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악마로 돌아온 ‘탑밴드2’

朱雀 2012. 5.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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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밴드 톡식의 우승으로 인해 <탑밴드>는 부실한 준비와 기승전결이 없던 간결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전적으로 홍대를 근거지로 하는 수 많은 밴드들이 자신들이 유일하게 경연을 펼칠 수 있는 <탑밴드>에 몰려와서, 이전까지 TV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의 진수성찬을 펼쳐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탑밴드 2>악마의 편집도 불사하겠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이전과 달리 흥미로운 편집을 보여주었다. <탑밴드 2>1차 경연에서 99팀을 골랐고, 세 팀이 함께 공연을 펼쳐서 그중에 한 팀만 살아남는 트리플 토너먼트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2라운드 1차전은 그 자체로 환상이었다! 밴드를 잘 모르는 필자가 알 정도로 유명한 슈퍼키드를 비롯해서 10년차 관록의 트랜스픽션과 떠오르는 신예 구텐버즈가 붙으면서 말 그대로 죽음의 조가 되었다.

 

재밌는 점은 죽음의 조를 첫 번째로 지정해놓고, 그들의 경연결과는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건 <탑밴드>가 시즌 1에서 천사의 편집운운하면서 가장 많이 공격했던 <슈퍼스타 K>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편집방법이다. 그렇다! 악마의 편집이었다!

 

경연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다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돋구고, 경연결과를 발표하기 앞서서 세 팀의 차례대로 비추면서 심사위원의 말을 다시 반복하는 스타일. 게다가 5라운드에서 두명의 멤버를 하늘나라로 보낸 시베리안허스키의 사연. ‘탑 초이스를 네 명의 심사위원이 한번씩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각 한팀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등. <탑밴드 2>는 그 자체로 편집과 방식에서 <슈퍼스타 K>에게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눈살이 가장 많이 찌푸려진 것은 예리밴드의 등장이었다! 예리밴드는 작년 <슈퍼스타 K 3>에서 탑 10에까지 올라간 실력 있는 밴드였다. 그러나 예리밴드는 자신들이 나온 방송분을 보았고, 자신들이 다소 이기적으로 그려진 탓에 자진하차하고 말았다.

 

물론 <슈퍼스타 K> 제작진이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슈퍼스타 K>는 아무래도 케이블이고, 말 그대로 악마의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편집을 가하는 측면이 강하다. 편집 없는 방송이란 존재할 수 없다. 예리밴드가 원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 그런 식으로 비춰주는 프로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예리밴드가 그 당시 약간의 분을 참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후 <슈퍼스타 K>에선 예리밴드의 다른 모습을 그려줬을 것이다. ? 자신들이 발굴한 밴드를 악마로 만들 프로는 없으니까.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니 말이다.

 

 

심사위원들이나 방송에선 <슈퍼스타 K>에 대해 별다른 말은 하진 않았지만, 예리밴드를 극찬하고 그들의 행동에 이해하는 듯한 심사위원들의 자세는 그 자체로 <슈퍼스타 K>에 대한 공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마 작년에 <탑밴드><슈퍼스타 K>를 자꾸만 공격한 것은, 아직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존재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슈퍼스타 K>를 자꾸 언급해서 스스로를 유명하게 만드는 방법이었으리라.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다!

 

이해는 한다! 우리나라에서 밴드음악을 하기란 무척 힘들다. 설 무대도 없고, 수입도 일정치 않다. 따라서 밴드음악을 하는 이들을 위한 무대에 게스트로 참여해야될 유명한 프로밴드들이 <탑밴드 2>에 대거 참여한 것이리라.

 

상금 1억원도 그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거금이고, 유일하게 공중파 중에서 밴드음악만 가지고 경연을 펼치는 프로가 <탑밴드>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나 이건 아니라고 본다.

 

<탑밴드 2><슈퍼스타 K>를 보고 배웠으며, 많은 부분을 따라했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자신이 배우고 많은 부분을 차용한 프로를 공격했다. 그런 식의 자세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슈퍼스타 K>의 악마의 편집은 케이블 방송이다 보니 자극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생겨났다고 본다.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본다. 그건 나름대로 케이블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예리밴드의 판단은 그들 나름대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이 나간 탓에 헤이즈와 지금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스커버스커가 올라갔다. 예리밴드의 자진하차로 국내 가요계는 버스커버스커이란 보물을 얻었다. 이건 분명히 생각해볼만 한 지점이라고 여겨진다.

 

<탑밴드 2>는 분명히 칵스를 비롯해서 피아, 트랜스픽션, 슈퍼키드 등 이름을 대기 벅찰 만큼 쟁쟁한 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연주와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토요일 늦은 밤까지 시청하는 보람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첫 방송부터 예리밴드를 통해 <슈퍼스타 K>를 공격하다니.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탑밴드 2>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건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칫 최선을 다하는 밴드들의 노고에 먹칠을 하게 되니 말이다.

 

탈락하면 자신들의 그동안 쌓은 명성이 깎이는 데도 대한민국 밴드음악을 알리기 위해 헌신한 그들에게 모욕이 되기 때문이다. <탑밴드 2>가 그런 것을 명심해서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그들의 에너지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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