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코끼리 출몰사건이 웃을 일인가?, ‘해피투게더’

朱雀 2009. 10. 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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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된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한 이상우는 도심에서 코끼리와 마주쳤던 이야기를 했다. “코끼리가 빨간 불인데 지나가더라. 코끼리가 삼겹살집에 들어가더라”등의 목격담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출연진이 “코로 삼겹살을 구워먹냐?”등의 농담으로 되받아쳤다. 믿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는 2005년 4월 20일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어린이대공원 옆 코끼리 공연장에서 공연하던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인근 음식정에 들어가는 등 대소동을 일으켰다. 워낙 사건자체가 해외토픽감인데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있는 일인지라 당시 뉴스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코끼리는 식당과 인근 가정집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는 등의 난리를 피웠는데, 당시 피해자들은 울먹이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코끼리는 지상에서 제일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동물이다. 몸무게만 몇톤에 달하는 이들은 평상시엔 온순하지만 한번 흥분하면 백수의 왕인 사자조차 달려들지 못할 정도다. 그런 엄청난 동물이 자신의 집을 부수고 쫓기는 등의 사고를 당한 시민들은 울먹거리면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해피투게더>는 그런 당시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 당시 뉴스화면을 편집해 내보이면서 웃음효과를 집어넣어 보여준 것은 심히 불쾌한 일이었다. 만약 당시 실제 사고를 접한 시민들이 그런 장면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고를 당한 이들의 마음을 왜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29일자 <해피투게더>는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팬트하우스 코끼리>에 출연한 세 명의 남자배우 장혁, 조동혁, 이상우 등이 출연했다. 그들이 예능프로를 찾은 이유는 이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장혁은 별로 말이 없는 사람이다. 이상우도 마찬가지며, 조동혁 역시 방송을 보니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 싶었다.

신봉선이 <팬트하우스 코끼리>에서 ‘코끼리’가 뜻하는 바가 뭔지 묻자, 장혁은 당황해 다소 횡설수설했다. 옆에서 듣다못한 조동혁이 정리해주자, 유재석은 ‘당황해서 그랬다’며 약간의 웃음기를 유발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는 4차원 캐릭터로 분한 이상우가 무슨 질문을 할때마다 3초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하면, 박명수가 “방송에서 3초 이상 아무런 말이 없으면 방송사고다”라며 면박을 주는 부분이었다. 물론 웃기려고 한 말이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게스트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조동혁 역시 처음 예능에 출연한 탓인지, 몹시 당황해하며 초반에 무릎을 자기도 모르게 비벼댔다. 영화 홍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능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배우의 비애를 보는 듯 했다. 물론 조동혁의 이런 행동은 곧장 진행자들에게 지적되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또한 전체 영화의 맥락은 파악하지 않은 채, 그저 베드신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만으로 말초적인 신경만 자극하는 발언은 마치 스포츠 신문을 떠올리게 할 지경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장면은 넘어간다고 해도 ‘코끼리 출몰’사건을 단순히 희화화시킨 부분은 몹시 불쾌했다. 당시 직접 사고를 당한 이들의 심적,재산적 피해에 대해 아무런 배려없이 그저 웃음거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언론의 보도도 그저 ‘꽤 재미난 웃음거리’로 소개한 것도 매우 불쾌하다.

어제 <해피 투게더>는 아무런 생각 없이 모든 것을 그저 웃음거리로 격하시키는 예능 프로그램의 잘못된 단편을 보여준 대표적인 방송분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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