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내가 미실에 반대하는 이유

朱雀 2009. 9. 4. 08:02
728x90
반응형


어제 다음뷰에 보니 미실을 옹호하는 글이 두 개나 있었다. 글쓰신 두 분의 글을 평소 즐겨읽고 좋아하지만, 입장이 다른 관계로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지난 9/1일 방영된 <선덕여왕>을 보고 많은 이들이 미실에 대해 동정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절대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덕만공주를 부러워하고, 권력을 가진 이후의 꿈을 꾸지 못했다는 그녀의 고백에서 안쓰러움을 느낀 것 같다. 그 장면은 누가봐도 안타까웠다. 절대권력자 미실이 아니라 자신의 출신신분을 뛰어넘지 못하는 열등감과 어린 시절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지내며 온몸으로 신문물을 받아들인 덕만의 열린 생각에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 탓이다.

물론 미실은 인물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엄청난 통찰력으로 일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자신의 정적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도량도 깊고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린 이런 미실의 매력에 묻혀 중요한 것을 하나 간과하고 있다. 바로 그녀의 잔인성과 독재다! 떠올려보자! 미실은 예전에 소화가 갓 태어난 덕만을 데리고 도망갈 때 궁수비병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고 직접 목벤 일이 있다. 그뿐인가? 김유신 일가를 핍박하고 천명공주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야계 유민들을 서라벌에서 황무지로 쫓겨낸 일도 있다.

드라마상에서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지만, 복야회의 입을 통해 가야계 유민들이 그 일로 굵고 죽는 처참한 상황을 맞이했다. 복야회가 목숨을 걸고 월천대사를 납치하며 미실 세력의 약화를 꾀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미실은 인물만 놓고 보면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녀가 한 짓을 보면 독재자와 다를 바 없다. 그녀는 정보를 독점해서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이용했고 군사력과 천문 그리고 소문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백성을 다스렸다.

그 과정에서 백성들이 겪은 고초는 참혹하다.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은 백성은 수시로 죽임을 당했을 것이고, 비단 가야계 유민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이런 미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유명한 독재자들은 대부분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고, 그들 앞에서면 누구나 위압감을 느낀다. 그들은 몇몇 사람들에겐 인정을 베풀고 도와주고 때론 눈물을 보이며 인간적인 매력을 펼쳐보이지만, 자신이 필요할땐 수천명 혹은 수만명을 총칼로 죽이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덕만은 미실에 맞서 그녀에게 배운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세상은 백성과 함께 희망을 갖고 꿈을 꾸는 세상이다. 덕만은 ‘패도’라고 밝혔지만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왕도의 세상이다!

미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백성을 함부로 죽이고 핍박하고 겁주는 것에 능하지만, 덕만은 백성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들이 마음껏 편히 잘 살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여기엔 미실이 백성을 보는 철학이 녹아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백성은 어리석고 그들의 욕망은 다 채워줄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철권정치로 일관하는 것이다. 월식과 가뭄과 같은 천재지변을 예언하고 그것들을 물리치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이유는 두려움으로 백성을 누르기 위해서다.

반면 덕만은 아직 정치신인인 탓도 있겠지만 백성들에게 그동안 황실과 미실 세력이 독점해온 천문학에 관한 지식을 나눠주려고 한다. 아마 처음엔 백성들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덕만에게 난감한 상황이 한동안 연출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덕만이 나눠준 지식을 가지고 더욱 잘 살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미실이 다스리는 세상은 거짓과 위선과 폭력과 억압으로 얼룩진 세상이다. 하여 나는 미실에게 반대한다! 그러나 덕만이 추구하는 세상은 백성과 함께 잘 사는 세상이다. 그녀는 그 세상을 위해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하여 나는 덕만에게 찬성한다!

미실은 그 인물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그녀가 저지른 온갖 악행을 떠올려 보면 절대 그녀에게 동의할 수 없다. 박정희가 독재를 통해 우리나라를 발전시켰다고 흔히들 말하며 그가 다스리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가 다스리던 시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남산 아래 중정 사무실에서 죽어나갔다. 그의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권력를 위해 국민을 억업하고 함부로 죽인 독재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서는 안된다. 미실도 박정희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들이 한 행동을 잊으면 절대 안된다. 잊는 순간 우리 역사엔 그런 불행한 순간이 반복될 지 모른다. 망각의 댓가는 핏값으로 혹독하게 치러야 하기에.



글이 괜찮으면 추천바랍니다.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