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인간의 조건’

朱雀 2013. 11. 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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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필자 역시 지난주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새삼 많이 느끼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동네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백설기를 맞춰서 주변에 나눠주게 된다.

 

그런데 예상대로(?) 그들이 나눠주는 떡을 거부하는 이웃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누구인가? <개콘>에서 인기 있는 개그맨들이다. 오늘날처럼 공중파의 위력이 강력한 사회에서 얼굴이 알려진 이들마저 거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이웃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사떡을 거부당하는 정태호와 박성호의 멋쩍은 얼굴은 그런 의미에서 내 얼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면, 흔쾌히 다가오는 이웃도 있는 법. 김준호는 우연히 여행사를 하는 이웃의 집에 들어가서 떡을 돌리고는 오히려 선물을 뻔뻔하게(?) 운운한다.

 

그러나 이웃은 그를 위해 고급 전통수저세트를 준다. 양상국을 맞이해준 바리스타 부부는 <인간의 조건> 팬이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젠 정말 친해준 흥민이네에 간 김준호는 점심 주려고 기다렸는데 왜 안왔냐?’라는 말에 짤 것 같아서라고 짖궂은 농담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주민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의 도우미로 자청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배웠겠지만 사람 인()자는 두 개가 서로 맞물린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말인 즉슨 인간은 혼자 살수 없다는 뜻을 말이다. , 인간은 서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도시는 어떤가? 아파트로 공동주택생활을 하면서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지낸다. 단순히 모르고 지내는 수준이 아니라, 층간소음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서로 부딪치면서 이웃사촌이 아니라 원수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층간소음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부딪치는 것은 결국 이웃에 누가 사는 지 알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층간소음문제는 단순히 이웃간의 이해가 충돌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얼마나 각박하고 서로 격리되어 소외되어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것이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김장을 하면서 이웃들의 도움을 엄청나게 받는다. 흥민이네에 가서 배추를 알아보고 산지에 가서 샀다가 인심좋게 고춧가루와 쪽파까지 얻는다.

 

식당을 하는 이웃의 도움으로 큰대야를 얻고, 때마침 좀 작은 대야를 버리려던 떡집사장님에게 얻는다. 그뿐인가? 마침 지나가던 김장 고수(?)의 도움을 받아서 초보 김장꾼들이 김장을 하게 되고, 한명씩 두명씩 이웃이 도와주기 위해 오면서 부추전을 비롯한 음식을 들고 오면서 어느새 소박한 잔치가 되어버린다.

 

이젠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 풍경이지만, 예전엔 김장을 하면서 이웃끼리 어울리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상이었다. 김장은 힘이 많이 들고 할게 너무 많아서 이웃의 도움이 없으니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김장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고 도와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김장을 담구면 고기를 비롯한 음식을 해서 함께 나눠 먹으면서 정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오늘날은? 두세명이 살거나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슈퍼에서 김치를 사먹는 일이 흔해지면서 김장을 담굴 일 자체가 사라졌다.

 

김장을 담그는 풍습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네 정을 나누는 풍습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무척이나 안타깝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말하지만 동네 잔치를 하려던 것이 너무 판이 커져서 오히려 불안해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은 모두 전해졌고, 이미 그들 몇몇이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이웃이 함께 나누는 마을잔치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붙임성 좋은 멤버들이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고 정을 나누면서,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있던 주민들은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물론 <인간의 조건>은 인기 예능프로이고, 아무래도 연예인들이다 보니 인기가수를 섭외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열렬하게 참여한 준비가 된 이웃들은 분명 함께 어우러지는 멋진 잔치가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새삼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케 되었다. 우린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아무리 IT기술이 발달해도 기술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당연한 이치인데 잊고 있던 것들을 깨우치게 해준 고마운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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