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하라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청춘불패>에 고정출연중인 구하라는 예전에 비해 활약도가 많이 줄었다. 물론 유치개그를 늘어놓으며 극의 활력을 더하고는 있지만, 이전처럼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센스 넘치는 행동과 순발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개그돌 나르샤와 징징현아와 순규 등의 다른 멤버들의 활약이 빛나는 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혹사당한 나머지 체력저하로 인한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종영하긴 했지만 <헌터스>는 야생 멧돼지를 쫓는 위험한 프로였다. 구하라는 유일한 여성멤버로 산을 타고 밤에는 포획틀 근처에 숨어 관찰하며 그야말로 힘든 야생의 시간을 보냈다.
또한 카라 멤버들과 함께 촬영중인 <카라 베이커리>까지. 그녀는 일주일에 세 개의 고정 예능 프로를 뛰었다. 그뿐인가? 다른 카라 멤버와 함께 가요무대에 나가고 각종 예능에 게스트로 뛰어야 한다. 게다가 춤과 노래연습까지 해야하니. 그야말로 그녀의 피로도는 무척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잦은 예능 출연은 그녀가 속한 ‘카라’의 인지도를 높이고, 구하라 자신을 더욱 알리는 계기는 되었다.
그러나 예능은 ‘양날의 검’이자 ‘독’이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예능에선 그 어떤 멋진 스타도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전설적인 록커이자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을 보아도, 국내 락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백두산의 유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그들의 예능 출연은 ‘성공적’이었다. 국민 할매로 등극한 김태원은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유현상 역시 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락의 대부들조차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능에 출현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변했고, 예능에 나가서 이름을 알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라. 그들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예능은? 대부분 하나 정도다.
<패떴>의 이효리, <1박2일>의 은지원과 MC몽 등등. 대부분 가수인 연예인들은 한 개 이상의 고정 프로를 하지 않는다. 물론 2-3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왜 유명 가수나 아이돌들은 한 개 이상의 고정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 이는 예능의 속성 때문이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예능은 웃겨야 한다. 연예인들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망가지는 것이다. 국민 약골을 넘어선 국민 할매의 김태원의 이미지가 그렇고, <청춘불패>에서 모든 시키면 하는 것을 넘어서 골룸 분장을 웃음을 줬던 구하라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런 예능의 이미지는 해당 연예인들을 더욱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이승기와 MC몽등이 <1박2일>의 이미지를 가지고 음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주는 상당한 부수적인 효과까지 몰고온다.
그러나 잦은 예능 출연은 그러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대중에게 전파하고 급속도로 소모되게 된다. 그 소모의 끝은? 대중의 외면이다. 잘 기억해 보라! 한때 서인영은 <우결>에서 크라운 제이와 개미 커플로 나와 ‘신상녀’로 잘 나갔다. 당시 그녀는 무엇을 하든 다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서인영은 뭘해도 안된다. 왜냐고? 대중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미지가 다한 것이다.
30살이 넘은 이효리가 오늘날까지 가요계와 방송계에서 섹시퀸이자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워낙 카리스마가 넘치고 잘 하는 탓도 있지만, 뛰어난 관리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효리는 <패떴>외엔 고정적으로 나가는 예능이 없다.
그녀는 <패떴>을 통해 섹시하고 도도한 자신의 이미지를 전복시켰고, 다시금 3집에선 섹시하고 도도한 이미지의 컨셉으로 돌아와 역시 ‘효리’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예능은 특정 연예인을 알리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지만 그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결과도 초래한다. 따라서 적절하게 그 소모되는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결국엔 생명이 다해 어디에 나와도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구하라는 일본인들이 제일 예쁜 걸그룹 멤버로 꼽을 만큼 예쁘다. 아무로 나미에를 연상시키는 그녀는, 그러나 ‘하라구’라는 별명처럼 뭐든지 시키면 다한다. 2009년 <달콤한 걸>의 결승전에서 넘어져 안타깝게 우승을 놓친 그녀의 모습과 절뚝거리면서 우승자 전보람을 축하하는 모습은 네티즌이 그녀를 ‘구사인 볼트’라 부르며 기억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청춘불패>를 통해 자신의 감출 수 없는 개그 본능을 발산시키는 구하라는 그야말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터스>와 <카라 베이커리>등의 겹치기 출연은 그녀의 예능 이미지를 급속도로 소모시키고, 체력을 낮춰 점점 소극적으로 보이는 느낌을 가져오고 있다.
혹자는 ‘<헌터스>에선 별로 얼굴이 비치지 않았으니, 이휘재는 몰라도 구하라에겐 별로 피해가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구하라는 <헌터스>에 출연해 분명히 손해봤다. 그녀의 시간을 손해봤고, 밤새 산을 타면서 피곤이 쌓여 그것은 다른 스케줄에도 영향을 끼쳤다. <청춘불패>는 몰라도 <카라 베이커리>에선 피곤에 쩔어있는 그녀의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개그 본능이 살아 숨쉰다 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구하라를 볼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의 소속사는 ‘한철 장사’를 할 셈인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사 대표라면 현재 그녀가 뛰는 고정을 최소한으로 줄여, 급속도로 소모되는 이미지 저하를 막고 체력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구하라 뿐만이 아니다. 각종 예능에 출연하고 있는 한승연과 <니콜의 수의학개론>등에 출연중인 니콜을 볼 때도 기분이 마찬가지다. 너무 잦은 예능 출연은 그녀들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소모시키고 있다. 물론 그녀들이 예능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가 높아간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바쁜 방송 스케줄과 잦은 예능 출연은 언젠가는 이미지가 다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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