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월화드라마 <사랑비>가 오늘 밤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늘 느끼는 거지만 장근석은 정말 ‘나쁜 남자’다! <사랑비>에서 2012년식 사랑을 보여주는 서준역의 장근석은 정말 나쁜 남자다.
3초안에 마음 먹은 여자를 모조리 유혹해내는 그는 ‘카사노바’의 재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자신이 심장이 이끌리는 정하나(윤아)에게만은 어쩔 줄 몰라한다.
8화 첫 장면에 비오는 날 함께 있던 둘을 떠올려보자! 서준은 다시 만나게 된 하나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심지어 ‘잘해줄께’라는 말을 한다. 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이토록 로맨틱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그윽한 눈길로 애정을 갈구하는 그의 눈빛은 그 어떤 여심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매력을 발휘한다. 그는 결코 ‘사랑해’라는 말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느낌만을 풍길 뿐이다. 자신의 감정을 묻는 날카로운(?) 하나의 질문에 당황해서 ‘너 나 없는 동안 전화 많이 했더라’라고 되물으며, 하나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기뻐할 따름이다.
서준은 방을 구하는 하나곁을 무작정 따라나선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드는 뻔뻔하게도 자기쪽으로 우산을 기울여서 하나가 비를 맞게끔 만든다. 70년대의 장근석이 윤아를 위해 자신이 비를 쫄딱 맞은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하는 광경이다.
게다가 이유까지 끝내준다. 하나의 옷은 싸구려고, 자신의 옷은 비싼 명품이기 때문이란다. 얼핏보면 허영 같지만, 그 이유는 그에겐 나름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극중 장근석의 직업은 포토그래퍼다. 그는 주로 패션화보를 비롯한 광고를 많이 찍는 사진작가다! 따라서 누구보다 심미안적이고 디자인 등에 눈이 밝아야 하는 그로선, 그런 옷에 대한 애정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옷에 애정을 갖지 않고 어떻게 모델이 빛나는 광고를 찍을 수 있겠는가? 뒷 장면에서 드러나지만 그는 단순히 잘난 척만 하는 남자가 아니다! 하나의 방을 골라주면서 돈이 없어 옥탑방을 볼 수 밖에 없는 하나의 마음을 그는 들쑤신다. ‘다리가 튼튼해서 좋겠네’라는 식으로.
그러나 그런 말 역시 단순한 투정이나 비아냥이 아니기에, 여성 시청자들은 장근석의 말투에서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근석은 하나가 돈이 없거나 옥탑방에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괜시리 하나가 입고 있는 옷을 타박하면서, '선물로 줄테니 하나 갖고 가라'는 그의 말은
선물을 주고 싶은데 마땅한 핑계거리를 찾지 못해 하는 빈정거림이라 귀엽기 그지 없다.
이런 장근석의 매력이야말로 '사랑비'를 보게 만드는 이유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는 아직 온전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준 적이 없고 표현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애정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그런 식으로 애둘러서 표현할 줄 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하나를 모델로 세워서 아직 초짜인 그녀에게서 포텐셜을 이끌어내서 사진을 찍고는 ‘내가 그래서 비싸. 영광인 줄 알아’라고 말할 때는 그야말로 귀여운 허세작렬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장근석이 보여주는 나쁜 남자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진부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멜로물이 나왔는가? 이런 식의 설정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장근석은 거기에 자신만의 설정을 더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환영을 보는 것은 정말 그동안 무수히 많이 나왔다. 정원에서 하나의 모습을 보며 놀라워 하는 그의 모습은 귀엽고 허세가 작렬해서 웃기기까지 했다. 바로 ‘장근석식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는 잘못 하면 그냥 ‘나쁜 x'이 되기 쉽다. 장근석은 자신이 연기하는 서준이 그냥 나쁜 사람이 아니라 매력적인 나쁜 남자가 되기 위한 디테일을 계속해서 첨가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 주변을 불행하게 만든 아버지 서인하에 대한 원망과 그런 아버지를 끝없이 사랑하는 어머니 백혜정을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결합하려는 어머니를 보면서 ‘이번엔 어디로 갈까?’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씁쓸함과 고독감이 동시에 번져나왔다. 아마 여성 시청자라면 그런 장근석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못되게 구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론 자상하게 챙기고, 사슴 같은 눈망울로 끝없이 누군가를 응시하며, 애정을 갈구하는 그의 매력에 과연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여자가 몇 명이나 될까? <사랑비>의 서준 역은 정말 장근석이 아닌 다른 배우가 맡았을 때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누군가가 말했다. ‘<친구>에서 동수역을 장동건이 아닌 다른 배우가 맡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고. 우린 그걸 배우의 아우라이고 카리스마라고 말한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제법 있다. 그러나 그가 맡은 배역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장근석은 바로 그런 미친 존재감을 가진 우리시대의 배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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