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연속 방영된 <옥탑방 왕세자>에선 한지민이 연기하는 박하의 수난기가 계속되었다. 9화 첫장면은 여회장이 홍세나의 고자질로 인해 박하가 기억을 잃은 용태용에게 접근한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뺨을 때리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타임슬립을 해서 자신의 옥탑방에 떨어진 왕세자 이각 일행을 선의로 받아들인 죄(?)밖에 없던 박하로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자신 때문에 박하가 따귀까지 맞자 미안해진 이각은 당장 집에서 내보내고 회사에서 쫓아낸다는 일만은 번복하기 위해 밤새 마당에서 석고대죄를 해서 일단 그런 일은 없도록 한다.
밤새 자신을 위해 석고대죄를 한 이각의 다리에 물파스를 발라주던 박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진심어린 사과를 하자, 파스를 바르고 있던 사실을 잊고 자신의 눈가를 만져서 매워서 팔짝팔짝 뛰고 만다. 멜로에서 코믹으로 드라마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한국 드라마의 맹점 중에 하나는 초반에는 코믹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무거워지면서 ‘재미’가 엄청나게 반감되는 데 있었다. 최근에 드라마들이 그런 기존의 약점을 보완한 작품들이 나왔는데, 그런 작품들은 예외없이 효평과 더불어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제 시청자들의 취향이 너무 무거운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9~10화에서 박하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이각이 자신의 언니 홍세나를 좋아하는 사실을 아는 박하로선 차마 그녀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지금도 갖은 흉계와 모략을 써서 괴롭히는 ‘악녀’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반해 홍세나는 박하가 장회장의 잃어버린 딸이며, 차기 후계자인 용태용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강렬한 그녀로선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오고 싶어한다. 마치 전생의 그녀가 세자빈이 되기 위해 동생의 얼굴을 일부러 인두로 지진 것처럼 말이다.
이각의 부탁으로 함께 스쿼시를 친 탓에 홍세나는 그가 지닌 자수가 그려진 손수건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옥탑방에 찾아가 보니 박하가 온갖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이각이 그녀에게 세탁을 맡긴 손수건을 보게 되자 일부러 자신이 챙긴다.
이 때문에 손수건을 잃어버린 줄 알고 이각은 엄청나게 박하에게 화를 내고, 박하는 찾아주기 위해 재활용품센터까지 찾아가서 밤새도록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아침에야 들어오게 된다.
손수건 때문에 박하가 밤을 새고, 감기 몸살까지 걸리자, 하필이면 생일날 그렇게 된 것에 안타까워진 이각은 한강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우연히 찾아온 홍세나는 그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시간에 맞춰 한강에 나가서,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이각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포옹을 한다. 멀리서 그 장면을 본 박하는 눈물을 흘리면서 되돌아서고 만다.
9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아! 이제 <옥탑방 왕세자>도 분위기가 무거워지겠군’이란 느낌이 퍼뜩 들었다. 그러나 10화에서 제작진의 필자의 이런 예상을 무참하게 깨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농구공을 발견한 박하는 농구를 하게 되고, 곧이어 줄줄이 꽃미남 3인방과 이각까지 합류하게 된다. 편을 나눠 농구를 하고 용술과 한팀이 된 박하는 이기게 된다. 진팀이 이긴 팀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 농구에서 박하는 소원으로 이각의 배를 힘껏 한 대 때린다.
난데없는 박하의 매질에 이각은 ‘삼족을 멸하리라!’는 예의 대사를 내뱉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다. 예상외의 반전이었다! 더불어 <옥탑방 왕세자>는 아무리 심각한 분위기에 들어가도 ‘5분 안에 웃겨드리겠습니다’라고 선포한 것 같았다.
10화의 가장 큰 사건은 박하가 왕세자 일행이 무엇 때문에 21세기 서울에 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된 일이었다. 환생한 세자빈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로맨틱했지만, 그 대상이 다름아닌 자신의 언니인 홍세나라는 사실은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정신적인 공황에 사로잡힌 그녀는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말할 수가 없다. 일단 그녀가 착해서인 점도 있고, 홍세나의 뻔뻔한 행동에도 드러나듯이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선 진실을 말해봐야 이각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비난만 받고 자신의 위치만 애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여 벙어리 가슴 앓듯 끙끙거리는 박하의 마음은 숯검댕이처럼 타들어갈 뿐이다. 홍세나가 옥탑방에 찾아와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한날, 박하는 일부러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왕세자 이각은 그런 그녀를 보고 싶어 무작정 찾아나선다.
그런 이각의 모습은 젊은 시절 할아버지 때문에 마음 고생한 할머니 여회장이 ‘너 혹시 바람둥이 아니냐?’라고 오해하게 하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죽은 세자빈을 잊지 못하는 이각이지만, 원래 자신의 인연은 박하라는 사실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10화의 마지막은 이각에게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낸 박하의 속마음이 들키면서 매우 다음화를 궁금케 하면서 끝을 맺게 되었다. 11화를 봐야 알겠지만 이제 막 다시 찾은 세자빈과 핑크빛 열애모드로 돌입한 이각으로선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리가 없다.
9~10화에 한지민이 빛나는 것은 홍세나역의 정유미 때문에 갖은 고생과 눈물을 흘리게 되기 때문이다. 캔디가 캔디가 되기 위해선 괴롭히는 이라이저가 확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홍세나 역의 정유미는 최고의 악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녀는 박하와 이각의 사이가 멀어지도록, 일부러 손수건을 챙기고, 이각의 메모를 훔쳐보고는 한강다리아래서 일부러 만나서 남산타워까지 함께 간다.
그러나 이각이 옥탑방에서 박하와 키스를 한 사실을 안 그녀는 박하를 챙기는 듯한 그의 행동에 마음이 타들어간다. 그뿐인가? 용태무와의 관계를 안 용동만이 퇴사와 더불어 헤어질 것을 요구받는 상황에 이르른다. 그것도 부족해서 자신의 어머니가 생선장수이고, 여회장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것을 밝히자 패닉 상태에 빠진다.
홍세나가 이전까지 악녀들과 다른 점은 주인공을 못살게 굴 뿐만 아니라, 본인 역시 콤플렉스와 거짓말로 인해 무간지옥에 빠져있다는 점일 것이리라. 그러나 홍세나 역의 정유미 역시 놀라울 정도의 연기력으로 악랄하지만 그냥 미워할 수 없는 악녀적 매력을 펼치고 있다.
홍세나와 박하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각이 11화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옥탑방 왕세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저 고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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