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인물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론 ‘길선자’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목공예를 (너무나 잘)해서 노수동을 좌절시켰으며, 예전에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기억으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았다. 심지어 체조(?)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서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70화에서 길선자는 밤중에 출출해하는 노수동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국수를 말게 된다. 그런데 그런 길선자가 안되보였던 노민혁은 시간외노동이라면서 별도로 돈을 내게 했다.
며칠 동안 그렇게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진 길선자에게 청천벽력이 찾아온다. 바로 왕유정이 밤중에 야식을 먹으면 몸에 안 좋다며 식구들에게 먹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헛헛함을 참지 못한 노수동은 문자로 ‘차고에서 (먹어도) 괜찮냐?’라며 부탁하고, 그새 길선자표 국수에 맛들인 노민혁-노준혁-노수영도 줄줄이 주문을 한다.
급기야 노수동은 친구들과 함께 차고에 찾아와 국수를 부탁하고, 그녀의 국수를 맛본 노수동의 친구들은 가족과 회사동료를 데리고 오기에 이른다. 이쯤되면 길선자의 음식솜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으리라.
실제로 소문난 맛집 가운데는 차고에서 시작하거나, 심지어 아직도 차고에서 하는 경우를 TV에서 종종 보았기에 길선자표 국수집이 유명세를 타는 과정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게다가 ‘차고란 컨셉이 오히려 특이해!’라는 손님들의 반응도 오늘날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결국 길선자의 차고 국수집은 TV에 소개되고, 급기야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명소로 바뀌게 된다.
길선자에게 사업가가 와서 20억 투자를 제의하고 이윽고 그녀가 타임즈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지는 과정은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흔히 본 설정에서 익숙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복권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감자별>은 시트콤이기 때문에 웃자고 한 설정이겠지만, 길선자가 재벌이 되는 부분은 결국 꿈에 지나지 않았다. 길선자와 나진아가 안타까운 것은 그녀들은 성실하게 생활하지만 남의 집 더부살이도 아니고 차고에서 살아가는 현 상황이다.
<하이킥> 이전시리즈를 떠올려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몰락해도 남의 집에서라도 함께 살았다. 그런데 노수동네는 번듯한 집에서 살고, 길선자네는 그 집 차고에서 더부살이하는 모습은 갈수록 극심해지는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풍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결국 200시간이 넘게 무수면으로 일하고 1000그릇이 넘는 국수를 팔고 478만원을 벌었지만, 무허가 영업으로 벌금 480만원을 내고 왕유정에게 사과하는 길선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웃프다’란 말 외엔 다른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웃자고 70화에선 이런 내용을 방송했겠지만, 오늘날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질 수 없는 대한민국 소시민의 삶을 풍자한 것 같아 마음이 별로 좋질 않았다. 작은 돈벌이에도 신나하고 삶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길선자는 언제쯤 노수동네 차고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부디 시트콤이지만 <감자별>의 결말부엔 꼭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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