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추노>를 재밌게 보다가 빵 터지고 말았다. 바로 말이 많았던 이다해의 노출 장면 때문이었다. 장터에서 추노꾼 패거리들에게 쫓기던 혜원과 태하는 말을 타고 도망가는데, 하필 그 와중에 대길이 던진 단검에 혜원(이다해)이 맞고 만다.
송태하(오지호)는 혜원을 치료하기 위해 폭포 근처로 데려가서 저고리를 벗기는데, 그만 거기서 이다해의 가슴 부분이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버렸다. 한참 진지하게 재밌게 보다가 난데없는 화면에 그만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기사를 뒤져보니, 뭐 방송심의 등에 걸린 게 아니라 제작진 스스로가 그동안 가열차게 이루어진 선정선 논란에 부담을 느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만 <추노> 제작진은 자충수를 뒀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사실 이다해의 노출신은 노출되는 양(?)을 봤을 때는 그다지 많은 분량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선정성이 걱정이 되었다면 다른 방식의 접근도 많았다. 이를테면 가슴깨가 아니라, 그 위쪽으로 카메라 각도를 잡아 아예 그런 논란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인터넷 등지에서 자주 돌아다니는 사진들을 보면 모자이크가 우리의 상상력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를 하면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불온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모자이크 장면도 그렇다. 이다해도 <해피 투게더3>에 출연해 지적했지만, 이미 그 정도 노출은 시상식 등지에선 너무나 흔한 일이다. 다만 한복의 특성상 가슴을 압박하기 때문에 특정 신체 부위가 도드라져 더욱 깊숙이 각인(?)되는 것 뿐이다.
차라리 그냥 이전처럼 그냥 보여주고 갔으면 ‘또 하네’하고 말았을 부분을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를 함으로써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말았다. <추노>는 스스로를 ‘19금’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모자이크 장면이 일관성 없이 어떤 부분에선 있고 다른 장면에선 없어지는 등의 차이를 두면서, 오히려 <추노>의 이야기전개보다 이다해의 노출신이 더욱 도드라지는 역효과를 얻어내고 말았다. <추노> 제작진이 노린 것은 사실 이야기전개보다 ‘노출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추노>는 성인용 오락물로서 폭력과 노출을 주무기로 해왔다. 따라서 만약 노출이 짐이 된다고
여겼다면 초반에 지적한 것처럼 다른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은
오히려 스스로가 ‘19금’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만 셈이다.
이쯤되면 오히려 이런 의심이 든다. 사실 <추노> 제작진은 ‘선정성 논란’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더욱 증폭시킬 목적으로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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