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메인 진행자의 부재가 아쉬운 ‘청춘불패’

朱雀 2009. 10.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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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타고온 밴이 떠나가자, ‘가지마’라면서 즉흥상황극을 만들어내는 구하라의 예능감각엔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었다.


<청춘불패>가 어제 두 번째 방송을 했다. 1화때 쏟아진 시청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지난번처럼 자고 있는 멤버들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7명의 멤버들이 아이돌촌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차에서 차례차례 내린 이들은 예쁘게 화장을 하고 왔고, 그자체로 보는 즐거움을 줬다.

1화때도 느낀 거지만, 예능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치고 나온 건 구하라였다. 구하라는 먼저 도착한 이들이 놀래키려고 문앞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열어재낌으로써 선수를 쳤다. 또한 청소를 하다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혼자 시건방춤과 엉덩이춤 등을 추며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여기에 가세해 나르샤는 29살의 맏언니답게 노련함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신영이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해 ‘안 맵다’면서 준 고추를 맛있다라고 먹으면서, 신영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결국 고추를 먹은 신영은 매워서 어쩔 줄 몰라했고, 그제서야 나르샤도 매운 티를 냈다. ‘독한’ 컨셉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저녁 때 김태우를 골탕먹이기 위해 효민과 구하라등이 똑같은 컨셉을 추구한 것이었다. 나르샤가 먼저 한 것은 나름 신선했지만, 그게 두 번째 반복되자 식상해졌다.

별처럼 빛나는 일곱명의 걸그룹 멤버들을 놓고 즉석에서 벌인 노주현의 이상형 월드컵은 나름 재미있었다. <샴페인>에서 먼저 한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상형의 여성들은 한두명이었다. 그런데 여기선 일곱명 중의 한명을 고르는 것이라 매우 직접적이라 그만큼 강도도 샜다.

<청춘불패> 2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유치리 최고령자인 103세 허인섭 할아버님댁을 찾은 것이었다. 7명의 소녀들은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떨고, 집안일을 도우면서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고추밭에서 네 시간내내 일만 하는 장면만 나오거나, 은행 따는 장면만 나오는 장면에서 유재석이나 강호동등의 메인 엠씨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은 어떻게든 모든 상황에서 나서서 웃기게끔 만들었다. 물론 그런 상황을 강호동 혼자 연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유재석 역시 모든 출연자들을 고려해서 그들이 모두 활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간다.

<청춘불패>의 엠씨인 남희석, 김신영, 김태우는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남희석은 고추밭에서 일하면서 일만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즉석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뭔가 부드럽게 연결되는 맛이 없었다.

제일 아쉬운 건 마지막 부분이었던 저녁 식사였다. <1박2일>에선 ‘복불복’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패떴>에선 재밌는 연출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결국 다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예능’의 특성상 재미를 시청자에게 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청춘불패>는 그냥 식사를 하고 다함께 먹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노주현이 한우를 가져왔는데 그냥 구워서 먹는 식으로 진행해 아쉬웠다.

가장 큰 활약상을 보여준 김신영. 7명의 아이돌들 역시 그동안 연구를 많이 했는지 의외로 큰 웃음을 비교적 골고루 줘서 놀라웠다.

김태우는 ‘곰태우’로 분하고, 김신영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몸개그로 웃음을 줬지만 7명의 아이돌에 엠씨만 네명에 달하다보니 아무래도 혼자서 모든 상황을 이끌어 가기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결국 3-4명 단위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현재 국민엠씨로 불릴 정도로 인정받으며, 그들은 최고가 대우를 받고 있다. 남희석과 김신영 등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처음이며, <1박2일>이나 <패떴>이 아닌 <청춘불패>식의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 겨우 두화밖에 방송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그것’을 보여달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요구일 것이다.

현재 <청춘불패>는 7명의 걸그룹 멤버들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하다. 끼와 재능이 넘치는 그들은 겨우 두화만에 방송에 적응하고, 치고 나오기 위해 틈을 보고 있다. 구하라가 가장 앞서가고 그 뒤를 나르샤와 나머지 멤버들이 쫓아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청춘불패>가 몇 년 단위로 장수하고 싶다면, 결국엔 모든 상황을 조율하는 엠씨들의 역량도 함께 자라나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청춘불패>의 미래는 밝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밌게 보긴 했지만 뭔가 심심한 <청춘불패>를 보면서 메인 진행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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