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단순한 발씨름이 아니다?! ‘감자별’

朱雀 2014. 1. 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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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에서 노보영은 나진아와 우연히 발씨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노보영은 나진아에게 지게 된다. 그녀는 너무나 분해서 눈물까지 흘리고, 다음날 전화해서 다시 재시합을 잡은 후 전문 트레이너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하체훈련에 집중하게 된다.

 

58화에서 노보영과 나진아는 각각 승부욕이 강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특히 노보영이 승부욕이 별로 없는 자신의 아들에게 세상은 뭐든 이긴 사람이 다 차지하게 되있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못해 끔찍할 지경이다.

 

사실 노보영과 나진아가 벌인 발씨름은 처음엔 아무것도 걸린 게 없는 그냥 재미로 한 시합이었다. 그러나 나진아는 자신의 어머니인 길선자에게 잔소리를 하는 노보영에게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고, 한번도 저 본적이 없던 노보영으로선 일종의 타이틀 방어전이었다.

 

지고 분해서 견디지 못하는 노보영의 모습은 웃기면서 동시에 현대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씁쓸했다. 우리 주변에선 재미로 게임을 벌이다가 승부에 집착해서 흥분하는 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선 유치원 시절부터 다른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경쟁을 강조한다. 그런 경쟁은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심화되어서 직장에 가면 끔찍한 수준에 이른다.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주의구조다! 어떤 분야든 1등을 차지한 이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2등부터는 거의 아무것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따라서 노보영이 자신의 아들인 김규영와 김규호에게 승부에 집착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의미에선 숙명적으로 치러야할 댓가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재시합을 앞두고 하체단련에 몰두하는 노보영과 나진아의 모습은 비장하기 짝이 없으며, 아내가 진 이후가 걱정되어서 몰래 한우를 선물하는 김도상과 제발 져달라고 부탁하는 김규영과 김규호의 모습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끔 만든다.

 

마음이 약해진 나진아는 흔들리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노보영을 이겨버린다. 이후 충격에 빠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노보영의 모습은 웃기다기보단 왠지 서글픈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충격의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녀가 우연히 격투기 시합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산속에 들어가서 훈련을 하는 장면은 웃프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지경이었다!

 

<감자별>발씨름이란 소재를 통해 노보영과 나진아가 서로 극한 대립을 하게끔 만들면서, 두 사람이 각각 현대적인 트레이닝과 아날로그적 트레이닝 하는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웃음을 주었다. 그뿐인가? 뇌물(?)과 눈물어린 호소(?)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끔 했다.

 

그러나 모든 예상을 뒤엎고 나진아가 승리함으로써 묘한 울림을 주었다. 사실 나진아는 져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단순히 김도상이 준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노수동의 집에 얹혀 사는 형편에 그 집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이기면 이리저리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지만, 지면 여러모로 이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진아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겨버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공정한 경쟁이 사라져버린 우리 사회에서 묘한 울림을 준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재벌로 태어나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구조다.

 

길선자가 말한 것처럼 내가 차고에 사는 게 말이 안된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옳은 말이다. 열심히 땀 흘린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 몫이 돌아간다면? 지금처럼 극심한 빈부의 차이는 없을 것이고, 사람들도 돈보다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구조속에서 모두들 '돈. 돈. 돈'을 외치면서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감자별> 58화는 발씨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고 해부하고 동시에 풍자했다고 여겨진다. 동시에 승부에 집착하는 노보영과 나진아를 통해 웃음을 주었다. 더불어 승부에 지고도 인정하지 못해 말도 안 되는 훈련을 하는 노보영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닌지 곰씹게 만들었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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