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소찬휘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

朱雀 2009. 9. 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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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뮤직뱅크>에서 소찬휘가 2년 반 만에 신곡 ‘가슴에 못 박혀’로 컴백 무대를 가졌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심심할 정도로 동원된 악기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오로지 가창력 하나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효과음이 잔뜩 동원되는 탓에 다소 시끄러웠던 요즘 음악들 사이에서 소찬휘의 신곡은 그런 면에서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가요계는 요란하다. 분명 가수는 노래를 부르건만, 왠일인지 ‘비쥬얼’이 대세다. 하여 걸그룹은 섹시하게 차려입고, 남자 가수들은 꽃미남이 넘쳐난다.

‘가창력으로 승부한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되었다. 모두들 섹시 댄스를 추고, 파격적인 뮤직 비디오를 찍어 이슈화를 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섹시 컨셉도 부족해 스트립 댄스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과 내용이 난무하고, 가사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오늘날 가요계를 관통하는 장르는 댄스 일색이다. 간간히 발라드를 비롯해 다른 장르곡들도 선보이지만 가뭄에 콩 나듯 정말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시대의 조류에 맞춰(?) 비슷비슷한 곡들을 양산하기에 바쁘다.

가수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예능에 출연하고 개인기를 보이고 화려한 입담을 과시한다. 철저히 비쥬얼로 승부하는 것이다. 심지어 팬들과 가요관계자조차 이제 가창력에 대해선 별로 고려치 않는 모양새다.

주 소비층인 대중은 이제 가수의 가창력이 아니라 특정 여가수가 ‘살이 쪘는지 안 쪘는지를 두고’ 논란을 펼칠 정도로 세태는 변했다. 그런 가요계의 풍토 속에서 오로지 가창력 하나로 승부하는 소찬휘의 컴백이 무척 반갑다.

그녀는 예쁘지 않다. 덕분에 우린 그녀의 얼굴보다 노래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그녀가 이번에 부른 신곡은 현 가요계의 주류인 댄스곡도 아니다. 댄스곡이 아니다보니 요란한 무대의상이나 수십명의 백댄서도 없다. 정말 심심할 정도로 혼자서 서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듣는 이의 속을 시원케 할 정도로 빼어난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가사는 오랜만에 ‘음악은 듣는 것’이란 당연한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등장으로 현 가요계의 판도가 변하거나, 소찬휘의 신곡이 인기정상을 차지하기란 거의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배우가 연기력으로 승부하듯, 가수는 가창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는 그녀의 모습은 후배 가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팬들에겐 잊고 있었던 듣는 쾌감을 선사하는 데 충분하다. 하여 나는 소찬휘의 컴백을 환영하는 바이다. 기본을 잊어버린 가요계에, 기본을 역설하기에.


글이 괜찮으면 추천 바랍니다. 저에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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