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우리가 만나고 싶은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

朱雀 2009. 10. 31. 07:00
728x90
반응형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그런 대통령이었다.

퇴임 6개월을 앞둔 김정호(이순재) 대통령은 우연히 맞은 로또 244억원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민주화 운동에 선봉으로 나선 그는 가난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그런 탓에 그는 갑작스럽게 생긴 244억원이란 돈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바로 행사장에서 ‘만약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는 장담을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고 잘 생긴 차지욱(장동건) 대통령은 싱글 파파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영화상에서 그는 두 가지 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하나는 일본의 우파가 새로운 방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일부러 북측 영해를 침범해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난감한 것은 태평양 함대를 거느린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행위를 묵인하고, 대한민국 해군에게 영해를 열어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럴 경우 북한과 일본은 해상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럴 경우 남북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일본 정부는 애초의 취지대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고 군사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회고록을 통해 차지욱의 특이체질을 알게 된 한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신장이식을 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본 조직검사에서 신장이 딱 들어맞아 차지욱은 자신의 신장을 떼어줄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마지막으로 헌정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으로 오르는 한경자(고두심)은 국내 과열된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새로운 법제를 만드는데, 하필이면 남편인 창면이 전원생활을 위해 사들인 땅이 개발예정지라, 야당에 의해 탄핵감으로 지명되고 동시에 이혼위기에 시달리게 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선 대통령 역시 인간이며,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고민에 쌓인 상황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여기에 장진식 유머가 결합되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감독 장진 (2009 / 한국)
출연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임하룡
상세보기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대통령들은 각기 약점이 있다. 평생 민주투사로 살아온 김정호는 그동안 누려보지 못한 부귀에 대해 미련이 많다. 그런 탓에 몰래 변장해서 당첨금을 타내올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울러 워낙 많은 나이탓에 복권 때문에 혈압이 올라 몇 번이나 병원신세를 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강직한 성품만큼이나 곧은 외교를 지향하는 차지욱은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한다. 더불어 신장이식 수술건은 5천만 가까이 되는 국민과 단 한사람의 국민의 목숨 값에 대해 엄청난 부담과 고민을 안겨준다.

헌정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한경자는 대통령으로 역할과 아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퍼스트맨이 된 남편 창면 역시 청와대에 갇혀 답답한 생활을 하면서 좌충우돌하게 된다.

우리는 세명의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소시민적인 일면과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정치는 ‘쇼’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유능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민을 안심시키고 지지율을 얻기 위해 고민하고 대화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비록 고민에 휩싸이지만 영화속 그들은 옳은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대해 충분히 국민적 동의를 구한다. 그들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것을 아니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옳은 일에 쓰고자 애쓰는 바람직한 대통령으로 그려진다.

장진 감독은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영화를 제작했다지만, 보는 입장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왕적 대통령만이 내내 군림하던 우리나라에서 서민적 대통령을 추구했던 누군가들을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말년을 불우하게 보내야 했다. 앞으로 우린 다시 그런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들은 떠나간 두 전직 대통령과 앞으로 우리가 과연 이런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것이 영화의 내용보다 더욱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