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비’를 보다가 빵터진 이유

 

어제 방송된 <사랑비>를 보다가 빵 터진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의도적으로 웃기기 위해 넣은 장면이었다. 서준(장근석)은 좋아하는 정하나(윤아)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그녀를 화보모델로 사진촬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윤아는 많은 화보촬영을 했겠지만, 드라마의 설정상 그녀는 초보다. 따라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뻘쭘해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서준은 짜증과 호통을 낸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녀가 원하는 옷으로 입혀주고, 이야기를 걸면서 단숨에 촬영을 끝마친다. 결과물을 본 하나가 감탄사를 연발하자, “그래서 내가 비싼거야. 영광인 줄 알어”라고 말한다.

 

듣는 순간 한때 유행어였던 “영광인 줄 알어. 이것들아”라는 말이 바로 연상되었다. 극중 서준은 포토그래퍼로 실력이 꽤 높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이 무척 세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별 볼일 없는(?) 정하나에게 끌려서 하루 종일 그녀가 살 집을 보러 다니면서 단칸방을 볼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심지어 옥탑방에선 옆건물에 험상궂은 남자가 보이자 도망치듯 나오는 장면은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는 중년이 된 백혜정이 준 큰 웃음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서인하(정진영)을 좋아했던 그녀는 김윤희(이미숙)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안한 마음에 그녀에 대해 조사를 하고 만다.

 

이를 통해 그녀가 10년전에 남편과 사별했음을 알고 불안해한다. 자신과 결혼했어도 당장 그녀에게 달려갈 인하가, 지금은 이혼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김창모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자신은 인하와 로맨틱한 저녁을 보내기 위해 요리사까지 초빙한다.

 

그러나 식탁위에서 우연히 인하가 윤희를 만난 사실을 알게 되자, 그토록 ‘비밀’로 해달라고 했던 이야기를 모두 불고 만다. 첫 번째는 자신과 김창모가 윤희가 살아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것이요. 두 번째는 윤희가 남편과 사별한 사실이었다.

 

윤희가 남편과 딸과 행복하게 살았던 인하로선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설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백혜정은 사랑하는 인하와 다시 재결합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 뒷조사에 절친한 김창모의 입을 봉하고, 남편이 싫어하는 일은 무엇이든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부잣집딸로 구김없이 커온 탓에 자기밖에 모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화가 나면 바로 터지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모르면 좋은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술술 내뱉고 말았다. 인하가 되묻자 낭패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의 표정은 과연 최고였다!

 

<사랑비>의 장르는 멜로다. 70년대식 사랑법에 많은 시청자들은 답답해했다. 특히 오늘날 20~30대는 그러했다. 그러나 21세기식 사랑법을 보여주는 장근석은 자신만의 똘끼충만한 모습과 더불어 자뻑 성향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확실한 재미를 주고 있다.

 

중년의 서인하와 김윤희 역시 정진영의 섬세한 감정연기와 백혜정의 의도치 않은 코믹연기(?)로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나름 반전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