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를 보고 있노라면 점점 이다해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다. 아니 이다해가 맡고 있는 김혜원이란 인물에 대해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드라마속 김혜원은 민폐형 캐릭터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운 외모와 자신의 양반 지위만 믿고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녀가 불과 몇 년전까지 노비로 살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혜원은 양반집 재취자리에 가선 돌연 첫날밤 도망친다. 바로 자신이 사랑했던 대길 도령(장혁)을 잊지 못해서 였다.
허나 여행길에서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오히려 그녀를 ‘밉상’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몸을 챙길 아무런 호신도구나 든든한 여비 없이 홀로 여행길에 떠났다가 하마터면 산길에서 큰 봉변을 당할 뻔 한다. 마침 지나가던 송태하(오지호)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날뻔 했다.
그 이후로 혜원은 갈길 바쁜 송태하에게 짐이 된다. 말로는 ‘항상 먼저 가세요. 전 다른 길을 찾아 가겠습니다’라는 식이지만, 결국 그녀는 헤어졌다가 백호(데니안)에게 잡힐 뻔하자, 호루라기를 불러 송태하를 소환하고, 자객 윤지에게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맞이한다. 그때마다 그녀를 구해주는 인물은 송태하와 백호였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백호에게 송태하와 결혼했다고 뻥치고 오빠에게 ‘그만 쫓아달라’고 하지만, 걱정되는 오빠는 백호를 시켜 보살펴주라는 당부까지 이르니. 그녀는 <추노>의 최고 민폐형 캐릭터라해도 할말이 없겠다.
이다해가 맡고 있는 혜원이란 캐릭터는 정말 매력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해볼려는 여성이 아니다. 물론 나름대로는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식날 도망가기는 했지만, 결국엔 주위 남정네들에게 빌붙어(?)서 현재의 생활을 꾸려가는 인물이다.
청순하고 연약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큰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 인물. 그녀가 바로 혜원이다. 반면 김하은이 맡은 설화라는 캐릭터는 매력이 풍부하다.
그녀는 초반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당패에서 돈을 추렴하는 역할로 나온 그녀는 왕손이와 ‘엽전키스’를 선보이며, 단박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당패에 끌려다니며 몸팔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녀는 결국 도망을 선택하고 우연히 대길이네 패거리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급할때는 세 남자에게 아양을 떨지만, 곧 왕손이에게 ‘밥도 못하고 빨래도 못한다’고 뻣대며 또 하나의 민폐형 캐릭터가 된다.
허나 그녀에게 장기가 있었으니 바로 해금 연주와 춤솜씨 되시겠다. 그녀는 송태하와 혜원을 뒤쫓는 대길네 패거리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존재다. 동시에 설화는 감정이 풍부한 캐릭터다. 13살부터 사당패에서 굴러먹은 그녀답게 설화는 남자를 후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자신에게 어떻게든 수작을 부리려는 왕손이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좌지우지하는 솜씨를 보면 더더욱 말이다.
그녀는 먹고 싶을 때 먹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싶다고 땡깡을 부리는 캐릭터다. 허나 동시에 한 남자를 연모하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설화는 수 많은 남자들의 품을 거치면서, 자신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들을 보면 ‘사내들이란...’ 넋두리를 내놓는다.
그런 그녀의 눈에 유일하게 밟히는 남자가 있으니 바로 대길이다! 한 여자를 쫓아 10년 동안 일편단심인 그는 설화의 눈에 이채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겉으로는 매정한 척 무심한 척 하지만, 왕손이가 자신을 괴롭히면 가서 이르면 바로 손봐주고 한 여자만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점점 그녀의 가슴에 박힌다. 김하은이 연기하는 설화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다.
“그래 알아. 내 몸값 나도 안다고. 흉년엔 쌀 두말반이고. 흉년들면 쌀 다섯말까지 쳐준데. 길어봐야 일곱 식구 달포 먹으면 끝나는 쌀값밖에 안되는 년이야. 그렇게 여섯 살때 팔려가서 열두살때부터 몸팔기 시작했어. 이놈이 샀다팔고, 저놈이 샀다 팔고. 그래 팔아! 네가 한두번 팔려본지 알어.”
설화가 대길네가 자신을 버리고 간 줄 알고, 말과 모든 짐을 팔아치우고 나서 왕손이가 색주가에 넘기자고 하자 하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이고 분에 넘치는 인물이다. 어쩌면 온전히 여성으로서 살아가지 못하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여성이다.
여성에게 절개와 정조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던 조선시대에 양반도 아닌 양민을 상대하면서 자신은 평생 남성들의 ‘노리개’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여 겉으론 요염한 척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남성을 매혹시키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행복한 여성의 삶에 목마른 인물이 아닐까?
설화는 8화에서 대길네에서 쫓겨나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옛 사당패에게 잡혀 끌려온다. 그때 마침 자리에 있던 대길은 차마 자신의 도움을 찾는 그녀를 외면하지 못하고 구해주기 위해 달려간다.
엽전을 입에 물고 자신을 향해 ‘꼬맹아 가자’라고 외치는 대길을 향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와락 안기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가슴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요점으로 돌아가서 이다해가 연기하는 혜원이 너무나 전형적이고 매력이 없는 인물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필요하게 자주 상의 탈의신이 나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다소 거북하다. 한참 재밌게 작품을 감상하다 맥이 끊기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이다해의 노출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선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극의 흐름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이다해는 단순히 눈요기감 캐릭터로 고정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될 지경이다.
이런 사태에 이르니 예전에 <추노>의 혜원역을 거절했다는 한효주의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올 지경이다. 분명 그녀는 대본을 봤을 텐데, 별다른 매력없이 단조로운 감정연기에 뻑하면 벗어제끼는 역을 보고 질겁하진 않았을까? 이다해가 맡고 있는 혜원이란 캐릭터는 분명 송태하와 이대길에게 중요한 여인이지만, 캐릭터 자체로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반면, 대길의 등을 보며 혼자 사랑을 키울 설화는 어린시절 팔린 아픔과 설움. 그리고 대길을 마음에 품고서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처지 때문에 더더욱 가슴이 아파오는 캐릭터다. 겉으로는 농을 치고, 요염한 척 하지만 누구보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설화라는 캐릭터는 여주인공인 이다해보다 조연인 김하은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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