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CJ E&M 센터에서 파주 세트장으로 가는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감자별’을 현장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CJ E&M에서 ‘감자별 취재 할 의향 있나요?’라고 물음이 오자마자 바로 ‘콜!’이라고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나 재밌게 보는 시트콤 현장을 볼 수 있다는 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취재를 위해 가는 차안에서 몇 가지에 놀랐다. 우선 인원이 너무나 단촐했다. 보통 방송에서 취재를 요청하는 경우, 적어도 20~30명이 우르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초청된 인원이 세 명이고, 우리를 안내해줄 분까지 모두 합쳐 겨우 네 명에 불과했다. 특별히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녹화현장에 부담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녹화현장은 수십명의 스탭과 연기자가 집중을 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 곳인데, 수십명의 사람들이 구경을 한다면? 아무래도 방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조용하게 있는 다고 해도 말이다. 전혀 모르는 이들이 구경하고 있다면 신경 쓰이고, 최악의 경우엔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다면? 자칫 녹화를 망칠 수도 있다.
새삼 CJ E&M이 얼마나 제작에 공을 기울이는 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취재하러 온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래도 수십명이 가면 취재를 하기에 불편함이 많다. 무엇보다 적은 인원 덕분에 사진을 최대한 요령껏 찍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주에 도착해선 세트장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녹화장 밖에는 몇 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배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릴 반갑게 맞아주신 노주현 씨. 실제로 그는 녹화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
노수동역으로 열연중인 노주현 씨는 우리 일행을 보자마자, ‘도조도조’라고 말하며 반겨주었다. 우리 일행은 그저 노주현 씨가 농담삼아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얼마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녀간 탓이란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우리 일행을 일본인 관광객으로 착각했다는 말이니까.
<감자별> 출연진 중에 맨 처음 만난 노주현 씨는 매우 유쾌한 분이었다. 시종일관 농담을 하고 우리 일행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취재하러 온 입장에서 매우 즐겁고 유쾌한 일이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세트장에서 구경한 장면은 노수영이 식구들 몰래 (장율을 만나러 가기 위해) 집안의 레이저 장치를 피해서 도망치는 장면이었다. 71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는데, 우린 그 장면을 미리 보는 셈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수영 역의 서예지 씨는 같은 장면을 무한반복으로 찍고 있었다. 전체 화면으로 찍고, 왼쪽에서 찍고, 오른쪽에서 찍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레이저가 있다고 가정해서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올 법한 동작으로 피해가는 장면은 보기에도 쉽지 않아보였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우린 세트장의 다른 장소들을 둘러보았다. 우린 그곳에서 나진아와 여진구가 늘 붙어 앉아서 일하는 콩콩토이의 사무실과 잘난척대마왕 노민혁의 대표이사실, 노송의 방, 나진아와 길선자가 함께 지내는 차고 등을 차례로 보게 되었다.
TV에서 보던 공간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가 TV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두 번째로 보게 된 장면은 71화에서 김도상네 가족이 노수동네에 왔다가 설치된 레이저 장치에 놀라는 부분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장치를 눈이 휘둥그레 하면서 놀라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새삼 ‘역시 연기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레이저 장치를 통과해보며 시험하는 김도상역의 김정민 씨, 김규영역의 김단율, 김규호역의 정준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믹했다.
무엇보다 여러 명이서 함께 녹화를 하니 서로 간의 끈끈한 정이 두텁게 느껴졌다. 김정민 씨와 최송현 씨는 극중 아들인 김단율과 정준원을 부르면서 ‘아들’이라고 했고, 촬영 중간중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짓고, 때론 서로 꼭 안는 모습등은 영락없는 ‘가족의 포스’였다.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져서 실제로 <감자별>을 보고 있노라면 서로들 가족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런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녹화장에 오면 느끼는 것이지만 TV에는 보이지 않던 스탭들의 노고와 열정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방금까진 그냥 카메라로 찍다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스탭들이 무언가를 들고 오고, 그렇게 되면 레일이 깔리고 그 위에 카메라가 얹어지고, 혹은 뚝딱뚝딱하는 순간 뭔가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곤 한다. 게다가 서로 긴박하게 이름을 부르고 작업내용을 말하면서 부산한 가운데서 각자 소품을 내오고, 모니터링을 하고, 녹음을 하는 기사들의 모습은 열심히 사는 것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신을 다하는 장인의 자세마저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감자별>은 시트콤이 아닌가? 그런 탓일까? 녹화장에선 유독 웃음이 많았고, PD가 연기지도를 하거나 출연자와의 대화도 코믹한 부분이 많았다. <감자별>이 왜 재밌는지 새삼 알 수 있는 부분이랄까?
원래 3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온 취재였지만, 훌쩍 6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좀 더 많은 연기자와 만나서 최소한 싸인이나 사진을 찍게 해주려는 주최측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제 색깔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장율 씨한텐 한결같이 설레이고, 엄마한텐 한결같이 짜증내고(웃음), 감독님께서 노수영한테 어울리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셔서 연기가 쉽고 재밌게 진행되고 있어요’
질문지를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즉석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서예지씨의 답변을 들으면서 (그녀의) 연기자로서 미래가 매우 기대되었다.
또한 예상과 달리 녹화가 긴박하게 이어져서 연기자들과 미팅할 짬이 별로 나지 않은 탓도 컷다.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올 때만 해도 추운 줄 잘 몰랐는데, 오래 있다보니 추운 것보다 발이 시려웠다. 왜 스탭들이 털이 들어있는 장화나 신발을 신는 지 알 수 있었다.
잠깐 그냥 구경하는 필자도 발이 시려울 지경인데, 하루 종일 일하는 스탭이나 연기자들은 얼마나 추운데서 고생을 하는 것인지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감자별>의 연기자들은 모두 친절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다소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친절하게 사진 촬영에 임해주었다.
특히 서예지 씨의 경우엔 짧은 시간이나마 허락되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데, 너무나 또박또박하게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해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아무래 그녀가 맡은 노수영이 아무래도 말괄량이에 변덕쟁이라 더욱 그런 듯 싶었다.
녹화는 오랜 시간동안 이어졌다. 그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과정에서 누구 하나 짜증 내는 법 없이 큰 소리 나는 법 없이 화기애애 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저 '역시 프로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힘든 촬영이 끝나고 바로 와서 싸인과 사진촬영에 임해주는 서예지 씨와 하연수 씨의 모습도 그러했지만.
파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수북한 눈이 쌓여있었다. 비교적 일찍 가는 우리도 쌓인 눈 때문에 조금 고생했는데, 밤늦게 혹은 새벽에 갈 연기자와 스탭들의 귀가길이 걱정될 지경이었다.
비록 여진구 씨와 고경표 씨는 녹화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 외의 다른 주요 출연자들은 모두 볼 수 있었고, <감자별>의 촬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연기자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볼 수 있어서 배우는 바도 느끼는 바도 많은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시청자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집에 가면 더욱 즐겁게 <감자별>을 시청하게 될 것 같았다. 실제로 집에서 녹화장에서 본 장면들을 70화와 71화에서 찾아보면서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조금 취재기가 늦어졌지만, <감자별>의 매력은 늦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총 120회 가운데 어제까지 75회가 방송된 <감자별>이 왜 날이 갈수록 재밌어지고 매력적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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