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손예진과 김소연을 누른 문근영의 연기력!

朱雀 2010. 4.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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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목에 리모컨을 들고 고민해본 적이 또 있었던가? 최근 수-목엔 늘 즐겁고도 괴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손예진과 이민호의 즐거운 동거이야기를 볼것인가? 아니면 문근영이 열연하는 <신데렐라 언니>를? 그것도 김소연의 멋진 연기와 ‘검찰청’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된장녀 소동을 볼것인가? 하고 말이다.

손예진-문근영-김소연은 누가 낫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이다. 그런데 이런 여배우들이 각기 3사 공중파에 동시간대에 출연하고 있으니 시청자로선 눈이 호강할 지경이다.

그러나 절대치로 이들의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어도, 드라마의 이야기 진행과 배우의 연기력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란 측면에서 우린 ‘상대평가’를 할 수 있다. 아무리 김명민처럼 연기파 배우라 해도, 3류 저질 작품에 출연하면 계속해서 ‘연기파 배우’라고 칭송할 수는 없다(물론 김명민이 그런 작품을 고를 리는 없지만).

 

그만큼 작품을 보는 눈은 배우의 자질을 선택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필자의 견해론 대본만 놓고 따지면, 김소연이 출연하는 <검사 프린세스>를 높게 평가한다. <개인의 취향>은 원작이 있는데다, 약간 뒤틀렸을 뿐 결국 흔한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제목 그대로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오고, 우리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멜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반면 <검사 프린세스>는 ‘검찰청에서 연애한다’라고 비꼴 수는 있지만, 국내에선 드물게 제대로 취재하고 드라마에서 세세한 설정을 통해 실제 검사들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여기에 재벌집 명품녀 마혜리(김소연)가 초임 검사로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본이 신선하고 좋다고 해도, <검사 프린세스>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바로 시청자가 몰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2화에선 코믹에만 열중하던 <검프>는 3화에선 장르를 바꿔 마혜리가 불법도박장을 덮쳤다가, 들켜서 폭행을 당하고 죽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녀를 지키는 남자 출연자들이 구원의 손길을 보낸다. 그뿐인가? 이후 아동성폭행 사건을 맡지만, 마혜리의 행동을 보고 미덥지 못했던 피해자의 엄마는 담당검사를 바꿔줄 것을 요청하고, 그녀의 실수로 억울한 혐의를 썼던 한 여성은 토마토 세례를 입힌다. 내용만 놓고 보면 그녀에겐 최악의 상황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건드려만 놓고 빠져가는 상황이 김빠진다. 물론 아직 된장녀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혜리가 사건을 해결해도 이상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심정적으론 그녀가 성공하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을 지니게 된다. 게다가 재벌녀라는 그녀의 설정과 검사란 특수성은 아무래도 시청자가 극에 몰입하는데 여러모로 방해가 된다. 하여 김소연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실감나게 눈물을 흘리는데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질 않았다.

<개인의 취향>도 마찬가지다! 개인(손예진)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믿었던 친구 원호(봉태규)는 사채빛을 써서, 다 날리고 개인에게 돌려놓고는 사라져버렸다. 사랑했던 옛 남자는 술김에 찾아와선 헤어진 이유가 ‘너무 소녀처럼 사랑해서’라고 말하며 개인의 가슴에 두 번이나 목을 박고 말았다. 손예진의 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연기는 분명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상황도 절실함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후 진호(이민호)에게 ‘여자로 만들어달라’는 야릇한 대사를 날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코믹으로 반전되면서 ‘몰입도’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이 보여준 눈물 연기는 애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었던 은조(문근영)은 기훈(천정명)이 자신에게 잘해줄데는 틱틱거리기만 했다. 그러나 속으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귓가에서 되뇌이며 너무나 좋아했다.

그런 사람에게 은조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내야만 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한마디 알려주지 않았던 그 사람은 무심하게도 아무런 말없이 떠나고 말았다. 물론 기훈은 떠나면서 효선(서우)에게 편지를 주며 전해달라고 했지만, 은조를 미워하게 된 효선은 편지를 숨기고 말았다.

은조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버스터미널로 가지만, 안타깝게도 기훈은 기차를 타고 떠나면서 둘은 결국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문근영이 보여준 독백과 눈물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마치 새처럼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라는 시적인 표현의 독백과 어우러진 처절한 그녀의 눈물은 시청자의 눈시울마저 적실만큼 훌륭했다. 감정이입이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겐 사춘기 시절 가슴이 아리도록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사랑이야기에 가슴 뛰고 관심있어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상황,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낸 사연, 떠나버린 그를 그리며 애타게 눈물을 흘리는 상황. 너무나 익숙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가슴 한구석이 아픈 설정이 아닌가?

문근영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그리고 애절함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시청자의 몰입도도 거의 100%가까울 지경이었다. 따라서 손예진과 김소연의 눈물연기도 훌륭하긴 했지만, 문근영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겨우 4화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앞으로 분명 역전의 기회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보았을 땐 문근영의 자신의 이름값을 너무나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너무나 징그러울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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