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유재석이 필요 없는 예능시대의 시작인가?

朱雀 2013. 4. 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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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이자 1인자라는 수식어가 항상 뒤따르는 유재석. 오늘날처럼 여러 명이 우르르 나와서 스튜디오가 되었든, 야외가 되었든 활약하는 프로에는 유재석 같은 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유재석은 여러명의 게스트가 나와도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모두가 최소한 한번이상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때때로 출연자와 싸우는 듯한 설정을 하거나 농담을 던져서 웃기게 만들고, 게스트를 돋보이게 만든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 누가 나왔던지, 상황에 따라 돋보이게 만드는  그의 활약은, 현재의 예능에선 유재석보다 뛰어난 이가 없다는 데에 모두가 긍정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일례로 <놀러와>가 폐지된 이후, MBC에서 월요일 밤에 무슨 예능 프로가 하는지 아무도 관심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유재석의 공백이 얼마나 메꾸기 어려운 것인지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무엇을 믿고 감히 유재석이 필요 없는 예능시대라는 말을 용감하게 하고 있을까?

 

 

 

얼핏 들으면 자다가 일어나서 남의 다리를 긁는 소리인 것 같다. 그러나 증거가 있다!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빠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빠 어디가>는 일요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는 싱글족 여섯 남자의 이야기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토요일밤 11시대에 방송되는 <인간의 조건> 역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기 설정과 포맷이 다른 세 예능 프로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참신함이라고 본다!

 

이들 세 예능 프로가 등장하기 전까지 공중파 예능프로는 정말 하나같이 비슷비슷했다. 물론 조금씩 다른 설정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스튜디오가 되었든, 야외가 되었든 10명 내외의 연예인들이 우루루 나와서 미션을 수행하든, 토크를 하던지 시끄럽게 떠들기 바빴다.

 

따라서 유재석 같은 MC의 비중이 매우 컸다! 비록 유재석은 아닐 지라도 신동엽, 이경규 같은 노련한 MC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와 시청률이 좌지우지 되었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프로들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식상해질 수 밖에 없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나오는 사람이 조금씩 다를 뿐, 결국 같은 포맷이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해봐도 공중파 예능의 이런 추세는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러나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을 보라! <아빠 어디가>는 다섯 아이와 아빠가 오지마을로 떠난 모습을 그리고, <나 혼자 산다>는 어찌보면 궁상 맞아 보일 수 있는 여섯 남자의 혼자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휴대폰과 자동차처럼 현대인이 없이는 살 수 없어 보이는 문명의 이기들이 없는 상황에서 지내는 <인간의 조건>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참신하기 그지 없지 않은가?

 

두 번째는 공감이라고 본다. <아빠 어디가>에선 기존의 예능처럼 배꼽잡고 방바닥을 구를 정도로 강한 웃음을 없을지 몰라도, 순박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

 

일례로, 7일 방송에서 윤후가 지퍼를 잡그는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아빠 윤민수 앞에서 자랑하고, 김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밥을 싸먹는 것을 어려워 하는 모습은 사실 별거 아닌 내용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여섯 살인 아이때는 젓가락이 서투를 수 밖에 없고, 지퍼 하나 올리는 것을 혼자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시청자인 나도 그랬고, 주변을 봐도 그런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여섯 남자의 이야기가 뭐 볼게 있을까?’싶었는데, 의외로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인터뷰만 하면 파리가 머리에 앉는 국민할매 김태원이나, 거친 외모와 달리 깔끔한 홈보이 데프콘, 정말 멋진 외모와 달리 집은 지저분한 서인국의 조합은 그 자체로 웃음의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물론 <인간의 조건>의 경우엔 출연자들이 <개콘>의 핵심멤버들이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콩트와 예능은 다르다! 아무리 날고 기는 개그맨이라고 할지라도 예능에선 제대로 된 활약상을 보여주기 어렵다. 일례로 1년 넘게 <해피투게더>에 고정출연중인 G4중에 제대로 된 중량감을 보여주는 기존 <개콘>멤버가 있던가? 그만큼 예능에서 제 몫을 해내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세 번째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은 기존 예능프로라서 자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대본이 필요치 않아 보이는 상황’-물론 약간의 설정은 존재하지만-, 즉 진정성이 돋보이는 프로들이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보면서 진정성에 몹시 예민한 편이다! 이전의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논란이나 최근 <정글의 법칙> 논란을 보고 있으면, 웃자고 보는 예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시청자들의 모습은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무원을 시작해서 국회의원을 거쳐 심지어 대통령까지 정치에 대한 불심이 극심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든지, 물건을 사러가던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아 가면 좀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는 학연, 지연, 혈연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전반적으로 팽배한 불신풍조가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예능에서 진정성에 대해 시청자들이 예민한 것은, 정치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 진정성을 요구하고 어렵고, 설사 사건이 터지고 이슈화되어도 잘 바뀌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만만한(?) 예능에 더욱 예민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상과 같이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과 같은 새로운 예능프로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예능 시대에 대한 이유를 간단히 적어보았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예능이 갈 길은 멀다. 우선 <아빠 어디가>를 제외한 나머지 두 프로는 기존의 황금 시간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각각 금요일과 토요일의 심야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또한 세 프로 모두 소재와 참신성 문제로 얼마나 방송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오늘날 인터넷을 넘어서서 트위터와 유투브를 통해 예능이 무한소비되는 세상에선 며칠만 지나도 참신함이 식상함으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예능 방식은 분명히 아직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재미가 있다. 따라서 유재석 같은 MC에 대한 수요는 아직까지 절대적이다! 앞으로 예능이 과연 유재석이 없이도 시청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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