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민준과 천송이 커플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보면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극초반에 도민준은 자신과 천송이를 위협하는 이재경과 대결을 펼쳤다. 따라서 그가 당연히 이후에 뭔가 조치를 취하리라 여겼다.
천송이는 도민준네에 갔다가 괴한으로부터 하마터면 습격을 받을 뻔 했다. 다행히 그녀가 기지를 발휘해서 무사하긴 했지만, 그녀 역시 뭔가 조치를 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두 사람 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래서 몹시나 집중하기 어려웠다! 천송이는 병원에서 자신에게 수면제를 주사하고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려 했던 킬러의 목소리를 기억하곤 동생에게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에게 죽음의 공포는 엄청나게 크다. 게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인물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면? 무서워서 어떡할 줄 몰라야 정상 아닐까? 그런데 천송이는 자신이 전화하자마자 도민준이 뿅하고 나타나자, 아침부터 계란말이를 해주고 어떻게든 환심을 사고자 애쓸 뿐이다.
물론 그런 대책 없는 순진무구함과 낙천적인 성격의 인물도 존재할 수 있다곤 본다. 그러나 애정은 애정이고 뭔가 조치는 취해야 하지 않았을까?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쯤이면 일의 심각성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를 하던지, 아니면 이휘경에게 도움을 요청하던지 하지 않았을까?
좋다! 백번 양보해서 천송이는 원래 그런 캐릭터차고 치자! 그렇다면 도민준은? 도민준은 지구에서만 무려 400년이나 산 외계인이다. 따라서 그는 여러 인간을 보았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을 줄 알았다. 결과는?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가 (이재경에 의해서) 자동차에 치여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혁 검사가 자신의 눈앞에서 당하는 상황은 방심하다가 당한 것이라고 치자!
그런데 이재경이 분명히 자신과 천송이를 가만 두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가 마취총에 맞고 나서도 (10시간이나 잠을 잔 후에) 태연히 마트에 가서 천송이와 장을 보고, 낚시나 가는 장면 전환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천송이는 도민준의 집에서 괴한을 보았다고 말해주었고, 도민준 역시 CCTV로 괴한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이후 전개에서 분명히 어떤 조치를 나름 취했으리라곤 여겨지지만, 천송이의 엄마를 인질로 협박하는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건 도저히 이해불능이었다.
천송이의 대책없는 낙천적인 모습은 처음엔 웃음으로 다가왔지만, 이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라는 노래가사가 떠오를 지경이다. 어떻게 두번이나 목숨을 위협받고도 바로 잊어먹고 사랑놀음에만 빠질 수 있을까? 도무지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간다.
특히 <별그대>에서 난감한 부분은 죽음의 위험을 목전에 두고도 사랑놀음에만 빠진 인물들이다. 천송이는 자신의 언제 위험했냐는 듯 도민준이 자신을 거절하자 밤새 술마시고 난리를 피운다. 심지어 만화방 친구들에게 상담(?)까지 받는다.
도민준도 별 다를 게 없다. 도민준은 마트에 가서 장보고, 낚시에 와서 오랜 친구인 장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심지어 유세미는 친오빠인 유혁 검사가 (괴한의 습격으로) 병원에 누워있는데, 이휘경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거절하자, 질투심에 도민준의 정체를 천송이에게 알려주는 일을 벌인다.
<별그대>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인물은 자신의 형을 의심하기 시작한 이휘경 뿐이다. <별그대>의 현재 문제는 너무나 등장인물들의 애정관계도에 몰입한 나머지 다른 것들은 모두 놓친 것이라 여겨진다.
유세미는 질투심에 눈이 먼 나머지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렸고, 천송이는 죽음의 위협을 두 번이나 받고도 도민준만 바라보는 대책없는 짝사랑 캐릭터가 되었고, 도민준은 4백년이나 살아온 인물이 맞는지 지능지수가 의심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별그대>도 나름 도민준의 능력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긴 했다. 4백년이나 살아와서 생명력이 다했다는 걸 구암 허준을 등장시켜서 넌지시 일러주고, 도민준이 천송이의 고백을 거짓 거절하면서 참지 못하고 시간을 정지시키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통해서 그가 왜 어이없이 교통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도민준은 충분히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어야 했으며, 단지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해서 자신과 천송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을 그냥 무책임하게 방치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생각해보자! 도민준은 의사도 했고, 교수도 할 정도로 엄청난 인물이다. 그가 살아오면서 형사나 경찰을 한번쯤 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가 법지식이 풍부한 것으로 봐선 변호사, 검사, 판사 중에 하나는 분명히 해봤을 것 같다. 그런 그가 뻔히 후속 범죄가 예견되는 이재경에 대해서 손놓고 있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물론 11화도 분명히 웃기고 재밌기는 했다. 그러나 코미디와 멜로는 남은 대신에 개연성과 시청자의 몰입도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는 확 떨어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TV를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소녀 아이린을 반전스타로 만든 ‘런닝맨’ (6) | 2014.01.27 |
---|---|
홍콩 사는 큰형님 성룡이 준 감동! ‘해피투게더’ (4) | 2014.01.24 |
당신의 스트레스는 어떻습니까? ‘감자별’ (4) | 2014.01.22 |
단순한 발씨름이 아니다?! ‘감자별’ (2) | 2014.01.21 |
비밀연애의 짜릿함을 보여준 ‘런닝맨’ (4) | 2014.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