있는 힘을 다했고, 대통령 선거 때는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아 주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임기 내내 나를 도와주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와 퇴임후 검찰 수사 때도 내 곁에 있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여태까지 공을 서로에게 돌리는 이런 아름다운 거짓말을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김어준 총수는 일찍이 문재인을 지목했고, 문재인은 여태까지 정치를 앞장서서 해본 적이 없지만, 꾸준히 잠룡으로서 거론되어 있다.

 

따라서 그가 방송에, 그것도 예능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나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나꼼수방송에서 듣긴 했지만 문재인이 이토록 방송을 잘했던가?’라고 엄청나게 놀랐다.

 

그의 솔직담백한 화법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보다 더 바보스러웠다. 문재인은 2012년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 참여해야할 인물이다. 그가 힐링캠프를 찾은 이유에 대해 정치에 나섰는데 두려워요. 용기가 필요해요라는 말이었다. 상대편 진영에선 그를 평가절하하며 코웃음을 칠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문재인의 삶을 들여다보자. 그는 83년 노대통령이 인권변호사를 할때부터 만나서 국회의원과 대통령 시절부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항상 함께 했던 인물이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했던 노대통령이 어렵게 어렵게 대통령이 되었을 때 영광도 함께 했지만, 잠시의 영광 이후에는 함께 수 없는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했던 인물이었다.

 

<힐링캠프>에서 밝힌 것처럼 노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날엔 가슴이 찢어지는데, 장례식을 비롯한 일 때문에 너무나 바빠서 제대로 자신의 슬픔조차 표현하지 못한 바보스런 인물이었다.

 

공고롭게도 문재인은 지난주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와 용띠로 동갑이었다. 그러나 걸어온 길은 전혀 달랐다.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기, 그는 유신에 반대하며 경희대에서 데모를 주도했고, 그 때문에 형무소에 수감되고 오랫동안 전전해야 했다.

 

문재인은 정말 바보였다. 그는 원래 소극적인 인물이었다. 피난민이었던 탓에 정말 너무나 가난했는데, 당시엔 강냉이죽 같은 걸 학교에서 나눠주면서 도시락을 싸올 수 있는 친구들의 뚜껑을 빌려서 먹게 했다. 심지어 뚜껑이 부족해서 기다렸다 먹을 정도였단다.

 

그런 탓에 문재인은 가난은 나를 철들게 했지만 나를 주눅들게도 했다라고 용감하게 진술했다. 사실 이거 정말 어려운 말이다. 특히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야심을 갖고 있다. 굳이 김어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인의 종착점은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탄생설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용이 등장하고, 집안에 무지개가 보였다는 거의 전설 수준의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지어내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너무나 소탈하게 있는 그대로를 진술했다. 너무 가난해서 급식을 먹었는데, 그게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정치 초년생이기 때문에 아니라, 그 자체가 천성적으로 그런 인물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은 서로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다. 방송을 통해서도 문재인은 너무나 노무현과의 인물이었다. 굳이 밝혀도 되지 않을 이야기까지 모두 진술하니 말이다. 아내와의 로맨스도 충분히 적당히 미화시킬 수 있는데, 굳이 아내가 7년간의 연애를 견디지 못해 막걸리를 마시고 먼저 프로포즈한 일을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집마련을 위해 청약저축을 든 아내에게 불호령을 내리며 해약하게 만든 데는 놀랐다. 물론 그보다 놀란 사실은 청화대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시기에 아예 동창회에 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건 이미 책과 방송 등을 통해 알고 있어서 오히려 덜 놀라웠다.

 

허나 어렵게 붙은 사법고시 패스를 앞두고 당시 안기부 직원이 과거학생운동을 반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 끝에 난 달라진 게 없다라고 당당히 진술한 부분이었다.

 

사실 이건 너무나 바보같은 행동이다. 두 사람만의 일이라서 누구도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을 알 리가 없다. 게다가 거기선 적당히 비위를 맞추고 훗날을 도모해도 누구도 뭐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신과 원칙의 사나이인 문재인은 그걸 견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대답을 했다. 참으로 바보같은 선택이었다. 다행히 그는 최종합격하긴 했지만, 결국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그가 사법연수원에서 차석이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도 판사가 되지 못한 것은 과거경력도 있겠지만, 안기부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고집스런 소신과 원칙을 본 주변 법조인들의 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재인은 방송에선 판사에 임용되지 않은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아마 그걸 이야기했다면 더욱 시청자들에게 동정표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 오히려 점수를 잃은 만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해도 너무나 답답한 유시민과 달리 문재인은 정감이 갔다.

 

오늘날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에게 군대에 너무 안간다라고 말할 수 있는 특전사 출신의 남자. 유신헌법에 대해 반대데모를 하고, 5.18 때도 결국 강제구금당하고, 인권변호사로서 항상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 묵묵하게 어려운 길을 걸어온 그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다.

 

그는 천성적으로 정치나 영광에 대해 욕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노대통령이 억울하게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정치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담백하게 밝힌 인물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기꺼이 안철수나 다른 이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물론 <힐링캠프>에선 다른 면에서도 그는 빛났다. 노련한 개그맨 이경규를 자기와 같은 훈련소 출신의 후배라고 놀리고, 특전사 출신이지만 벽돌을 깨지 못해 아프다밝히고, 박근혜를 대세론으로, 안철수는 그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강용석 의원은 나도 고소당할지 몰라요라고 설명하는 재치있는 모습으로 더 기억할지 모르겠다.

 

허나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면 책임져라는 노대통령의 말에 억지로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고-남들은 영광스러워할 자리를-, 2004년 국회의원 출마설에 시달리자,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여행을 갔다가 노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법정대리인으로 궂은 일을 하고, 그가 2009523일 돌아가시자 장례식장의 일까지 맡아서 처리하는 그야말로 정치인 노무현의 동반자로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것은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많은 국민들에게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은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난에 대해 가난에서 정직을 비롯한 교훈을 얻었다가 아니라 창피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그 말고 과연 누가 또 있을까?

 

노대통령의 서거 이후, 부채의식으로, 감히 나서려고 하지 않았던 정치인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그에게 감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힐링캠프>를 통해 인간 문재인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문재인은 바보 노무현보다 더욱 바보같은 인물이었다. 2012년 대한민국엔 그런 탓에 더욱 그가 정치에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지난주에 <힐링캠프>에 박근혜가 출연했기 때문에, 문재인편은 더욱 확연히 비교되어 국민들에게 각인되리라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문재인 같은 바보가 필요하다! 그를 알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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