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남이시네요’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

朱雀 2009. 10. 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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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현재 방영중인 수목드라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미남이시네요>(이하 ‘<미남이>’)다. 이유는 유치하지만 재밌기 때문이다. 오버하지만 나름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만든 <아이리스>가 재밌고 볼만한 작품이라는덴 이견이 없다.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이병헌의 매력은 상당하며, 비록 여러 유명 작품에서 가져온 것 같지만, 상당히 빠른 전개와 나름 짜여진 스토리라인도 괜찮다고 본다.



반면 <미남이>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순정만화를 그대로 가져온 듯 유치하고 오버스런 설정과 연출이 잔뜩 묻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남이>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근석이 열연하고 있는 황태경이란 캐릭터를 보자. 그는 완벽주의자에 결백증이 있는 인물이다. 까탈스럽기 때문에 누구도 그의 주변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고뭉치인 고미남의 정체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 그는 이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미남의 정체를 밝히려는) 유헤이의 입을 틀어막고자 원치않는 키스마저 감행하는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다. 그러나 그가 그런 가시를 세운 이유는 상처받기 싫은 탓이다. 어린 시절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의 생모인 모화란이 그의 존재를 비밀로 하기 위해 은둔생활을 한탓에 그는 상처투성이인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아픔은 그를 타인에게 항상 방어적인 인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고미남에게만은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비록 사고뭉치에 번번히 그를 곤란한 상황에 밀어넣는 인물이지만, 항상 자신을 바라보고 작은 것까지 기억해주는 그녀의 섬세함과 마음씀씀이에 반한 탓이다.

박신혜가 열연중인 고미남/고미녀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초창기에 그녀의 오버스런 발성을 보고 ‘그동안 TV출연으로 안해서 연기력이 줄었나?’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누구보다 많은 분량을 책임져야 할 그녀의 오버스런 행동과 대사는 처음엔 마이너스적인 요소로만 눈에 비쳤다. 그러나 지난주까지 방송된 분량을 보면서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미남이>는 순정만화를 그대로 영상화시킨 듯한 작품이다. 착한 여주인공과 그녀를 사랑하는 주변의 꽃미남들. 그리고 그녀를 시기하는 악녀와 화려한 연예계를 조망한 듯한 스토리라인등이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분명 만화와 드라마는 매체상 특성이 다를 수 밖에 없다. 2차원에 그려진 만화와 달리 3차원에 입체적으로 투영되는 드라마는 수동적인 입장인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미남이>는 합격점을 줄 수 밖에 없다. 오버로 점철된 대사와 설정은 처음엔 낯설고 불편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보다 편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게끔 해준다. 불륜과 막장이 판치는 현재의 드라마계에서 <미남이>는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과 만화같은 연출이 보다 편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미남이>에는 진정성이 있다! 가령 고미녀는 수녀로서 꿈을 키워오다 자신의 쌍둥이오빠인 고미남의 꿈과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남장여자’의 길을 택하면서 엄청난 고생길에 접어든다. 고미녀가 갖은 고생 끝에 가수로서 한발짝씩 성공해가고,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모습에선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는 아픔이 몰려온다.

그녀의 정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며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강신우를 보자. A.N.JELL의 일원인 그는 곧장 고미녀의 정체를 간파했다. 그러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탓에 도와주고자 애쓴다. 싸인이 없는 그녀를 위해 싸인을 고안해주고, 명동 성당에 원장수녀를 만나기 위해 나간 그녀를 위해 핸드폰으로 칼국수집과 남장할 옷이 있는 저렴한 매장 등을 소개해준다. 마지막에 자신을 내보이려 했던 그는 늘 그랬듯 결정적인 순간에 황태경이 전화를 하는 바람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 듯 고미녀를 눈앞에서 놓쳐야만 했다.


고미녀의 정체를 알고 황태경을 협박하는 유헤이도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국민요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왕싸가지에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유일하게 그녀의 정체(?)를 아는 황태경과는 악연으로 만나 계속 티격태격하게 된다. 그러나 원치 않는 사진을 찍게 된 그녀를 황태경이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주게 되면서 애정이 생기게 된다.

유헤이는 어떤 면에서 화려함 속에 감춰진 연예인의 비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아이돌들은 최소 3-5년 이상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 탄생한다. 갑자기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어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사전 연출 끝에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하에선 연예인 지망생들은 친구도 없이 홀로 외로이 묵묵하게 연습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스타로 성공한대도 그(그녀)는 인기를 위해 누군가와 계속해서 무한경쟁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외로움의 연속인 상황에서 그녀가 황태경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버스런 황당한 설정에도 나름 감동을 주는 것은 장근석과 박신혜 등의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력과 나름 짜임새 있는 연출력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모든 것을 떠나서 <미남이>는 유쾌한 드라마다. 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해있는 고미남은, 자신의 정체를 은폐하기 위해 각종 모험을 펼친다. 그런 소동과 각기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오버’연기는 힘든 삶에 찌들어 사는 도시인들에게 즐거움을 줄만 하다 싶다.


물론 <미남이>도 걱정스런 부분은 있다. 황태경과 고미녀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다르고 어머니는 같은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기고 있다. 금기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커플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돈을 위해 어린 시절 고아원에 내버린 고모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설정할지 등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에 따라 <미남이>의 격을 결정할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진다.

몇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있지만 과도한 폭력과 막가파식 설정이 판치는 현 드라마계에서 <미남이>는 귀추가 주목되는 유쾌한 드라마라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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