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된 ‘스탠바이’는 의외의 내용을 보여주었다! 바로 알바녀 정소민과 아나운서 대세 하석진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류기우의 아버지 류정우는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데, 거기서 정소민은 알바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류기우가 방송을 위해 한의사 친구에게 자문을 요청했고, 마침 점심 식사가 되어서 아버지 가게로 데려왔다.
여기서 친구는 정소민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소개팅을 부탁한다. 류기우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친구가 워낙 간곡하게 부탁하자 일단 ‘말이나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권해본다. 처음에 정소민은 아직 돈을 모으는 데 뜻이 있기 때문에 소개팅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러나 류기우가 그런 정소민을 보고 ‘나를 좋아해서 그렇구나’라고 놀리자 화가나서 친구와 소개팅을 하러 나간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한의사 친구는 갑작스럽게 선이 들어왔는데, 하필이면 정소민과 만나기로 한 바로 그 날이었다. 그런데 선을 보기로 한 여자가 소위 말하는 ‘스펙’이 너무 좋았다. 한의사 친구는 정소민이 전화가 되질 않자 잘난 문자를 하나 달랑 보내고, 혹시나 싶어서 류기에게 전화를 하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내가 알바나 만나려고 좋은 조건 여자 놓치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였다! 애초에 정소민은 한의사와 소개팅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직업도 괜찮고 얼굴도 훈훈하니 일단 만나나봐라’같은 주문(?)들이 있어서 일단 만나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의사 역시 같은 이유로 정소민과의 만남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었다! 우리가 예전에 흔히 했던 말 중에 ‘직업에 귀천이 따로 없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귀천이 분명히 있다’ 그것도 너무나 확실하게!
정소민이 만약 공무원이었거나 대기업 직원이었다면 과연 한의사는 자신이 좋아서 일방적으로 소개팅을 부탁하고, 나중에 겨우 문자 하나 보내고 퇴짜를 놓는 일을 벌였을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에피소드인 하석진과 류진행의 이야기도 씁쓸하게 하기엔 마찬가지다. 새로운 국장이 부임하고 그는 저녁 뉴스의 아나운서를 류진행에게도 일단 시험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하석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는 급성맹장으로 수술을 받고 3일간 누워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류진행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까봐 염려가 되어 위험을 무릅쓰고 오디션 자리에 온다. 류진행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울먹이다가 쫓겨나고, 하석진은 예의 멋진 모습으로 뉴스를 깔끔하게 진행해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킨다.
그러나 류진행은 입사시절 뉴스진행 때 방송사고를 쳐서 가지 못했다가. 오디션이나마 보게 되어서 희망을 가지게 된 반면, 하석진은 누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해한다.
무엇보다 하석진이 안타까운 것은 그의 겉과 속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석진은 ‘완벽한 아나운서’다.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사인을 요구해올 정도로 인기가 많고 일 역시 완벽하게 수행해낸다! 따라서 그는 ‘엄친아’이미지가 따르면서 모두들 우러러 본다.
그러나 과연 그 자신은 행복할까? 하석진은 원래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뻐뜨렁니로 인해 못 생겨 보였고, 그런 탓인지 성격이 삐뚤어져 버렸다. 하수도란 원래 이름을 개명하고 얼굴을 손본(?) 지금도 그는 하필이면 동창인 류기우가 자신이 하는 ‘시사의 여왕’이란 프로그램에 신입 PD로 온 후 자신의 예전 모습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두려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을 알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완벽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물이지만, 그는 소심하고 콤플렉스 덩어리에 언제나 1등을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인물이다.
하석진의 모습은 오늘날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을 보는 기분이다. 현대인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주변에서 떠밀리다시피 경쟁에 내몰린다. 그는 1등을 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6년이 넘도록 고생한다.
그럼 소위 말하는 1류대를 가면 끝인가?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대기업에 취직하던지 공무원이 되어야 하고, 계속 승진해야만 한다. 즉 경쟁상대가 같은 반의 급우에서 같은 직장의 동료로 바뀌었을 뿐, 패턴은 똑같다!
즉 끝나지 않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 앞서 말한 정소민은 어떤가?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알바를 하고 있다. 그중 정소민은 집안이 가난해서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고, 현재는 알바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 손님이 와서 먹으면 누구나 행복해 하는 파스타를 만드는 쉐프를 꿈꾸고 있다.
남자를 기다리다가 추워서 박스를 덮고 있고, 류기우가 정소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한의사 친구가 갑작스럽게 '이민을 가게 되었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정소민은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인해 정소민과 류기우는 좀더 가까워지게 되었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소중한 꿈과 목표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녀가 현재 파스타 가게에서 알바나 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한의사처럼 많은 이들은 우습게 안다. 우리가 소도 아닌데, 보이지 않는 낙인을 찍어놓고 등급을 매겨놓은 꼴이랄까?
물론 <스탠바이>는 <하이킥 3>가 그랬듯이 심각하게 노골적으로 날선 비판을 하지 않는다. 갑자기 핸드폰 전원이 나간 바람에 문자를 받지 못한 정소민은 박스를 뒤집어 쓰는 모양새를 보여줘서 웃음을 유발하고, 하석진은 자신의 자리를 지킨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맹장염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누워있어야 함에도 위험을 무릅쓰는 하석진의 모습은 단순히 웃기엔 현대인의 모습을 너무나 잘 풍자한 것 같아서 오히려 안타까워 보였다.
<스탠바이>는 <하이킥 3>보다 확실히 드라마적인 구성과 웃음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슬랩스틱 코미디에만 안주하진 않는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사회에 대해 풍자와 비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단순히 웃기는 시트콤으로 보기엔 <스탠바이>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우리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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